상단영역

본문영역

공동기자회견 '노쇼'한 영국 존슨 총리가 룩셈부르크 총리에게 굴욕을 당했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할 말이 있었다.

  • 허완
  • 입력 2019.09.17 15:55
  • 수정 2019.09.17 16:25
Luxembourg's Prime Minister Xavier Bettel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after his meeting with British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in Luxembourg, September 16, 2019. REUTERS/Yves Herman
Luxembourg's Prime Minister Xavier Bettel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after his meeting with British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in Luxembourg, September 16, 2019. REUTERS/Yves Herman ⓒYves Herman / Reuters

″저는 민주주의에서 시위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죠.”  

16일(현지시각) 오후, 기자회견에 나선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운을 뗐다. 뒤편에는 영국, 유럽연합(EU), 룩셈부르크 깃발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정상회담을 막 끝낸 참이었다. 

그러나 베텔 총리의 옆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회담이 열린 룩셈부르크 총리관저 바깥에서 함성을 지르고 야유를 쏟아내는 반(反)브렉시트 시위대를 피해 실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보리스 존슨 총리가 참석을 거부한 탓이다. 베텔 총리는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대신 혼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회담을 위해 이 곳에 오신 존슨 총리에게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존슨 총리의 빈자리를 가리키면서 베텔 총리가 말했다. 조롱인지 실소인지 알 길 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곧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한 확실한 제안을 존슨 총리로부터 듣는 것은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건 없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전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존슨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대구 버터구이와 크림 리조또, 그리고 언제 어떻게 완성될지 아직 모르는 브렉시트를 곁들인 오찬 회동을 가졌다. 

EU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탈퇴합의; Withdrawal Agreement)를 어떻게 수정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기를 기대했다. 기대는 빗나갔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기존) 탈퇴합의와 양립할 수 있는 법적으로 운용 가능한 해법을 제시할 책임이 영국에게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그와 같은 제안들이 백스톱의 목표에 부합하는지 검토할 수 있다는 EU의 의지와 열린 태도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제안들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회담 직후 EU가 낸 보도자료에 적힌 말이다.

LUXEMBOURG, LUXEMBOURG - SEPTEMBER 16: Luxembourg Prime Minister Xavier Bettel speaks to the media following talks with British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on September 16, 2019 in Luxembourg, Luxembourg. Johnson met with European Commission President Jean-Claude Juncker for a working lunch earlier today. Johnson is pressing forward for a possible hard Brexit, though he has also been meeting with European leaders recently in an apparent effort to still strike a Brexit deal. (Photo by Joshua Sammer/Getty Images)
LUXEMBOURG, LUXEMBOURG - SEPTEMBER 16: Luxembourg Prime Minister Xavier Bettel speaks to the media following talks with British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on September 16, 2019 in Luxembourg, Luxembourg. Johnson met with European Commission President Jean-Claude Juncker for a working lunch earlier today. Johnson is pressing forward for a possible hard Brexit, though he has also been meeting with European leaders recently in an apparent effort to still strike a Brexit deal. (Photo by Joshua Sammer/Getty Images) ⓒJoshua Sammer via Getty Images

 

″영국은 언제나 중요한 동맹국이었고, 우리나라의 전략적 파트너입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가까운 친구입니다. 우리와 영국의 관계는 튼튼하며, 이 관계가 브렉시트로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베텔 총리가 말했다.

″그러나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브렉시트가 예정된) 6주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브렉시트에 관해) 명확성과 확실성과 안정성이 필요합니다. 정당의 정치적 게임 때문에 미래를 인질로 잡아서는 안 됩니다.” 중계화면에는 잡히지 않은 시위대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제 이 문제는 존슨 총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베텔 총리가 다시 한 번 텅 빈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모든 영국 시민과 영국에 살고 있는 모든 EU 시민들의 미래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이건 그의 책임입니다.”

LUXEMBOURG, LUXEMBOURG - SEPTEMBER 16: British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L) and Luxembourg's Prime Minister Xavier Bettel (R) depart after a Brexit meeting on September 16, 2019 in Luxembourg, Luxembourg. This is the first time Johnson is meeting with Bettel since Johnson became prime minister. Johnson is pressing forward for a possible hard Brexit, though he has been also meeting with European leaders recently in an apparent effort to still strike a Brexit deal. (Photo by Joshua Sammer/Getty Images)
LUXEMBOURG, LUXEMBOURG - SEPTEMBER 16: British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L) and Luxembourg's Prime Minister Xavier Bettel (R) depart after a Brexit meeting on September 16, 2019 in Luxembourg, Luxembourg. This is the first time Johnson is meeting with Bettel since Johnson became prime minister. Johnson is pressing forward for a possible hard Brexit, though he has been also meeting with European leaders recently in an apparent effort to still strike a Brexit deal. (Photo by Joshua Sammer/Getty Images) ⓒJoshua Sammer via Getty Images

 

베텔 총리는 혼자서 언론인들과의 질의응답을 이어가던 도중 목소리를 높여가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이 브렉시트는 제가 선택한 게 아닙니다. 이건 영국 보수당의 결정이었고, 이렇게 하겠다는 건 데이비드 캐머런(전 총리)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들이 결정한 겁니다. 그들이 결정했어요. 저는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한 결정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놓은...‘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 모르겠다고 해서 우리(EU)를 탓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 짧은 순간에 ‘엉망진창(mess)’ 같은 다소 격한 단어를 떠올렸을 게 분명한 베텔 총리는 간신히 ‘상황’이라는 순화된 표현을 떠올렸다.

 

애초 이번 룩셈부르크 회담은 영국 정부가 자신들의 브렉시트 구상을 EU에 제시할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영국 정부는 회담을 앞두고 EU와의 브렉시트 재협상 논의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이날 룩셈부르크 총리 관저 앞 시위를 조직했을 뿐만 아니라 구호를 외치고 유럽가(Anthem of Europe)를 부르며 시위를 주도했다는 캐나다-영국-룩셈부르크 다중국적의 바리톤 성악가 데이비드 파이크는 ”나는 시위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시위 참가자)는 영국인이고, 그 중에는 다중국적자가 꽤 많습니다. 저는 시위꾼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그의 말이다. ”이 사람들은 시위에 잘 나서지 않는, 평범한 직업인들입니다. (하지만) 이 재앙을 염려하는 사람들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영국 #브렉시트 #유럽연합 #보리스 존슨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