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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에게 유니폼 강매한 '탑텐' "실무 면접 때 사전에 고지했다"

다른 브랜드도 강매한 의혹을 받고 있다

스파 브랜드 탑텐 매장 모습.<a href='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9700.html#csidxa4c2786ea695fe3883372c65fc13412'></div></a>
스파 브랜드 탑텐 매장 모습. ⓒ한겨레

지난 여름 스파(SPA, 제조·유통 일괄형 패션) 브랜드인 ‘탑텐’의 부산 매장 판매 직원으로 근무한 ㄱ씨는 면접 합격 통보를 받자마자 점장으로부터 “유니폼으로 입을 탑텐 옷을 사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ㄱ씨는 처음 출근하는 날 직원 할인을 받아 1만7천원가량을 주고 탑텐 옷 2벌을 샀다.

매장의 직원휴게실에는 ‘부정행위 처벌’이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는데, 이 공지에는 ‘근태 부정 및 조작, 유니폼 미구매 등 부정행위가 매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투명하지 못한 업무 운영시 처벌하고자 하니 (부정행위를 목격하면 회사) 메일로 제보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ㄱ씨는 “고용되는 입장에서 옷을 사지 않겠다고 하면 잘릴 게 분명한데 명백한 갑질이고 강매”라며 “정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나 옷을 사야 하는 건 같았는데, 직원들이 모두 불쾌해했지만 다른 곳도 다 이러지 않겠냐며 참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탑텐 매장 직원 휴게실에 붙은 ‘부정 행위 처벌’ 공지.<br /></div><a href='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9700.html#csidxb0addc1f15f9e59a9e343413927bde3'></a>
부산의 한 탑텐 매장 직원 휴게실에 붙은 ‘부정 행위 처벌’ 공지.
 ⓒㄱ씨 제공/한겨레

또 다른 스파 브랜드 ‘지오다노’ 인천 매장에서 일했던 김아무개(25)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씨가 일했던 매장에선 아르바이트생들이 모두 지오다노 브랜드 상의를 구입해 입고 근무해야 했다.

김씨는 “처음 출근하는 날 일하기 직전에 옷을 사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 입었다”고 말했다. 옷 구매 비용 4만원은 첫달 월급에서 차감됐다. 김씨는 “방학이고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서 시키는 대로 따랐지만, 면접 때라도 이야기해줬으면 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스파 브랜드가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유니폼으로 입히기 위해 자사 브랜드 옷 구매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울산에 있는 탑텐 매장에서 근무한 이아무개(22)씨도 입사 첫날 유니폼으로 입을 5만원 상당의 탑텐 옷을 구입했다. 이씨는 “당시 통장 잔고가 6만원이었는데, 점장은 ‘더 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포인트 적립도 점장 몫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에 ㄱ씨는 지난 14일 ‘탑텐강매피해자’(@ba76051541)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탑텐의 유니폼 강매를 고발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자 “‘스파오’에서도 사비로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50% 할인해주지만, 스파오 옷이 아닌 날에는 점장이 하루 종일 눈치를 줬다”(@eeba****), “무인양품에서는 상·하의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양말까지 무인양품 제품으로 착용해야 했다. 친구는 유니폼 구매에만 20만원을 썼다”(@4Bi_****)는 고발이 줄줄이 올라왔다.

특히 직원들은 자비로 ‘유니폼’을 강매 당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옷을 고르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스파 브랜드 ‘유니클로’에서 일했다는 박아무개(24)씨는 “유니클로는 처음 입사 때 10만원 선에서 상·하의 한벌씩 회사에서 제공해줬다”며 “하지만 또 다른 브랜드인 ‘구’(GU) 매장에서는 유니폼 지급이 없었고, 심지어 ‘반드시 성별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요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ㄱ씨도 “유니폼을 살 때 본인이 원하는 옷이 아니라 ‘고객님들이 보기에 예쁜’ 옷을 사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탑텐 쪽은 이에 대해 “탑텐 매장은 상의에 한해 탑텐 제품 착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실무 면접 때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며 “최근 나온 유니폼에 대한 의견을 수용해 2020년부터는 직원들에게 시즌별로 3벌씩의 옷을 증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할 법규는 없다. 2013년 김상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복장을 갖추도록 하는 경우에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무관심 끝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단순히 해당 브랜드 옷을 사 입으라고 한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다”라며 “만약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사업자가 징계나 해고를 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단순히 눈치를 주는 것만으로는 다퉈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근로계약 체결 전에 고지하고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옷 구매를 두고 눈치를 준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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