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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는 서비스다.

애플이 엔트리급 아이폰의 가격을 낮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허완
  • 입력 2019.09.13 18:17
  • 수정 2019.09.13 18:22
Apple CEO Tim Cook announces Apple TV+ during an new product event Tuesday, Sept. 10, 2019, in Cupertino, Calif. (AP Photo/Tony Avelar)
Apple CEO Tim Cook announces Apple TV+ during an new product event Tuesday, Sept. 10, 2019, in Cupertino, Calif. (AP Photo/Tony Avelar) ⓒASSOCIATED PRESS

애플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아이폰 11과 아이폰 11 프로, 아이폰 11 프로 맥스를 공개하자 소셜미디어에는 아이폰 프로 라인의 트리플 카메라를 ‘3구 인덕션’에 빗댄 패러디가 쏟아졌다. 한국 언론들은 이번에도 ‘혁신은 없었다’는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은 기사를 쏟아내기에 바빴다.

그러나 애플이 본격적으로 서비스 부문을 키워가고 있다는 신호를 놓쳐서는 안 된다. 엔트리급 아이폰 가격이 낮아진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당시 행사를 찬찬히 다시 살펴보자. 미국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애플이 가장 먼저 소개한 건 아이폰도, 애플워치도, 아이패드도 아닌 바로 ‘애플 아케이드’였다. 

 

지난 3월 애플이 공개했던 애플 아케이드는 “100가지가 넘는 새로운 (애플) 독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구독 서비스”다. 개별 게임을 하나씩 구매하는 대신 매월 구독료를 내면 서비스 되는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말하자면 ‘게임계의 넷플릭스’다. 

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애플 아케이드의 가격을 공개했다. 월 4.99달러에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TV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최대 5명까지 공유할 수 있으며, 첫 한 달은 무료체험 기간이 제공된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50개국에서 9월20일부터 출시된다.

Apple CEO Tim Cook speaks about the new shows on Apple TV at the Steve Jobs Theater during an event to announce new products Tuesday, Sept. 10, 2019, in Cupertino, Calif. (AP Photo/Tony Avelar)
Apple CEO Tim Cook speaks about the new shows on Apple TV at the Steve Jobs Theater during an event to announce new products Tuesday, Sept. 10, 2019, in Cupertino, Calif. (AP Photo/Tony Avelar) ⓒASSOCIATED PRESS

 

그 다음은? 마찬가지로 지난 3월 처음 그 얼개를 공개했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 +(플러스)’였다. 100여개 국가에서 11월1일부터 출시된다. 넷플릭스에 직접적인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애플은 이날 월 4.99달러(최대 5명 가족 공유 가능)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공개했다. 넷플릭스(12.99달러)는 물론, 곧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6.99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 애플TV를 구매하면 1년 간은 무료이며, 나머지 시청자들에게는 7일 동안의 무료 체험이 제공된다.

이 분야의 후발주자인 애플로서는 구독자를 끌어들일 만한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 애플은 매월 오리지널 시리즈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출시에 맞춰 공개할 독점 콘텐츠 라인업과 예고편도 추가로 공개했다.

애플은 독점 콘텐츠 제작비로 지금까지 60억달러(약 7조600억원) 넘는 돈을 이미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판권 구입 등에 올해(2019년) 한 해 동안 지출할 것으로 알려진 150억달러(약 17조6600억원)와는 아직 꽤 큰 차이가 있다.

CUPERTINO, CALIFORNIA - SEPTEMBER 10: Apple CEO Tim Cook delivers the keynote address during an Apple special event on September 10, 2019 in Cupertino, California. Apple  is unveiling new products during a special event at the Apple headquarters in Cupertino, California.  (Photo by Justin Sullivan/Getty Images)
CUPERTINO, CALIFORNIA - SEPTEMBER 10: Apple CEO Tim Cook delivers the keynote address during an Apple special event on September 10, 2019 in Cupertino, California. Apple is unveiling new products during a special event at the Apple headquarters in Cupertino, California. (Photo by Justin Sullivan/Getty Images) ⓒJustin Sullivan via Getty Images

 

두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긴 하지만, 애플에게는 그 어떤 경쟁자도 따라올 수 없는 튼튼한 독자 생태계라는 강점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애플이 이제는 하드웨어(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 애플TV 등)와 소프트웨어(iOS, mac OS, watchOS)에 더해 서비스까지 넘본다는 얘기다.

이런 선택은 사실 애플로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오래 전에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진 덕분에 이제 스마트폰을 3~4년 써도 큰 무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계속 돈을 쓰게 하려면 혁신적인 하드웨어 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고객들이 계속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고, 이 때 필요한 게 바로 서비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앞선 하드웨어의 성공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기존 고객들에게서 더 많은 돈을 끌어내야 한다”고 짚었다. 

애플은 이미 아이클라우드(iCloud, 0.99~9.99달러/월), 애플뮤직(9.99달러/월, 가족 공유 14.99달러/월), 애플뉴스+(9.99달러/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게임과 동영상이라는 ‘킬러 서비스’가 추가됐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선임연구원 벤 우드는 ”라이벌 (기업들)의 경우, 큰 수익이 나는 건 하드웨어를 판매할 때 뿐”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그러나 당신이 3~4년된 아이폰을 쓰더라도 애플은 아이클라우드든, 애플 아케이드 게임이든, 애플TV 콘텐츠든 이를 통해 여전히 수익을 낸다. 그건 꽤 독보적인 포지션이다.”

CUPERTINO, CALIFORNIA - SEPTEMBER 10: Apple's senior vice president of worldwide marketing Phil Schiller introduces the new iPhone 11 Pro during an Apple launch event on September 10, 2019 in Cupertino, California. Apple unveiled several new products including iPhone 11, iPhone 11 Pro, Apple Watch Series 5 and an updated iPad. (Photo by Qi Heng/VCG via Getty Images)
CUPERTINO, CALIFORNIA - SEPTEMBER 10: Apple's senior vice president of worldwide marketing Phil Schiller introduces the new iPhone 11 Pro during an Apple launch event on September 10, 2019 in Cupertino, California. Apple unveiled several new products including iPhone 11, iPhone 11 Pro, Apple Watch Series 5 and an updated iPad. (Photo by Qi Heng/VCG via Getty Images) ⓒVCG via Getty Images

 

애플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생태계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도 생긴다. 기존 고객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아이폰 사용자로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 엔트리급 모델의 가격을 낮춘 이유가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 XR의 후속인 아이폰 11의 가격을 50달러 인하했다.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상위급 모델인 아이폰 11 프로의 가격은 전작인 아이폰 XS(단종)와 동일하게 책정했다. (아이폰 XR의 후속을 저가형 냄새(?) 없는 ‘아이폰 11’으로 명명하고 그 상위급에 ‘아이폰 11 프로’를 배치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또 출시된 지 1년 밖에 안 된 아이폰 XR은 단종시키지 않고 가격을 150달러 낮췄다. 1년 더 낡은 아이폰 8은 그보다 100달러 낮은 499달러(150달러 인하)부터 시작한다.

이로써 애플은 약 60만원에서 약 170만원(아이폰 11 프로 맥스)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대의 아이폰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

 

애플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가격표를 붙인 아이폰 X 이후 고가 전략으로 쏠쏠한 수익을 냈지만, 그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애플은 ‘판매 부진’을 이유로 이례적으로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3분기(2019년 4월~6월) 아이폰 판매는 1년 전에 비해 12% 감소했다.

애플은 서비스 부문 매출을 2020년까지 2016년 대비 두 배인 500억달러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일단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매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서비스 부문 최대 실적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3분기에도 서비스 부문 매출은 114억5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아직 목표치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애플 아케이드와 애플TV+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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