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9월 13일 14시 54분 KST

'재앙'을 예측한 영국 정부의 '노딜 브렉시트' 문건이 공개됐다

의약품, 식료품, 연료 등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Anti Brexit demonstrators gather outside the Houses of Parliament, London, on September 12, 2019. Ministers have published details of their Yellowhammer contingency plan, after MPs voted to force its release. (Photo by Alberto Pezzali/NurPhoto via Getty Images)

영국이 아무런 합의안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질병이 확산하고 의약품과 신선식품 및 연료 부족 사태가 빚어질 수 있으며, 빈곤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정부 공식 문건이 공개됐다.

이 문건은 또한 ”시위 증가 및 지역사회 긴장 고조”, 슈퍼마켓에서의 ”패닉 바이”, 영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따른 거대한 교통체증 등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시민들이 EU를 방문할 때 훨씬 더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를 거치게 됨에 따라 공항과 항구에서 승객들이 지연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오퍼레이션 옐로우해머‘라고 알려진 이 문건은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 이후인 8월2일에 작성된 것으로 ‘합리적으로 추론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다. 이 문건이 공개된 건 10일 하원에서 가결된 안건 덕분이다. 

하원이 가결시켰던 별도의 안건, 즉 의회 정회 조치에 관한 정부 관계자들 간 논의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청은 정부에 의해 거부됐다. 이를 공개하는 것은 관련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Toby Melville / Reuters
A bus passes an electronic billboard displaying a British government Brexit information awareness campaign advertisement in London, Britain, September 11, 2019. REUTERS/Toby Melville.

 

노딜 브렉시트 문건이 공개됨에 따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EU와 합의안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무조건 10월31일에 EU를 탈퇴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하라는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딜 브렉시트는 의회에서 통과된 ‘노딜 브렉시트 저지법’에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노딜 브렉시트 대책을 맡고 있는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이 문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문서는 합리적으로 추론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설명한 것이며, 따라서 탈퇴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에 있어서 의도적으로 확대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에 이와 거의 일치하는 버전의 엘로우해머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던 선데이타임스 로자먼드 어윈 기자는 자신이 확보했던 문건에는 ‘기본 시나리오’라고 적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력한 상황을 가정한 문건이라는 얘기다.

Phil Noble / Reuters
Vehicles pass beneath a sign warning of possible changes to freight procedures following Brexit on the M56 motorway near Chester, Britain, September 12, 2019. REUTERS/Phil Noble

 

문건에 따르면, 혼란의 상당수는 영국해협을 오가는 물품의 통관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하게 된다. 트럭 물동량이 현재의 40~60% 수준으로 줄어들고, 트럭 기사들이 국경을 넘기 위해 최대 이틀 반을 기다려야 할 만큼 막대한 교통정체가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항구에서의 지연 사태는 영국해협을 통해 전체의 75%가 수입되는 의약품과 의약용품 부족사태를 초래할 전망이다. 정부 문건에는 ”심각한 장기 지연사태에 특히 취약”하다고 묘사됐다.

가축에 대한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질병 발발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 역량도 약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축산업계는 애초 브렉시트 날짜였던 3월29일에 대비해 4주에서 최대 12주 분량의 의약품을 비축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SSOCIATED PRESS
A French custom officer works in a booth at the transit zone at the port of Ouistreham, Normandy, Thursday, Sept.12, 2019. France has trained 600 new customs officers and built extra parking lots arounds its ports to hold vehicles that will have to go through extra checks if there is no agreement ahead of Britain's exit from the EU, currently scheduled on Oct. 31. (AP Photo/David Vincent)

 

노딜 브렉시트는 일부 신선식품과 ”식품 공급망에 있어서 핵심적인 재료 및 화학물, 포장재” 등의 부족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 문건은 경고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전체 식료품 부족사태가 초래되지는 않겠지만, 구매 가능한 식료품의 종류가 줄어들고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취약계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건은 ”(사재기 등) 패닉 바이에 따라 식료품 공급망의 혼란이 초래되거나 악화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위 증가 및 지역사회 긴장 고조”로 인해 경찰 자원의 ”상당한 규모”가 동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잉글랜드 남동부에서는 연료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해협을 통해 국경을 넘는 트럭들의 물동량이 현재의 50~70%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최대 3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정부는 내다봤다.

 

* 허프포스트UK의 Operation Yellowhammer Report Reveals No-Deal Brexit Could Lead To Shortages Of Medicine, Food And Fuel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