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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의 정형외과 교과서에는 여성이 이렇게 등장한다

최근의 판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 박세회
  • 입력 2019.09.11 14:53
  • 수정 2019.09.11 15:11

″이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케이트 아흐메드 박사는 호주 시드니의 로열 노스 쇼어 병원 신경과 전문의다. 이 병원의 여성 단체 회원인 아흐메드 박사는 ‘의학에서의 여성’에 대한 강의를 준비 중이었다. 그녀는 의학계에서 여성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 있는 여성들에게 제보를 받았는데, 위의 사진이 도착했다.

″누군가 제게 학교에서 사용했던 정형외과 교과서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어요.”

호주의 대학에서 불과 2015년까지도 사용했다는 이 정형외과 교과서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정형외과 고급 검진 기술(Advanced Examination Techniques in Orthopaedics)’의 2002년 판본이다. 

사진을 보면 손가락을 촉진하고 있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이, 여성 모델이 카메라의 렌즈를 쳐다보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발꿈치를 촉진하는 장면에서 쇼트 팬츠와 스포츠 브래지어를 한 여성이 역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 및 회화의 기법에서 모델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시선은 사진 관찰자의 흥분을 유도하거나 시선을 끌기 위한 방식으로 본다. 모델이 카메라를 보고 있다고 해서 모두 포르노그래피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포르노그래피 사진이 모델이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게 촬영되는 건 이런 이유다. 광고 등에서는 자주 차용하지만, 의학 교과서에서 사용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 교과서는 2014년에 개정판이 나왔으나 개정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흐메드가 올린 이 책의 최신 판본(2104년 개정판)을 보면 여전히 속옷만 입고 있는 여성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의사는 남성 수검자는 여성이라는 구도 또한 변하지 않았다. 

일련의 사진이 문제가 되자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는 정식 성명을 올리고 해명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는 ”최초 판본은 그리니치 메디컬 미디어에서 나왔으며, 이후 당 출판부가 이 출판사와 이 출판사의 저서 목록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라며 ”두 번째 판본이 나오기 전 저희 출판부는 저자에게 부적절한 이미지의 교체를 요청했으나, 2014년에 나온 두 번째 판본에 사용된 사진 역시 용인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라고 썼다.

이어 출판부는 ”저희는 이 일을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현재 판매되고 있는 판본을 수거할 예정입니다”라며 ”철저하게 검증된 세 번째 판본이 나올 때까지 이 책을 더는 찍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 일로 상처를 받았거나 분노하신 이들에게 사죄를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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