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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대혼돈 : 영국 하원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조기총선 계획을 또 좌절시켰다

보리스 존슨이 취임 한 달여 만에 '식물 총리'가 됐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 허완
  • 입력 2019.09.10 16:27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speaks ahead of the vote on whether to hold an early election, in Parliament in London, Britain, September 9, 2019, in this still image taken from Parliament TV footage. Parliament TV via REUTERS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speaks ahead of the vote on whether to hold an early election, in Parliament in London, Britain, September 9, 2019, in this still image taken from Parliament TV footage. Parliament TV via REUTERS ⓒReuters TV / Reuters

영국 하원이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제안한 조기총선 실시 동의안을 또 부결시켰다. 존슨 총리로서는 6일 동안 있었던 의회 표결에서 여섯 번째 ‘패배’를 겪은 것이다.

하원은 10일(현지시각) 존슨 총리가 지난주에 이어 다시 한 번 제안한, 10월15일에 조기총선을 실시한다는 안건을 찬성 293표, 반대 46표로 부결시켰다. 조기총선 소집에 필요한 434표(전체 의석의 3분의2)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대거 기권했다.

이날 앞서 진행된 표결에서 의원들은 노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한 정부의 준비 상황에 관한 내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안건을 찬성 311표 대 반대 302표로 가결시켰다. 8월초 일부 내용이 유출된 바에 따르면, 정부는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게 되면 대대적인 식료품 및 약품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 안건에는 ‘헌법 유린‘이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던 존슨 총리의 의회 중단(정회) 조치에 관해 그의 선임고문 도미닉 커밍스 등으로부터 전달 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탈퇴운동 진영의 선거운동을 기획한 커밍스는 ‘브렉시트 배후의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존슨 총리 취임과 함께 총리실에 입성했다.

Dominic Cummings, special advisor for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leaves his home in London, Britain September 10, 2019.  REUTERS/Peter Nicholls
Dominic Cummings, special advisor for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leaves his home in London, Britain September 10, 2019. REUTERS/Peter Nicholls ⓒPeter Nicholls / Reuters

 

또 이날 하원은 정부가 유럽연합(탈퇴)법 준수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내용의 안건을 표결 없이 통과시켰다.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 저지법‘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연기를 회피하거나 거부함으로써 ‘법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심지어 존슨 총리가 헝가리나 폴란드 등 EU에 비판적인 일부 회원국들을 물밑에서 설득해 ‘브렉시트 연기에 반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도 떠돈다. 

지난주에는 보수당 내에서 21명의 ‘반란’표가 나오면서 의사일정 주도권을 의회에 부여하도록 하는 안건이 통과됐고, 여야 의원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노딜 브렉시트 저지법’도 가결됐다. 반면 존슨 총리의 조기총선안은 부결됐다.

일각에서는 보리스 존슨이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에 ‘좀비 총리’가 됐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그의 브렉시트 재협상 계획은 유럽연합(EU)의 거절에 막혀 거의 아무런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임한 앰버 러드 장관은 정부가 EU에 제시할 재협상안을 준비하거나 합의를 이뤄내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BBC에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 강행으로 가고 있다는 것.

러드 장관처럼 존슨 총리의 이같은 브렉시트 계획에 반대하는 내각 각료들의 사퇴가 이어졌고, 그 어느 때보다 의회의 도움이 절실함에도 존슨 총리는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보수당 의원 21명을 ‘축출’시켰다. 이로써 의회 과반 의석은 크게 무너졌다.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is seen after BritainÕs parliament voted on whether to hold an early general election, in Parliament in London, Britain, September 10, 2019, in this still image taken from Parliament TV footage. Parliament TV via REUTERS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is seen after BritainÕs parliament voted on whether to hold an early general election, in Parliament in London, Britain, September 10, 2019, in this still image taken from Parliament TV footage. Parliament TV via REUTERS ⓒReuters TV / Reuters

 

노동당 등 야당들은 ‘브렉시트 저지법’이 발효된 뒤에야 총선 실시에 동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주 하원에서 가결돼 상원 의결을 거친 이 법안은 여왕의 재가로 9일 공식 발효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EU와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 의회에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승인을 구해야 한다. 만약 의회가 반대하면 정부는 현재 10월31일로 예정되어 있는 브렉시트를 3개월 추가 연기해달라고 EU에 요청해야 한다.

이로써 모두가 ‘재앙적 결과’를 경고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질 가능성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우선 브렉시트를 연기하려면 EU 나머지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EU는 3월4월에 이미 두 번 이나 연기에 동의해줬다. 그러나 EU가 또 연기에 동의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영국은 여전히 기존 탈퇴 합의안에도, 새로운 합의안에도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다만 아직까지는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영국 의원들의 노력을 EU가 냉정하게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영국 가디언은 “EU는 자신들이 영국을 쫓아낸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바랬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영국을 한 때 세심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묘사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특히 그와 같은 역사의 무게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존슨 총리의 앞선 조치에 따라 영국 하원은 이날을 끝으로 10월14일까지 장기 정회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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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유럽연합 #보리스 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