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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추모의 빔 라이트는 16만 철새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88개의 빔 서치라이트가 점등하며, 하늘을 향해 빛을 쏴 올린다.

  • 박세회
  • 입력 2019.09.10 14:19
  • 수정 2019.09.10 14:41
The Tribute in Light beams up into the New York City skyline from the rooftop of a garage in lower Manhattan on Sept. 5, 2018. (Photo: Gordon Donovan/Yahoo News)
The Tribute in Light beams up into the New York City skyline from the rooftop of a garage in lower Manhattan on Sept. 5, 2018. (Photo: Gordon Donovan/Yahoo News) ⓒYahoo News Photo Staff

매년 9월 11일 밤이면 뉴욕시 맨해튼 남쪽에 있는 배터리 파킹 개러지(Battery Parking Garage) 옥상에서 88개의 빔 서치라이트가 점등하며, 하늘을 향해 빛을 쏴 올린다. 두 개의 직사각형으로 된 기둥이 구름에 닿는 장면은 언제나 장관이다. 2001년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뜨린 테러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일종의 설치 미술인 셈이다. 설치 미술의 제목은 ’트리뷰트 인 라이트’다.

그런데, 이 불빛이 16만 철새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오듀본협회(National Audubon Society)의 뉴욕 지부가 촬영한 아래 영상을 보면, 불빛을 보고 몰려든 나방처럼 하늘에 닿은 조명 기둥 사이를 배회하는 새 떼를 볼 수 있다. 영상에서 하얀 점으로 보이는 것들이 모두 철새들이다. 

뉴욕타임스는 박쥐나 벌레 등과 같이 이 새들이 불빛에 사로잡혀 이동 경로를 이탈한다고 밝혔다. 비극적이게도 9월 11일은 철새들이 서식지를 옮기는 가을 이주가 한창인 시기다. 뉴욕을 가로지르던 새 떼의 무리, 특히 울새 떼가 추모의 빛기둥에 사로잡혀 다음 서식지로 이동하는 경로를 이탈해 모여든다. 이 행사로 위험에 처하는 새의 개체 수는 16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들은 서식지에서 서식지로 엄청나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불빛에 사로잡혀 경로 바깥으로 우회하게 되면 체력 고갈로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특히 계속 불빛 주위를 맴도는 선회 비행을 하다가는 서로 부딪혀 심각하게 부상 당하거나 탈진해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다행히 트리뷰트 인 라이트 주최 측과 조류학자, 환경보호 단체들이 협력해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쌍안경과 맨눈 그리고 레이더 장비를 활용해 빔 라이트에 사로잡힌 새의 숫자를 세고 이 숫자가 100이 넘어가면 새들이 소개할 수 있도록 20분 동안 불을 끈다.

20분의 암흑으로 충분할까? 트리뷰트 인 라이트가 철새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다행히도 효과적이다. 레이더 연구로 이 인공물에 몰려든 새 떼의 밀도를 분석한 연구진은 소등 10분 후에 거의 모든 새 떼들이 조명 근처를 떠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 있다. 불빛으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새 떼들이 고층 건물이 가득 찬 뉴욕의 빌딩 숲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가 문제다. 특히 투명하거나 거울처럼 비치는 유리 재질의 외장재로 덮여있는 건물들이 위험하다. 뉴욕시에서만 매년 23만 마리가 건물에 부딪혀 죽는다. 조류학자 수잔 엘빈은 뉴욕타임스에 ”불빛이 새들을 유혹하고, 유리창이 새들을 죽인다”라고 밝혔다. 현재 뉴욕시 의회에는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노베이션할 때 새들이 부딪혀 죽는 비율을 줄일 수 있는 유리 외장재를 쓰도록 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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