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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재석급 MC '타무라 아츠시'가 대학원에 간 이유는 "죽는 방법" 때문이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타무라 아츠시
타무라 아츠시 ⓒHUFFPOST JP

TV 아사히의 초 장수 프로그램 ‘런던 하츠’의 MC인 타무라 아츠시가 명문 게이오대학교 대학원의 미디어 디자인 연구과에 입학했다.

허프포스트 JP는 9월 6일 타무라 아츠시(이하 대중에게 친숙한 이름 ‘아츠시’로 표기)를 만나 대학원에 가게 된 이유를 물었다.

1973년생인 아츠시는 야마구치현립 시모노세키 중앙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게 최종 학력이다. 2017년 아메바 TV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츠시가 사립 명문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법학부에 들어가기 위해 센터 시험(우리나라의 수능에 해당)을 준비하는 모습을 기획한 바 있다. 실제로 입학 원서까지 넣었으나 결과는 전부 불합격. 그러나 아츠시는 대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8년 4월부터 게이오 대학의 통신 과정을 시작했으며, 중퇴 후 2019년 4월에 대학원에 들어갔다. 일부 대학원 중에는 대학을 반드시 졸업하지 않아도 연관 분야에서의 경력이 인정되면 입학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게이오대학 대학원의 미디어 디자인 연구과(KMD)에 대해 알게 된 것 역시 그즈음이다. 프로젝트를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계획, 법률, 경영,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기법 등을 배운다는 얘기를 듣고 ”반드시 여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KMD는 산학 협력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며 이 실행을 바탕으로 논문을 써 학위를 받는 기관이다. 

아츠시는 이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학과교수들 앞에서 면접 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게이오 교수가 3명이 줄을 지어 어려운 질문을 해대는 통에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른 채 약 10분여가 지나자 초조함이 밀려왔다.

″전혀 답을 못하고 있잖아”라는 생각과 함께 ”분명히 떨어졌다”고 좌절하고 있던 상태. 한 교수가 물었다. ”그래서, 대학원에 들어오면 뭘 하고 싶은가?”

아츠시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사람은 살 때는 여러 문제에 대해 주체적으로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는 방법에 대해서만은 전혀 다릅니다.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접근해보고 싶습니다.”

이 대답을 기점으로 면접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그 전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질문들까지 ”다시 답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후 아츠시는 지난 4월부터 8월 초까지 주 5일 거의 매일 대학원에 나갔다. 아츠시의 나이는 45세. 그가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통신 대학교를 중퇴한 것이 더 큰 자극이 됐다. 대학교를 한 번 포기했다는 사실이 다시는 포기하지 못하도록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다. 

지난 4월 KMD에 입학한 아츠시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면접 때 대답한 주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람의 죽는 방법에 대해 더 다양한 제안을 하는 것”이 아츠시 프로젝트의 주제다. 구체적으로는 ‘itakoto(이타코토)‘라는 유서 영상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죽은 자의 혼령에 빙의하는 무당을 뜻하는 일본 동북지방의 방언 ‘이타코’에서 따왔다. 

″연명 치료는 하지 말아달라”아든지 ”이런 애도를 받고 싶다”든지 아직 건강할 때 자신이 죽는 방법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는 서비스다. 아츠시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서비스를 론칭해야 KMD를 수료할 수 있다. 

아츠시가 구상 중인 서비스는 일반적인 유서와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면 유서 영상의 공개 시한을 걸어두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저는 45세입니다. 지금 영상을 남겨서 제 딸이 45세가 되었을 때 볼 수 있도록 한다면 재밌지 않을까요? 같은 세대로서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죽기 전에 남기는 유언과는 조금 다를 것입니다.”

이런 영상을 자식이나 손주의 인생의 특정한 시점마다 남겨 두는 것 또한 가능하다.

″이렇게 ‘시한장치‘를 걸어두면 떠나는 사람도 마음이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딸 아이가 서른이 되면 내가 남긴 영상을 보겠지‘, ‘손자가 성인이 되면 그 장치가 있지’라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세상을 떠날 때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츠시는 ”기술적인 것뿐 아니라 법률이나 의료, 윤리 등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라며 ”변호사나, 병간호 종사자 등 함께 일하는 사람을 늘리고, 함께 배우면서 프로젝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정말로 즐거워서 어쩔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허프포스트 JP의 타무라 아츠시 인터뷰를 번역·편집했습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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