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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디터의 신혼일기] 매일이 파티였던 결혼생활이 갑자기 노잼된 썰

내 결혼생활이 갑자기 노잼이 된 원인은.

Man in Underwear, Looking Down
Man in Underwear, Looking Down ⓒCSA Images via Getty Images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시작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풋살장이었다.

내 결혼생활이 갑자기 노잼이 된 원인은 집에서 멀리 있지 않았다.

띠용?

남편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축구하러 간다고 해놓고, 몸보다는 입으로 공을 컨트롤하는 스타일이었다.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공이 오면 그때만 살짝 움직이고, 자기한테 공이 멀리 있으면 여기저기 지시만 내리는, 굳이 비유하자면 손흥민혼다도 아니고 왕십리프리킥 김흥국에 가장 가까운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내 인생노잼이 시작된 그 날은 달랐다.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자주 볼을 차던 동생이 ‘생활축구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생활축구라고 해도 어쨌든 ‘지도자’라면, 일반인들과는 클라스가 다르다. 그는 내 남편에게 평소 하던 준비운동이 아니라 고강도 트레이닝을 시키기 시작했다. 운동과 담 쌓은지 어언 10년이 되어가는 우리 과장님께서는 무릎을 부여잡고 주저앉으며 온 몸의 모공모공마다 용솟음치는 땀잔치를 벌였지만 지도자는 냉철했다. 그의 엄격함만큼은 생활축구지도자가 아닌, 파울루 벤투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D급 지도자의 강력한 트레이닝 끝에 지옥을 맛보고 돌아온 남편은 헬갤러로 흑화해 버렸다.

그리고 내 결혼생활은 개노잼이 됐다.

원래 우리 부부는 매주 주말마다 언니오빠동생동창친구원수아군적군 할것없이, 아니 적군은 빼고ㅎㅎ 전쟁중인 국가니깐... *간첩신고는 111. 어쨌든 적군만 빼곤 죄다 초대해서 뼈와 가죽이 삭을 정도로 놀아제끼며 인생을 낭비하곤 했다. 망원동에 나래바가 있다면 마포에는 뉴자까야가 있었던 것이다. 정 초대할 사람이 없는 날에는 그냥 우리 둘이 뉴자까야의 조명을 켜놓고 밤을 불사르곤 했다.

그야말로 쾌락과 사랑과 뱃살 턱살이 쌓이는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그 생활을 갑자기 청산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도 아직 나는 건강보다 쾌락이 중요한 20대이고, 자기는 과장님이면서!!!! 하지만 그는 이미 잠시 멍때리는 순간에도 근손실을 우려하는 ‘핼갤러’가 되어 있었다.

목요일 저녁.

“오빠 내일 머할꺼야? 저번에 가보고 싶었던 그 포차, 피터오빠랑 같이 가자”

“안 돼. 토요일 아침 용산에서 운동이야.”

“그럼 토요일 저녁은?”

“그냥 지금 우리 같이 운동하러 갈래? 자꾸 말 하니까 근손실 오는 거 같아서...”

그렇게 남편은 혼자 운동하러 나갔고, 나는 혼자 맥주를 마셨다. 노잼 라이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생맥주 한 잔이 간절해 미치겠는데, 남편은 옆에서 근력 운동 중이다. 쓰는 동안에 근손실 오는 이 기분...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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