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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윈스턴 처칠 손자가 '총리에 반기 들었다'는 이유로 보수당에서 쫓겨났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제안한 '조기총선'안은 부결됐다.

  • 허완
  • 입력 2019.09.05 19:58
  • 수정 2019.09.05 20:04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speaks in the House of Commons in London, Britain September 3, 2019. ©UK Parliament/Jessica Taylor/Handout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speaks in the House of Commons in London, Britain September 3, 2019. ©UK Parliament/Jessica Taylor/Handout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Handout . / Reuters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에도 끝까지 런던을 지키며 국민들을 독려했던 영국의 ‘국민영웅’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총리의 손자가 보수당에서 사실상 쫓겨나게 된 21명에 포함됐다. 브렉시트에 관한 3일(현지시각) 의회 표결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보수당은 당론을 어기고 야당 편에서 표를 던졌던 21명에 대해 보수당 공천을 박탈했다. 이에 따라 해당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으며, 남은 임기 동안에는 무소속으로 활동하게 됐다. 당원 자격까지 상실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당에서 쫓겨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다만 지역구 지지자들의 지지가 있다면 공천자격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칠의 막내딸 메리 솜스의 장남인 니콜라스 윈스턴 솜스(71) 하원의원은 3일 보수당의 당론을 어기고 야당 의원들 편에 선 21명의 ‘반란군’ 중 하나였다. 49년째 하원의원으로 활동중인 최장수 의원(The Father of the House)이자 원로 정치인인 켄 클라크, 전 재무장관 필립 해먼드 등도 같은 이유로 ‘살생부’에 올랐다. 로이터는 이날 공천이 박탈된 보수당 의원들의 의정활동 경력을 합하면 330년이 넘는다고 집계했다.

보수당의 원내 의석수도 310석에서 28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650석 중 의결권이 없는 의석을 뺀 639석의 과반인 320석에 턱없이 모자란다.

보수당은 지난 총선에서 의석을 잃은 뒤 10석을 보유한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의 ‘신임과 공급’ 협의를 통해 겨우 과반을 유지해왔으나 3일 필립 리 의원이 탈당한 뒤 자유민주당(LibDem)으로 옮기면서 과반 의석을 상실한 바 있다.

 

″나는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라 나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웠던 37년 간의 하원의원직을 (이번 임기를 끝으로) 마감하게 됐다.” 4일(현지시각) 동료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에 나선 솜스 의원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잠시 미세하게 떨렸다. ”이런 식으로 (임기가) 끝나게 되어서 정말 슬프다.” 

″나는 우리가 브렉시트를 놓고 씨름하는 데 시간을 쏟는 동안 안타깝게도 방치되어야만 했던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결국에는 해낼 수 있도록 하원이 타협과 겸손, 이해의 정신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솜스 의원의 말이다. 동료 의원들은 각료들을 향해 ”창피한 줄 알라!”고 외쳤다.  

이날 하원은 일명 ‘노딜(no deal) 브렉시트 저지법’을 찬성 327표, 반대 299표로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예정된 날짜에 무조건 EU를 탈퇴하겠다던 보리스 존슨 총리의 계획을 저지한 것이다.

이 법안은 10월19일까지 유럽연합(EU)과 합의를 맺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다. 두 가지 모두 실패할 경우에는 현재 10월31일로 예정되어 있는 브렉시트를 내년 1월말까지 추가로 연기해달라고 EU에 요청하도록 했다. EU가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수용하거나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면 총리는 이를 무조건 수용하도록 했다.  

이 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던 존슨 총리는 법안이 가결된 직후 자신이 예고했던 것처럼 조기총선을 개최하기 위한 안건을 상정했다. 현재의 하원을 해산하고 10월15일에 조기총선을 개최하는 안이다.

그러나 이 안건은 찬성 298표, 반대 56표로 부결됐다. 조기총선을 실시하려면 전체 하원 의석의 3분의 2 이상인 434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노딜 브렉시트 저지법’이 발효된 뒤에야 총선 실시에 동의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노동당 의원들은 대거 기권했다. 자유민주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 등 다른 야당 의원들도 표결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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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보리스 존슨 #윈스턴 처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