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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수영선수 성폭행의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내고 대중에 나섰다

재판정에서 읽었던 성명을 읽었다

  • 박세회
  • 입력 2019.09.05 11:59
  • 수정 2019.09.05 12:05
샤넬 밀러
샤넬 밀러 ⓒ"60 Minutes"/CBS NEWS

″넌 나를 모르지만, 나를 침범했지. 신문에서 나의 이름은 ‘의식이 없고, 술 취한 여성’ 이었어. 10글자. 그것밖에 없었어.”

지난 2016년 만취한 여성을 성폭행하고도 6개월 형을 받아 공분을 샀던 미국 국가대표 수영 선수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CBS의 한 방송에 출연해 가해자를 향해 한 말이다.

이전까지 모든 뉴스에서 ‘에밀리 도‘(익명의 여성을 지칭하는 이름)로만 표기된 그는 이날 ‘샤넬 밀러’라는 본명과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그의 말은 계속 됐다. 

″나는 나의 진짜 이름, 나의 정체성을 다시 배우도록 나 자신을 몰아붙여야 했지. 난 이게 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배워야 했어. 너는 유죄가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고한, 최고 대학에 다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수영 선수지만, 나 역시 그저 동아리 파티에서 술에 취해 쓰레기통 뒤에서 발견된 피해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배워야 했어.”

터너는 지난 2015년 1월 스탠포드대 캠퍼스에서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샤넬 밀러를 성폭행한 죄로 고작 6개월 형을 받았다. 이날 밀러가 읽은 성명은 2016년 3월 터너가 6개월 형을 받기 직전에 재판장에서 한 피해자의 최후 진술 그대로다.

당시 터너의 재판을 주재한 애런 퍼스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지방법원 판사는 ”터너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한 인물을 아닐 것”이라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지만, 죄질이 나쁜 성폭행에 대한 형량으로선 지나치게 낮다는 반발이 일었다.

터너가 명문대 출신의 백인 스타 수영선수였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낮았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녀는 이어진 성명에서 그날의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내가 기억하는 다음은 들것에 실린 채 복도에 있었다는 거야. 마른 핏자국이 묻어 있었고 내 손등과 팔꿈치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지. 난 아마도 내가 어딘가에서 떨어져서 캠퍼스 관리사무소에 있는 거로 생각했어. 난 침착했고, 내 자매들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했지. 한 경찰이 내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해줬어. 난 차분하게 아마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해줬지.”

이어 그는 자기의 정신 상태가 사건 이후 어떻게 황폐해져 갔는지를 밝혔다.

″나의 독립성, 타고 난 낙천, 상냥함, 내가 즐겼던 안정적인 삶의 방식은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망가졌어. 나는 점점 폐쇄적으로 됐고, 분노했고, 자신을 비하했고, 피로했고, 짜증을 냈고, 공허해져 갔지. 그 시절의 고립감은 견디기 힘들었어.”

이어 그는 ”세상 어디에고 있는 여자들아, 난 너희와 함께야. 밤에 네가 외로울 때 난 너와 함께야”라며 ”사람들이 네 말을 믿지 않고 의심하고 묵살할 때 나는 너와 함께야. 항상 너희와 함께 싸울게. 그러니 싸움을 그만두지 마, 나는 너희를 믿어”라고 밝혔다.

한편 샤넬 밀러는 오는 24일 사건 이후 그녀가 겪은 미국 사법 시스템의 폐해와 피해자로서 정신 건강 상태의 변화 등을 기록한 회상록 ‘제 이름을 아세요’(Know My Name)를 펴낸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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