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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03일 17시 48분 KST

“여자 아나운서는 젊어야 한다” 지역 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남성 아나운서 정규직 비율이 3배 이상 높다.

유지은, 김지원
‘채용 성차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대전엠비시의 유지은, 김지원 아나운서는 2일부터 대전엠비시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16개 문화방송(MBC) 지역계열사에 근무하는 여성 아나운서 40명(8월 기준) 가운데 정규직은 11명(27.5%)뿐인 반면 남성 아나운서는 전체 36명 가운데 31명(86.1%)이 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아나운서 정규직 비율이 3배 이상 높다.

앞서 대전MBC 프리랜서 여성 아나운서로 입사한 유지은·김지원 아나운서는 지난 6월 이런 고용 형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문화방송 본사의 경우 통상 공개채용 형태로 아나운서를 성별과 관계없이 정규직으로 선발해왔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문화방송 지역계열사의 여성 아나운서는 대부분 프리랜서나 계약직 형태로 고용됐다. 여성 정규직 아나운서 11명 가운데 4명은 최근 2년(2018년∼2019년) 동안 입사했고, 2명은 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였다. 반면 남성은 대부분 입사 연도와 관계없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문제는 프리랜서·계약직 아나운서가 정규직과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근무 지시를 받는 등 사용종속관계에 있음에도 고용 형태나 기본급, 연차휴가, 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점이다. 대전엠비시의 유지은·김지원 아나운서는 인권위 진정 당시 각각 티브이·라디오 프로그램 3∼4개를 맡고 있었고, 다른 정규직 남성 아나운서 2명도 총 4개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두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지난해 새로 입사한 남성 후배 아나운서보다 매달 80만~100만원가량 적은 임금을 받았다. 두 아나운서는 인권위에 “여성 아나운서를 용역직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연령을 이유로 적시에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진정했다.

이처럼 성별에 따른 ‘채용 차별’은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노동 환경을 고발했던 김도희 전 지역 민영방송 아나운서는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여성 아나운서는 ‘수명이 짧다’는 얘기를 대놓고 하는 분위기”라며 “인사권자가 대부분 남성이다 보니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성 아나운서는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던 아나운서 중 남성만 국장과의 면담을 거쳐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여성 아나운서는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넣은 뒤에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 아나운서는 젊어야 한다’는 편견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어 여성을 정규직으로 진입시키지 않겠단 의지”라며 “채용 단계별로 성비를 공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역계열사의 제작·보도 담당자들은 “차별적인 부분이 있다”고 일부 인정하면서도 “관행”과 “관례”라고 답했다. 한 지역계열사 편성제작국의 ㄱ씨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남성 아나운서보다 여성 아나운서에게 (빨리) 질리고 거부감도 강하다”며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시작된 차별이 아이엠에프(IMF)를 지나 지역방송사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지역계열사의 보도국장 ㄴ씨는 “‘여성은 숙직도 못한다’는 생각이 있던 시절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았는데 그런 관행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여성 아나운서를 방송국의 상징으로 보고, ‘나이든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아나운서’ 구도에 익숙한 문화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