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9월 03일 11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9월 03일 11시 46분 KST

20세기의 이미지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군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Bettmann via Getty Images
While New York's thousands rush to crowded restaurants and congested lunch counters for their noon day lunch, these intrepid steel workers atop the 70 story RCA building in Rockefeller Center get all the air and freedom they want by lunching on a steel beam with a sheer drop of over 800 feet to the street level. The RCA building is the largest office building in terms of office space in the world. (original caption). Image taken 9/20/32; filed 9/29/32.

″뉴욕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이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달려가는 와중에 이 용감무쌍한 철강 노동자들은 록펠러 센터의 70층짜리 RCA 빌딩의 꼭대기, 243m에 매달린 아찔한 철재 빔 위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신선한 바람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대공황이 절정에 달했던 1932년 10월 2일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일요판 사진 부록에 실린 이 사진에는 위와 같은 설명이 붙었다. 마치 뉴욕의 고층 빌딩 공사 현장에서는 11명의 노동자가 H빔 위에 올라가 점심을 먹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한 말투다. 이들의 노력이 있기에 도시 노동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긴다. 

그러나 이 사진은 아직도 뉴욕 시에서 22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을 홍보하기 위해 찍은 광고물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11명의 노동자들은 실제 용접공들이었으며, RCA 빌딩의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점심을 빔 위에서 먹지는 않았다.

사진 작가가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빔 위에서 수차례 포즈를 잡아줄 것을 부탁했고, 그 목적은 빌딩의 홍보였다. ’100장의 사진’ 중 하나로 이 사진을 선정한 타임매거진의 설명을 보면 ”인부들이 느끼는 편안함은 진짜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거대한 RCA 빌딩을 홍보할 목적으로 연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사진을 찍은 날 비슷한 홍보 사진의 다양한 시안이 촬영됐다. 옥상에서 축구를 하는 노동자들, 강철 빔 위에서 낮잠을 자는 사람, 미국 깃발을 흔드는 남자 등이다. 그러나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부록에 실린 건 이 사진이었다는 설명이다. 

사진가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하다. 한때 1978년에 사망한 사진가 찰스 C 에버트가 이 사진을 찍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록펠러 센터 측에서 해당 시기에 보낸 송장 등이 증거였다. 특히 이 사진이 촬영된 날 그가 RCA 건물 현장에 있는 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에버트 외에도 윌리엄 레프트위치와 토마스 켈리라는 사진가가 촬영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세 사람 중 누가 이 사진을 찍었는 지를 지금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미국에선 9월의 첫 번째 월요일이 노동절이다. 빌딩을 홍보하기 위해 찍은 이 사진은 노동절과 현장 노동자의 상징으로 남았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