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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그래서 이재용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수감 위기 이재용, 전조는 지난 2월부터 있었다

  • 백승호
  • 입력 2019.08.30 18:28
  • 수정 2019.08.31 12:49

8월 29일, 대법원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을 청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해 ”뇌물죄 법리해석에 관한 위법이 있다”며 재판을 다시 할 것(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재용이 다시 실형을 살 확률이 높아졌다.

 

‘3·5법칙’ 벗어난 이재용

이 사건의 쟁점은 이재용의 뇌물액이다. 더 정확히는 뇌물을 주기위해 회삿돈을 탈루한 횡령액이다. 이재용의 횡령액이 36억인지 88억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조문이 달라진다.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 적용되는 범죄다. 그러나 액수가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된다. 5억 이상 50억 미만은 3년 이상의 징역, 50억이 넘을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Agencia EFE

 

3년과 5년의 차이는 크다. 바로 집행유예를 가르는 선이기 때문이다. 형법 제62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경우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을 36억으로 판단,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3·5법칙‘이란 게 있다. 법원이 재벌가 총수나 그 일가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실형을 피하게 해준다는 관례를 비꼬는 말이다. 이재용 부회장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과거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일부 혐의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수백억원대 횡령 및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기소된 두산그룹 박용오·박용성 전 회장, 자금·횡령 등으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모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도 그 전례를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횡령 범위를 88억가량으로 보면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그의 횡령액을 36억으로 줄이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이번 재판은 이재용 부회장만 엮인 게 아니었다.

 

수감 위기 이재용, 전조는 지난 2월부터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피고인에 대한 상고심 판단이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 재판은 원래 대법관 4명이 참여한다. 그러나 재판관 사이에서 이견이 있는 경우,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파급이 큰 경우 등은 전원합의체로 회부한다.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AFP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은 모두 ‘국정농단‘으로 엮여있다. 이 사건 관련 쟁점을 쉽게 정리하면 이렇다. 이재용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도움을 얻기 위해 박근혜에게 청탁했다. 박근혜는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지시하는 등 도움을 주었다. 이재용은 박근혜와 긴말한 관계에 있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위해 이득을 제공했다.

원심 재판부의 ‘징역 5년‘이 깨진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이었다. 이재용을 담당한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 측이 최순실에게 제공한 ‘말 3마리‘에 대해 무상 사용만 하게 했을 뿐 소유권을 이전한 게 아니라며 ‘말 구입비‘가 아니라 ‘말 이용비‘만 뇌물액으로 봤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해서는 삼성 측이 돈을 건넨 것은 맞지만 이재용과 박근혜 사이에 명확하게 합의된 ‘청탁의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가지 쟁점이 뇌물이 아닌 게 되면서 이재용의 횡령 액수는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같은 사안에 대해서 박근혜를 담당한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박근혜를 재판한 항소심 재판부는 말 3마리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이유로 말 구입대금을 뇌물로 보았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과 관련해서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이라는 청탁이 있었다며 뇌물죄로 인정했다. 

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피고에 따라 범죄 유무가 달라진 상황이었다. 결국 지난 2월, 대법원은 박근혜, 이재용, 최순실에 대한 상고심은 병합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세 건의 재판 모두 일치된 판결을 내리겠다는 설명이다.

 

다시 한번, 어쩌면 두번 더 재판을 받게 될 이재용

대법원은 29일 재판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재용의 뇌물죄에 대한 판단을 잘못 했으니 대법원의 해석 취지에 맞게 다시 판단하라는 의미다.

‘박근혜 재판‘과 ‘이재용 재판‘의 결과가 충돌하는 가운데 대법원은 중요 쟁점인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모두 박근혜를 재판한 항소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말 3마리‘와 관해 대법원은 ”이재용은 최순실이 가급적 만족할 수 있도록 원하는 대로 뇌물을 제공하되 그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였기 때문에 실제 말의 소유권 이전 여부와 상관 없이 ”(말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말 3마리’의 구입 가격 전체를 뇌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청탁의 실체가 있음을 인정하며 뇌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 또는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며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여 정부의 중요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등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파기 환송이 결정됨에 따라 항소법원은 대법원이 지적한 부분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결정 취지를 벗어날 수 없다. 대법원의 가이드라인 대로 판결해야 한다. 따라서 사실관계를 뒤바꿀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재용의 횡령액은 88억여원으로 확정되며, 특경법상 5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재용의 집행유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법원의 결정 중 1심 재판과 다른 게 하나 있다. 바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던 약 36억원 상당의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부분이다. 만약 이 죄까지 유죄로 판단됐다면 이재용에 대한 선고형은 징역 5년이 아닌 7년 6월이 하한선이 된다.

이재용의 선고형 하한선이 5년일 경우, 항소심 법원이 이재용에 대해 작량감경을 적용할 경우 2년 6월로 선고형을 낮출 수 있다. 작량감경은 피고인에게 정상 참작의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부 재량으로 형의 상한과 하한을 ‘2분의 1’로 감량하는 것을 의미한다.

 

ⓒSouth China Morning Post

이재용은 지난 항소심 재판에서도 작량감경을 적용받았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수동적으로 뇌물을 건넸으며, 그에 따른 특혜나 이익을 얻은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재용과 박근혜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뇌물의 성격이 ‘적극적 뇌물’로 바뀐 상황이다. 작량감경 사유가 사실상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측 변호인이 새로운 작량감경 사유를 찾아내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작량감경을 통해 다시금 재판부가 ‘3·5법칙’을 적용한다면 형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검사 측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된 사건이 아니면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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