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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던진 3가지 질문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는 빙산의 일각"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기업분야 증인들이 출석해 있다. 왼쪽부터 이치우 전 LG 생활건강 생활용품, 박헌영 LG 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박동석 옥시 RB 대표이사, 곽창헌 옥시 RB 대외협력전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기업분야 증인들이 출석해 있다. 왼쪽부터 이치우 전 LG 생활건강 생활용품, 박헌영 LG 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박동석 옥시 RB 대표이사, 곽창헌 옥시 RB 대외협력전무. ⓒ뉴스1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열렸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과 피해구제를 위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시청에서 진행한 청문회였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에 출시된 후 2011년까지 약 990만개의 제품이 판매됐다.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사람은 400만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피해자 숫자는 49만명에서 5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2019년 8월 23일 기준으로 피해신청은 6509명으로,  전체 피해 추정자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사업자의 손해배상채무가 인정되는 피해자는 835명(2019년 7월 29일 기준) 뿐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이 폐질환과 천식·태아 피해 등에만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특조위가 청문회에 앞서 준비한 질문은 크게 3가지였다. 

첫번째 질문은 참사의 1차적인 책임자인 기업을 향했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들 중 대기업 4곳인 SK케미칼, 애경산업, LG생활건강, 옥시RB의 관계자를 소환해 그들이 참사발생과 대응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 또 향후 피해구제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지 물었다.

두번째 질문은 정부에게였다. 참사의 대응과정에서 가해기업에 대해 책임 추궁을 어떻게 했는지, 피해자들의 보호를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했는지를 질문했다. 선진국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유발한 물질을 이미 십수년 전에 유해물질로 지정했는데도, ‘정보 부족, 법·제도 미비로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는 환경부에 대해서도 책무를 이행한 것이 맞는지를 물었다.

세번째 질문은 ‘왜 아직도 대다수 피해자들이 건강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가’였다. 가습기살균제 사고의 인지 시점인 2011년부터 6년이 지난 뒤인 2017년이 되어서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는데, 이후 시행령에서 피해인정질환을 축소한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그러나 기업도 정부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청문회 첫째날인 27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사건이 알려진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사과를 했지만,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황필규 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부터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사과가 아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황 위원은 ”진실규명에 대해서 스스로 밝혀야 하며 적어도 피해자의 어느 수위까지는 책임져야 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최선을 다하겠다”, ”노력하겠다”는 답이 돌아왔을 뿐이다.

청문회 둘째날인 28일 옥시레킷벤키저 박동석 대표는 ”정부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최대 피해자를 발생시킨 회사로 꼽힌다. 박 대표는 “1994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판매했을 때나 1996년 옥시가 유사 제품을 내놨을 때 정부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래(왼쪽) 환경부 장관과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조명래(왼쪽) 환경부 장관과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부 측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질타를 받았다. 특조위 측이 정부 측 증인에게 ‘피해 사례를 찾는 노력이 미진하다’고 지적하자 ”일선의 고충도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은 ”현직 대통령이 사과했습니다. 거기에 꼬리 붙일 게 뭐 있습니까?”라고 말해 방청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사건이 알려진 지 8년이 지나서야 열린 청문회였지만,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 찾기’였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청문회에 참석하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전체 수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환경부 정책으로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이 같은 답을 이끌어 낸 건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질의였다. 최 부위원장은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는 가습기 살균제 전체 피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부 각 부처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노력해 이 빙산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위원장은 정부의 피해자 찾기 방안(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지역 보건소를 통해 각 가구를 방문하며 진행하는 지역사회건강조사 활용,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는 전 국민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지역사회건강조사를 활용하는 방안은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시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건보공단의 데이터에 대해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된) 특정 질병의 빈도를 확인해 피해자를 추적하는 방법 등을 찾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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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가습기살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