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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구글 엔지니어가 자율주행 기술을 훔쳐 우버에 판 혐의로 기소됐다

자율주행이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를 알 수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9.08.28 15:21
  • 수정 2019.08.28 15:22
지난 27일 산호세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는 레반도프스키와 그의 변호인.
지난 27일 산호세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는 레반도프스키와 그의 변호인. ⓒASSOCIATED PRESS

구글 전 엔지니어가 자율주행차 기술 정보를 우버에 판 혐의로 기소됐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인 웨이모가 2017년에 제기한 소송과 연관이 있다. 우버는 작년에 2억 4500만 달러에 합의하기로 동의했지만, 재판장은 도난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만큼의 증거를 살핀 뒤 형사 수사를 시작하라는 흔치 않은 권고를 했다.

우버는 로봇 차량을 연구 중인 웨이모를 비롯한 수십 개의 기업을 잠재적인 경쟁자로 여겼으며 자율주행 기술이 우버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아직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우버의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기사의 인건비다. 우버가 무인 주행이 가능한 차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이유다.

로봇 차량의 선구자인 앤서니 레반도프스키(39)는 영업기밀 33건을 훔친 혐의로 기소되었다. 각 건으로 최고 10년형과 25만 달러 벌금을 받을 수 있으며, 모두 유죄로 결정된다면 총 벌금은 825만 달러(한화 약 100억원)가 된다. 레반도프스키의 변호인 측은 “그는 누구에게서 어떤 것도 훔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이미 1년도 더 전에 합의된 민사 사건에서 신빙성이 없다고 밝혀진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우버와 트래비스 칼라닉 전 CEO가 표적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구글, 웨이모, 우버가 수사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우버는 8월 27일에 계속해서 협조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우버가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2년 전 칼라닉을 버린 이후 일어난 일련의 스캔들에서 회복하려 해온 우버에겐 타격이다. 그 기간동안 우버 사내에서 일어난 노골적인 성희롱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또한 우버가 단속 기관을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디자인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승객 5700만명·기사 60만명의 개인정보를 훔친 해킹을 1년 동안 숨긴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우버가 과연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투자자들은 이미 회의를 품고 있다. 이번 사건은 새로운 타격이 될 것이다. 주식 공모가 화제가 되었던 5월에 비해 주가가 25% 정도 떨어진 주요 원인도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 후 우버의 주가는 1%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FBI는 복잡한 이번 사건 수사가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기술 보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 담당자 존 베넷은 “실리콘 밸리는 거친 서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레반도프스키는 자수했으며, 보석금 200만 달러를 내고 당일에 석방되었다. 검찰은 레반도프스키가 부유하며 미국과 프랑스 이중국적 보유자라 도주의 위험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그를 가석방하는 데 동의했다. 레반도프스키는 미국과 프랑스 여권을 FBI에 제출했으며 GPS 추적 장치가 달린 발찌를 당분간 착용해야 한다. 석방 조건이 구체적으로 정해질 때까지 공항 방문도 금지된다.

기소장에서 검찰은 레반도프스키가 몇 년 치의 일급 비밀 정보를 훔쳤으며, 이 기술이 웨이모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레반도프스키가 훔쳤다고 주장하는 핵심 기술 중에는 자율주행차가 주위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라이다(lidar,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더) 등이 있다.

웨이모 재판에서 칼라닉은 우버가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라는 초창기의 위치를 유지하려면 자율주행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구글의 기술을 훔치려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칼라닉은 구글이 로봇 차량으로만 이루어진 자체 차량 호출 서비스를 론칭하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전까지는 구글을 협력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칼라닉은 우버의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 2015년에 당시 구글에 있던 레반도프스키를 영입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레반도프스키는 16년 초 구글을 떠나 구글의 전 직원 리오르 론과 함께 자율주행 트럭 기업 오토(Otto)를 만들었다. 우버는 2016년 6억 8천만 달러에 오토를 인수했다. 구글에서 2016년에 분리된 웨이모는 레반도프스키가 오토를 만들기 위해 퇴사하기 전 기밀문서 14,000건을 다운로드 받았다고 주장한다.

우버는 이 문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부인했으나, 레반도프스키가 스스로의 증언으로 유죄가 되는 것은 자신의 헌법 상의 권리에 위배된다고 계속 주장하자 결국 해고했다. 레반도프스키는 변호인의 성명을 통해 허가받은 구글 직원으로서 다운로드 받은 것이며, 우버나 다른 기업으로 가져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버의 전 보안 전문가 리처드 제이콥스가 우버는 웨이모 등 경쟁 기업 대상 스파이 팀을 꾸렸고 훔친 기술을 감출 방법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 것이 공개되어 웨이모 민사 사건은 더욱더 수상쩍은 낌새를 띄었다.우버가 신규 상장을 앞두고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구글과 레반도프스키 사이에는 중재 절차에 접어든 별도의 건도 있었다.

이 중재 절차에서 레반도프스키는 구글에 1억 2,70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레반도프스키가 CEO로 있던 오토를 인수할 때 계약에서 보장했던 내용에 따라 우버는 이 합의금 중 전액 또는 일부를 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버 측은 이 건은 빠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우버에서 해고된 뒤 프론토라는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프론토는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레반도프스키가 더는 자신들의 CEO가 아니라고 27일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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