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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감기에 걸린 아이가 강박 장애나 틱장애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이유는?

연쇄상구균 감염으로 인한 자가면역성 장애

  • 박세회
  • 입력 2019.08.27 14:02
  • 수정 2019.08.27 14:29
ⓒvitapix via Getty Images

A군(群) 연쇄상구균 박테리아로 인한 인후염이나 화농증은 아이들이 흔하게 걸리는 질병 중 하나다. 연쇄상구균이라 하면 대단한 병원균을 말하는 것 같지만, 감기나 목감기의 증상을 유발하는 수많은 병원균 중 하나다.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인두와 후두에 염증이 생겨 목이 붓고 열이 나기도 한다. 

연쇄상구균과 관련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는 못했으나 매우 중요한 가설이 있다. 연쇄상구균에 감염된 일부 아동이 잘못된 면역 반응을 일으켜 뇌의 세포를 공격해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가설이다. 이를 ‘연쇄상구균 감염으로 인한 어린이의 자가면역성 정신신경 장애증’(PANDAS)이라 부르며 지난 십수년간 정신의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2017년에 발표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를 보면 상관관계는 존재한다. 연구팀은 덴마크 국가건강서비스등록(DNHSR)에 등록된 18세 이하 환자 106만여 명의 17년간 추적 데이터와 정신질환 진단등록센터의 자료를 비교 분석한 바 있다.

연구팀이 연쇄상구균에 감염 병력이 있는 약 35만 명의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의 정신행동 장애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연쇄상구균 감염 경력이 있는 어린이가 정신장애에 걸릴 위험이 18% 더 높았다. 특히 강박 장애(OCD)와 틱장애 발생률은 각각 51%, 35% 더 높았다.

다만 어떤 부위의 뇌세포가 공격을 당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수많은 어린이들이 연쇄상구균에 감염되는데 어째서 일부만 자가면역성 정신장애를 일으키는지를 규명하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판다스(PANDAS) 이론의 신빙성에 의문을 던지는 이유다.

그러나 인후염에 걸린 후 강박 장애를 보이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5일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 전문 미디어 사이언스뉴스는 한스 코브마허 가족의 사례를 소개했다. ‘책을 사랑하고 내성적인’ 10살의 한스는 어느 날 밤 자신의 방을 뛰쳐나가 상자처럼 생긴 의자 안으로 들어가 머리를 감싸 쥐고 웅크렸다. 한스의 부모는 아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두려웠다.

한스의 이런 이상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일상의 행동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 불안해하고 변덕을 부리는 일이 잦아졌으며 심지어 손글씨도 변했다. 원래는 교과서 같았던 손글씨를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분노를 조절하지 못 하는 일이 잦아졌고, 결국에는 아이가 부모에게 ”죽여달라”고 말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후 한스는 강박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강박장애에 관해 인터넷을 뒤지던 한스의 엄마가 판다스(PANDAS)에 대해 알게 됐고, 곧바로 한스를 데려가 연쇄상구균 테스트를 받았다. 한스는 혈액 검사에서 연쇄상구균 감염에 대한 반응으로 신체가 생성하는 일반적인 면역 분자의 4배에 달하는 수치가 나왔다.

지난 18일에는 캐나다 앨버타주 세인트 앨버트에 사는 한 가족이 판다스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11살 딸의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판다스를 직접 검사하는 테스트는 아직 없다. 또한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고 상태가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임상에 있는 의사 중에는 판다스가 실재하는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아직 있어 진단시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판다스의 임상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틱 장애를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강박적인 행동과 집착.

2) 사춘기 이전의 발병.

3) 갑작스러운 발병과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는 임상 경과.

4) 분리 불안, 공격성, 감각 과민 등 신경 정신병적인 추가 증상. 

5) 증상의 발병 시기와 연쇄상구균 감염과의 시간적인 관련성.

판다스를 다른 강박 장애, 틱장애 등과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그 치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판다스의 권위자인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소의 소아발달신경과학 분과장인 수전 스위도 박사 등은 항생제의 사용을 권장한다. 스위도 박사는 사이언스 뉴스에 ”감염에 대한 치료로 생기는 즉각적인 호전은 정말 놀랍다”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판다스에 광범위한 항생제의 사용 혹은 정맥 내 면역글로블린(IVIG)과 혈청 교환 요법 등이 판다스 치료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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