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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보다 작은 2000만년 전 원숭이 화석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진화적 사실

실제 두개골 화석이다

  • 박세회
  • 입력 2019.08.26 18:06
  • 수정 2019.08.26 18:07
2000만년 전 영장류인 칠레세부스 카라스코엔시스<i></div>(Chilecebus carrascoensis)</i>의 두개골 화석. 이 종의 화석 표본으로는 유일하다. 
2000만년 전 영장류인 칠레세부스 카라스코엔시스(Chilecebus carrascoensis)의 두개골 화석. 이 종의 화석 표본으로는 유일하다.  ⓒN. Wong and M. Ellison/© AMNH

영장류의 두뇌가 계속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2000만년 전 원숭이의 두개골 화석이 이 당연한듯한 추측에 질문을 던졌다.

그 주인공은 남미 칠레의 안데스산맥에서 발견된 ‘칠레세부스 카라스코엔시스(Chilecebus carrascoensis)’의 화석으로 위 사진에서 보듯 그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이 두개골을 연구한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객원 연구원 니시쥔(Ni Xijun)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인원의 두뇌가 크기가 일률적으로 점차 증가한 것이 아니라 각 종이 독립적으로 증가했으며 간혹 작아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니시쥔 박사의 연구팀은 앞서 칠레세부스의 뇌와 관련한 다른 연구에서 대부분의 영장류가 다른 포유류보다 몸 대비 뇌의 크기를 나타내는 대뇌화지수가(EQ)가 높고, 영장류 중에서도 인간에 가까울수록 이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좀 더 넓은 유인원 전체의 가계도를 아우르는 패턴을 보여주기 위해 진화의 단계까지 고려한 대뇌화지수(PEQ)를 산출해 비교했다. 그 결과 칠레세부스(0.79)는 현존하는 원숭이들(0.86~3.39)보다 PEQ가 낮았다. 한편 인간(호모 사피엔스)의 PEQ는 13.46으로 진화 계통상 가장 가까운 유인원보다도 월등하게 높았다.

연구진은 이 PEQ 데이터를 바탕으로 ”뇌는 구세대와 신세대 원숭이의 계보를 모두 포함한 유인원의 진화 전반에 걸쳐 반복적·독립적으로 커졌으며, 종종 축소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논문에 밝힌 PEQ 분석.
연구진이 논문에 밝힌 PEQ 분석. ⓒSCIENCE ADVANCES

연구팀은 또한 고해상도 X-레이를 활용한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칠레세부스의 두개골 내부를 재현해 뇌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았다. 그 결과 차이점이 발견됐다.

현대의 영장류의 뇌에서 시각과 후각 중추 신경의 크기는 반비례한다. 예를 들면 시각 중추가 발달한 원숭이는 후각 중추가 덜 발달하는 식이다. 그러나 칠레세부스의 경우는 후각 중추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시각 중추가 크지 않았다. 이는 영장류의 진화에 있어서 후각과 시각의 연관성이 우리가 지금 가정하는 것만큼 밀접하지는 않았다는 걸 말한다.

니시쥔 박사는 ”인류는 유난히 커진 뇌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 중요한 변화가 언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적어도 그 변화가 어떤 양상으로 일어났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셈이다. 

멸종된 칠레세부스는 타마린이나 마모셋원숭이 등 중남미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신세계원숭이’(New World monkey)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신세계원숭이는 코가 납작하고 중격이 넓어 협비원류와 비교해 광비원류(廣鼻猿類)라 부르기도 한다.

연구진은 해당 연구 논문을 지난 21일 사이언스어드밴스지에 발표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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