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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우주 범죄 의혹에 얽힌 한 커플의 비극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비극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 박세회
  • 입력 2019.08.26 11:41
  • 수정 2019.08.26 11:49
지난 6월 25일 소유스 MS-11 귀환선에서 내리는 매클레인의 모습.
지난 6월 25일 소유스 MS-11 귀환선에서 내리는 매클레인의 모습. ⓒNASA

캔자스 시티에 거주 중인 여성 서머 워든은 지난 1년의 대부분을 쓰라린 이별을 견뎌내며 보냈다. 별거 중인 동성 배우자 앤 매클레인과 아이를 두고 양육권 싸움을 벌인 게 결정적이었다. 그러던 중 워든은 뭔가 의심쩍은 기색을 알아챘다. 배우자인 매클레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가 자신의 재정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낌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든은 한때 미 공군의 정보 장교로 근무했다. 자신의 특기를 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거래하는 은행에 자신의 계좌에 접근한 기기의 위치정보를 요청했다. 요청한 자료에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자신의 계좌에 로그인한 컴퓨터 네트워크의 기록 중 하나가 미항공우주국, 즉 나사(NASA)로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은 현재 별거 상태다. 

워든은 매클레인이 자신의 은행 계좌에 불법 접속했다며 미국 연방 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 고발했으며 워든의 가족은 나사에 매클레인이 신원을 도용했다고 신고했다. 워든이 주장하는 시기에 매클레인은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6개월짜리 임무를 수행 중이었으며 지난 6월 25일 지구로 귀환했다. 워든과 그의 가족이 고발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온라인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여기까지가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워든 측의 주장이다. 

매클레인은 변호사를 통해 뉴욕타임스에 계좌 접속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매클레인이 두 사람의 계좌를 관리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아직 두 사람이 실질적으로는 이혼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지구에 있는 매클레인은 지난주 나사 감사관들의 사전 청취 조사에 응해 ”워든의 허락하에 가정의 재정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항상 하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매클레인 측 변호사는 그녀가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돈과 각종 요금을 지불하기에 충분한 돈이 있는지를 확인한 것뿐”이라며 ”이는 이들의 관계에서 워든이 항상 해오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최초의 우주 범죄라는 점이 부각되었으나 앤 매클레인의 상징성 역시 파장을 키웠다. 미 육군 소속인 앤 매클레인 중령은 역대 12번째 여성 우주인으로 많은 미국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특히 이 사건이 보도되기 불과 사흘 전에 앤 매클레인이 2024년 달 탐사 미션에 뽑힐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나사의 2024년 달 탐사 우주인 후보 리스트에 그녀의 이름이 올랐다는 내용이다.

만약 그녀가 5년 뒤에 달에 발을 디딘다면 세계 최초의 여성 ‘월면 보행자’ 소위 ‘문 워커’가 탄생할 터였다. 육군 쪽에서 거는 기대도 상당했다. 12명의 여성 우주인 중 육군 소속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상징적인 여성 우주인의 개인 송사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데 대해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보도를 접한 매클레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주장은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고통스럽고 개인적인 이별을 겪었는데, 그게 지금은 불행하게도 미디어에 알려졌다. 나에게 쏟아지는 격려의 말들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조사가 끝날 때까지 답장은 아껴두겠다”라고 밝혔다. 11만 명 이상이 그의 트위터를 팔로우한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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