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유기농 농산물은 맛도 영양도 진짜 더 좋을까?

약간 맞고 대체로 틀렸다

ⓒAnna Usova via Getty Images

유기농이란 말은 이제 흔해졌지만, 흔해진 만큼 소비자들은 종종 ‘유기농‘(organic)의 의미를 오해하곤 한다. 유기농의 본래 의미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 재배했다’지만, ‘영양이 더 풍부하고 맛이 더 좋다’로 은연 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왜 유기농 토마토를 골랐느냐”는 질문에 ”가족이 먹기에 더 안전해서” 외에도 맛, 질감, 영양 같은 것들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2016년 퓨 리서치 센터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유기농 농산물을 사는 주요 이유는 물론 건강(76%)이었고, 상당수는 유기농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의 맛이 거의 같다고 답했다(59%). 그런데 응답자의 3분의 1 가량(32%)은 유기농이 더 맛있다고 답했다. 왜 그런 걸까?

 

유기농 식품이 되기 위한 기준

미 농무부의 기준에 따르면 수확 전까지 최소 3년 동안 금지된 성분(합성 비료와 살충제 등)을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해야 유기농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농 식품에는 인공 방부제, 색소나 향이 들어가지 않아야 하며, 재료들이 유기농이어야 한다. 몇 가지 예외가 있기는 하다.

 

유기농 농산물이 영양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금치'
'시금치' ⓒASSOCIATED PRESS

영양에 있어서 유기농이 얼마나 더 우수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단, 과일이나 채소의 자연적 방어 매커니즘 때문에 영양이 풍부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유기농 농산물은 비유기농 농산물보다 영양이 풍부하지만, 당신의 짐작과는 다른 이유일 수 있다. 유기농 식품이 언제나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더 풍부한 건 아니다. 그러나 항산화제는 유의미하게 더 많다.”

캐나다 다이어트의 영양학자 리사 리처즈의 말이다.

2014년 영국 영양학 저널은 동료심사를 거친 343건의 논문을 분석해 유기농 식품에 대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합성 화학물이 없기 때문에 유기농 작물은 해충에 맞서는 성분인 페놀과 폴리페놀을 더 많이 만들게 되고, 그래서 항산화 화합물이 더 많이 생긴다. 그 결과 유기농 과일과 채소는 항산화제를 20~40% 정도 더 많이 함유하게 된다. 즉, 칼로리를 추가로 섭취하지 않으면서도 하루에 과일과 채소를 2인분 정도 더 먹는 효과가 생긴다.

항산화제 외에는 영양적 장점이 분명하게 밝혀진 바 없으나, 항산화제가 많은 식품은 심장병, 암, 2형 당뇨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낮춰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유기농 농산물에도 합성 살충제 잔여물이 있을 수 있다”고 에이미 고린 뉴트리션을 만든 영양사 겸 영양학자 에이미 고린은 말한다.

미 농무부는 최소 3년 동안 금지 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유기농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유기농 농산물에서는 일반적 과일과 채소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합성 살충제 잔여물이 있다는 연구가 하나 있었다”고 고린은 말한다.

그러니 유기농이란 말은 살충제가 아예 없다는 게 아니라 더 적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유기농 농산물이 꼭 맛이 더 좋으리란 법은 없다.

ⓒAlexander Spatari via Getty Images

식품에 있어 맛과 향은 정말 중요하다. 퓨 연구 응답자 중 3분의 1정도는 유기농 식품이 더 맛있다고 했지만, 그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어보인다.

식품의 맛과 향을 다룬 책 ‘도리토 이펙트’를 쓴 마크 섀츠커는 유기농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을 고양이의 외모와 성격을 연결짓는 것과 비교했다. 줄무늬 고양이 중 더 사나운 고양이도 있지만, 그게 ‘줄무늬 고양이는 사납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유기농 음식의 맛에 대한 오해도 이것과 마찬가지로 개별 사례를 확대해 일반적인 것으로 이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품질을 생각하며 기른 유기농 농산물도 있다. 하지만 대량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도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는 농산물의 맛에 큰 영향을 준다. 맛없는 토마토나 딸기를 유기농 재배해봤자 맛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유전적으로 맛이 그저 그런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정말 맛있는 유기농 과일을 먹어본 건 분명 사실이지만, 유기농이 아니지만 정말 맛있는 과일도 먹어보았다.”

 

맛있는 과일과 채소를 찾는 방법

맛이 끝내주는 농산물을 찾는 지름길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오리건 주립 대학교 식품 이노베이션 센터의 제품 개발 매니저 사라 마소니는 미감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 타임스는 2018년에 마소니의 프로필에 ‘백만 달러짜리 미각’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유기농으로 재배했으니까 맛이 더 나을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맛이 더 좋은 식품을 찾으려면 보다 신경쓰고 집중해서 장을 봐야 한다고 마소니는 말한다.

마소니는 장을 볼 때 맛이 가장 좋은 농산물을 고르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았을 때 더 맛있다고 생각되면 유기농이 아닌 농산물을 사기도 한다. 음식을 즐기는 모든 과정에서 천천히 시간을 들이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서두르지 말고 시음해 보고 냄새를 맡아봐야 한다.”

“내게 있어 유기농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시카고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이자 파트너인 토니 만투아노의 말이다.

ⓒVirojt Changyencham via Getty Images

“제철 음식이 핵심이다. 1월에 플로리다에서 가지를 산다면, 유기농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해당 지역에서 재배한 제철 식품이라면 맛이 좋을 것이다.” 만투아노가 허프포스트에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제철 농산물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직접 재배할 수 없다면 동네 파머스 마켓에 가고, 지역 농부들을 만나보며 당신에게 제일 잘 맞는 방법을 찾아라.”

제임스 비어드 상을 수상한 시카고의 퍼블리컨 퀄리티 브레드의 제빵사 그레그 웨이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최고의 농산물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농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식으로 재배하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노력하는 건 귀찮은 일이지만 배움을 얻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평생 과일과 채소를 잘못 골라왔다면, 지금이라도 아는 게 낫지 않겠는가? 웨이드는 맛 좋은 딸기를 고르는 법을 소개했다. 딸기는 크고 일정한 모양이 되도록 재배하지만, 작은 딸기가 훨씬 더 폭발적인 풍미를 지니고 있어서 가장 맛있다고 한다.

“눈과 코를 써서 구입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재배자와 이야기해 봐야 한다.” 마소니의 말이다.

어떤 냄새가 나는 것이 맛있는 농산물인지를 익히고, 저장하는 법도 알아두면 식사가 훨씬 더 즐거워질 것이다.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고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과일과 채소, 그리고 고기를 무게당 가격을 보고 사곤 한다. 생산자들은 그런 식으로 돈을 받는다면 품질에 집중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러니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판매자와 재배자에게 맛을 중요시한다는 걸 전달하는 것이다.” 섀츠커의 말이다.

‘유기농’이란 단어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여기엔 한계도 있다. 안전하게 기른 식품이라는 것은 좋지만, 반드시 맛도 더 나은 것은 아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번역했습니다.

 

[화보] 미식가를 위한 세계 최고의 여행지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경제 #건강 #음식 #요리 #푸드 #소비 #유기농 #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