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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과 '페미니즘' 특집 문예지가 86년만에 중쇄를 찍었다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도 화제였다

ⓒ계간 문예지 '문예' 2019년 가을호

한일관계가 전후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한국 작가들의 단편 및 대담을 게재한 일본 문예지가 출판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주목된다. 이 문예지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도 담겼는데, 가부장적 질서가 지배적인 일본에서 페미니즘 특집이 인기를 끈 것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22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가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의 계간 문예지 ‘문예’ 2019년 가을호가 1933년 창간호 이후 86년 만에 처음으로 두 차례 긴급 증쇄를 했다.

‘한국·페미니즘·일본’ 특집으로 꾸며진 이번호는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페미니즘에 초점을 맞춰 일본 문학과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잡지에는 한강과 조남주, 박솔뫼, 박민규 등 중견작가들의 단편 소설들과 재일문학론, 한국여성문학사 등 소논문 등이 실렸다.

가을호는 발매 전부터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화제를 모았으며 지난달 5일 출간 당일 매진됐다. 이후에도 출판사 측으로 문의가 쇄도하는 등 인기가 그치지 않아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총 1만 4000부가 팔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예지에서 중판은 매우 드문 일이다. 문예 가을호는 단행본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문예의 사카가미 요코(坂上陽子) 편집장은 ”반향이 너무 커 놀라고 있다”면서 ”(이번에) 문예지를 처음 샀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지금까지 손에 잡히지 않던 독자층에 닿아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실제 문예 가을호는 30~40대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고 남성이 구입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예의 인기에 대해 신문은 ”한국 문학 붐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 고조가 히트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평가인 구라모토 사오리(倉本さおり)는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며 ”한일 관계가 악화됐다고 문화적으로 단절되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예가 이번 특집을 구성하게 된 계기로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꼽혔다. 신문은 ”여성이기에 겪는 다양한 차별이나 부당한 취급을 다룬 이 작품이 한국에서 100만부가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다”면서 ”지난해 12월 일본에도 번역판이 출판되면서 해외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13만부를 발행했다”고 전했다.

사카가미 편집장은 ”도쿄의대 부정입시 등으로 일본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페미니즘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흥미를 갖는 주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도쿄의대가 입시 과정에서 여성 수험생만 일률적으로 감점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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