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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규제 강화하겠다'던 트럼프가 총기협회와 대화한 뒤 말을 바꿨다

트럼프가 총기 규제를 주장했다가 번복한 게 처음은 아니다.

  • 허완
  • 입력 2019.08.22 15:59
ⓒJIM WATSON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총기 구입 때 신원조회를 강화하겠다던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총기 로비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의 일이다. 31명이 사망한 두 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몇 주만에 돌변한 것이라고 여러 매체가 보도했다.

20일 디애틀랜틱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웨인 라피에어 전미총기협회(NRA) CEO와의 대화에서 이번 달 초에 텍사스주 엘패소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신원조회’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사건들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총기 규제 법률 강화를 주장했으며, 트럼프는 사건 직후에는 신원조회 도입을 검토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에겐 현명한 신원조회 (규제)가 필요하다. 이건 전미총기협회,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문제가 아니다.” 당시 트럼프가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에게 했던 말이다. ”우리는 미친 사람,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나쁜 사람, 위험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 잘못된 사람들의 손에 총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Xinhua News Agency via Getty Images

 

그러나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난 트럼프는 이를 철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미국에는 이미 “아주, 아주 강력한 신원조회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 대신, 그는 총기난사범들의 정신건강에 초점을 맞췄다.

“빈 곳이 있어 완전하지가 않다. 우리는 다른 것들도 살피고 있다.” 트럼프가 말했다. ”이건 정신적 문제라는 걸 말해야 한다. 100번은 말했는데, 방아쇠를 당기는 건 총이 아니라 사람이다.” 

백악관은 라피에어와의 대화에 대한 허프포스트의 언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전미총기협회는 라피에어가 트럼프와 대화를 나눴다고 확인했으며, 트럼프는 ‘강력한’ 수정헌법2조(무장할 권리를 보장) 지지자라고 언급했다. 전미총기협회는 총기 구입 시 보편적 신원조회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비극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의논했다. @realDonaldTrump 는 수정헌법2조를 강력히 지지하는 대통령이며 우리가 총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권리를 지지한다!” 전미총기협회의 트윗이다.

 

그랬던 트럼프는 다음날(21일)에 신원조회 규제 도입을 배제하지 않았다며 다시 말을 바꿨다.

“우린 신원조회를 할 것이다.” 그가 기자들에게 말했다.

트럼프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 클럽에서 2주 동안 ‘일하는 휴가’를 갖는 동안 신원조회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여름 휴회 기간이라 민주당 의원들과의 논의 역시 대부분 멈춰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총기 문제에 대해 두서없이 내뱉고 있지만, 백악관 측근들은 지금도 총기 난사 사건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궁리 중이라고 전했다.

보도대로라면 전미총기협회에 항복한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입장은 과거 총기난사 사건 때의 반응과 비슷하다.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서 학생과 성인 17명이 사망한 사건이 그 예다. 당시 트럼프는 보편적 신원조회를 지지한다고 말했으나, 전미총기협회와 만난 뒤 이를 철회하고 그 어떤 총기 규제 도입도 반대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말바꾸기를 비판했다. 척 슈머 상원원내대표(민주당, 뉴욕)는 하원에서는 이미 통과되었으나 상원에 머물러 있는, 양당이 지지한 신원조회 법안을 지지해줄 것을 트럼프에게 촉구했다.

“이러한 후퇴는 가슴 아프다. 특히 총기 폭력 피해자들의 가족들에게 있어 그렇다.” 슈머가 트위터에 적었다. ”정말로 행동을 취할 생각이라면, [공화당 상원원내대표 미치] 맥코널한테 양당의 지지를 받고 하원을 통과한 신원조회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은 며칠 전 트럼프가 “보편적 신원조회를 지지하는 90%의 미국인에게” 귀를 기울이길 빈다고 밝혔다.

@realDonaldTrump가 보편적 신원조회를 지지하는 90%의 미국인에게 귀를 기울이길 빈다. 또한 대통령이 @SenateMajLdr 맥코널을 워싱턴 D.C.로 데려와 양당의 지지하에 하원을 통과한 #HR8 법안으로 이 유행병에 대처하게 하길 요구한다.

 

라피에어의 로비 시도는 전미총기협회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재정 및 법적 문제들로 씨름하는 가운데 일부 임원들은 탈퇴했고, 라피에어 역시 자금 사용에 대한 의혹으로 제기된 사임 요구에 맞서는 중이다.

 

* 허프포스트US의 Trump Appears To Cave To NRA On Background Checks, Then Maybe Not?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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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