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19년 08월 22일 10시 12분 KST

9년차 전업주부인 내 남편이 겪는 편견과 성차별들

남성의 역할도 바뀌었지만, 인식은 그렇지 못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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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딸을 데리고 동네 무용학원에 갔다. 첫 수업을 앞둔 딸은 들떠 있었다. 하지만 학원에 간 남편은 아이를 같은 학원에 보내는 부모들 사이에 자동으로 형성되는 ‘동지애’ 대신 소외감만을 느꼈다.

아버지인 그는 공동시설인 탈의실과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딸은 아직은 혼자서 화장실을 잘 쓰지 못하기 때문에, 무용 수업은 나중에 다른 곳에서 받기로 하고 돌아와야 했다.

나는 다섯 아이의 엄마이자 일하는 사람이다. 정말 멋진 내 남편은 전업주부 아버지다. 정비공이던 남편은 내가 셋째를 낳고 복직하던 2011년 1월,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최근 집 안팎의 육아에서 여성이 맡는 역할에 큰 변화가 있었다. 어머니의 성공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전부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 재정의되었다. 집이나 직장에서의 성취, 혹은 이상적으로는 둘 다를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없던, 아이 엄마들이 이 멋진 새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을 도와주는 온갖 지원이 있고, 끝없는 설명과 배려가 생겼다.

하지만 그에 비해 바뀐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지원은 그만큼 고려되거나 옹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회가 진보적이고 포용적이라고 믿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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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남자들은 인생 편하다’는 식의 말은 일부 남성 전업주부들이 겪는 가혹한 현실을 무시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육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진보적이지 못 하다. 특히 어머니들이 이런 생각에 도전해야 한다.

전업주부로서의 내 남편의 삶은 ‘동료를 찾기 매우 어려운 삶’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 주위를 둘러보다 눈이 마주친 다른 아빠와 친해진다거나, 요가를 하는 엄마들과 커피를 마시며 즐겁게 어울리는 일은 없었다. 남성 전업주부로서 그의 경험은 외롭고 오해를 많이 받는 시간이었다. 물론 여성 전업주부의 삶도 외롭고 고되지만, 남성 전업주부의 삶은 몇 배 더 외롭다.

사회는 남성이 선천적으로 여성보다 위험하며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성향이 있다고 본다. 이 편견 때문에 내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다른 부모들과 만나 놀게 해준 다음 아이 친구들을 차로 데려다 준다고 제안하지 않는다.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전업주부가 된 후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7년 연속 봉사에 참여했는데, 매우 특이한 취급을 받았다. 

아버지들의 모임도 드물다.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외 활동들의 대부분은 ‘엄마와 같이 해요’같은 이름으로 엄마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있고, 인터넷 육아 정보 커뮤니티들 역시 ‘ㅇㅇ 지역 맘들 모임’ 같은 이름이 붙어 있다. ‘부모들’이 아니라 ‘엄마들’이다. 남편은 정기적으로 모이는 놀이 모임에 나가는데, 하루만 대타로 나온 사람 같은 대우를 받는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내 남편과 대화를 시작하려고 하지 않거나 아예 본체 만체한다.

남편 혼자 집에서 아이들을 볼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자기 아이를 우리 집에 보내지 않기로 한 부모들도 있었다. 불편하다는 것이다. 경악스러울 정도의 의심과 지레짐작이었다.

전업주부가 되기로 한 내 남편의 선택을 조롱하는 동료들, 대놓고 비판하고 재단하는 친척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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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치마 입고 인형놀이 재밌게 해~”, “왜 아내한테 그렇게 휘둘리며 살아?”, ”왜 와이프가 할 일을 니가 해?”, “망신을 사서 당하는구나.”

전업주부로 8년을 살아오는 동안 그에게서 떠나간 친구들도 있다. 남편은 외롭고 어른들과의 관계에 굶주렸다는 말을 자주한다. 남성 전업주부들끼리는 친목 그룹을 만들기가 어렵다. 남편은 집 밖, 지역사회에서도 어린이 하키팀 코치나 봉사활동 같은 영역에서 자기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런 난관을 이길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혼자 잘 살고 있다고 해서, 이게 진보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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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전업주부들이 겪는 내재된 성차별을 구조적으로 바꾸어야만 육아의 변화가 가능하다. 남성 전업주부들의 성공이란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게 아니라, 젠더와 무관하게 가사와 육아를 전업으로 삼는 부모들의 세계에 완전히 받아들여지는 것이어야 한다. 엄마들도 이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엄마들이 남성 전업주부들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운동장에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줄 때 아빠들과 이야기하라. 당신의 마음 속에 내재된 편견에 도전하라. 필요하다면 당신의 행동을 바꾸어라. 젠더를 넘나들며 존재하는 여러 역할들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성장하면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고 하라.

더 크게 보면,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탈의실처럼 ‘포용적인 육아 시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들이 여성이나 소수자를 채용하기 위해 시스템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처럼, 남성 양육자라는 비전통적인 역할을 위한 장치들도 필요하다.

아이를 잘 돌본다는 한 가지의 목적에 헌신한다면, 누구나 훌륭한 양육자가 될 수 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칼럼을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