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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11주째,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홍콩 경찰 감독기구의 수장은 '범죄인 인도법' 공식 폐기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 허완
  • 입력 2019.08.21 12:32
  • 수정 2019.08.21 12:35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들이 툰먼역 인근에서 야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20일.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들이 툰먼역 인근에서 야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20일. ⓒWilly Kurniawan / Reuters

‘범죄인 인도법’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지난 주말 11주차 대규모 평화시위를 기점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지금, 홍콩 정부가 정치적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콩 경찰 감독기구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 獨立監察警方處理投訴委員會)의 앤서니 니오 위원장은 20일 보도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단독 인터뷰에서 ″경찰 스스로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의 대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PCC는 관련법에 따라 설립된 독립적·중립적 민간기구로, 경찰력 행사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는 경찰 내부 고충처리기구(CAPO, 投訴警察課)의 조사를 감독하고, 경찰력 사용에 대한 민원을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3인, 각계 전문가 최소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는 경찰이 불법행위라고 판단할 경우 대응에 나서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지금은 그렇게 더 자꾸 대응할수록 더 많은 반감을 초래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리 모두가 보는 것처럼 악순환이 되고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자.”

”(캐리 람) 행정장관을 만날 때마다 나는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니오 위원장이 말했다. ”그도 내 말에 동의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변호사 출신인 니오 위원장은 20일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대화 기구 설립’을 제안하면서 내놓은 것들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간 조치들을 조언했다.

집무실을 둘러싼 플라스틱 바리케이드 사이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3일.
집무실을 둘러싼 플라스틱 바리케이드 사이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3일. ⓒThomas Peter / Reuters

 

니오 위원장은 최우선 과제로 범죄인 인도법의 공식 폐기를 꼽았다. 홍콩 정부는 일찌감치 법안 처리를 무기한 연기했지만, 시위대의 요구와는 달리 이를 공식적으로 폐기하지는 않았다. 20일 람 행정장관은 법안을 ”되살릴 계획이 없다”고만 언급했다.

니오 위원장은 ”정부의 마음 속에서만 폐기된 것”이라며 ”법안 철회는 그렇게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법안을 공식 폐기해 ”제대로 매장”함으로써 시위대의 분노를 조금은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정치적 해법의 첫 단계인 셈이다.

그는 람 행정장관이 중립적인 비정치적 인사를 선임해 젊은층 시위대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지한 대화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젊은층들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가? 그들은 각자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이다. 그들이 미래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가? 다 터놓고 얘기하면서 뭘 할 수 있을지 보자. 테이블 위해 올려놓고 어떻게 할지 논의할 때라고 본다.”  니오 위원장이 말했다.

″(홍콩) 독립을 요구한다면 그건 (논의가) 안 되는 얘기다. 그렇지 않나? 하지만 다른 것들은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젊은 사람들은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미래를 어떻게 만들 건가? 희망을 어떻게 만들 건가?”

그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라는 시위대의 요구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못할 이유는 뭐냐”고 덧붙였다. 

'11주째'. 홍콩. 2019년 8월18일.
'11주째'. 홍콩. 2019년 8월18일. ⓒBilly H.C. Kwok via Getty Images

 

니오 위원장은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위대는 독립조사위원회(COI)를 꾸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람 행정장관은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을 조사할 태스크포스를 IPCC에 마련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IPCC를 이끌고 있는 니오 위원장은 정부가 나중에라도 독립조사위를 구성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를 시행함에 있어서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우선 ‘이중처벌’의 문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찰관 개인의 과실은 내부 징계 절차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조사위원회가 꾸려진다면 경찰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니오 위원장의 의견이다.

그는 독립조사위원회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에 신원이 노출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시위자가 위원회 조사에 응하려 할지는 미지수이며, ”(사회적 재난처럼) 개별적 사건이 아닌 한 조사위원회가 꼭 진실을 알아내는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IPCC의 조사 결과를 기다린 뒤에 미진하다면” 독립조사위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 캐나다 등에서 비슷한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IPCC 조사에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점을 감안해 경찰력 행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언급은 피하겠다면서도 경찰이 강경한 시위대와 다른 시위대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데 있어서는 미흡했다고 말했다. 또 시위대에 ‘첩자’를 심은 작전에 대해 경찰에 설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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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홍콩 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