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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카스트 : 장인이 암살자를 보내 연애 결혼한 딸의 남편을 죽인 이유

'프라네이에게 정의를'

ⓒFacebook/Justice for Pranay

지난 2018년 1월 인도의 23살 청년 프라네이 페루말라는 고교 시절을 함께 보낸 연인 암루타 바시니(21)와 결혼했다. 다른 카스트 간의 결혼을 지지하는 한 힌두 개혁주의 사원에서 몇몇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은 식을 치르고 남편인 프라네이의 본가로 들어가 거처를 꾸렸다.

둘은 곧 결혼을 반대한 암루타의 부모를 피해 호주로 도망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섯 달 후 둘은 암루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커플은 호주행을 잠시 미뤘다. 대신 좀 더 성대한 결혼 피로연을 치르기로 했다. 8월 17일 수백명의 사람이 모여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피로연이 있은 지 한 달이 채 안 된 9월 14일 암루타와 프라네이 그리고 프라네이의 모친은 산부인과 병원에 들렀다. 셋은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오른손에 커다란 고기용 칼을 들고 있는 한 남성과 마주쳤다. 남자는 칼로 프라네이의 머리와 목을 그었다. 프라네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당시 이 사건은 국제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암루타의 아버지 마루티 라오 외 6명의 남성을 체포했다. 개중에는 암루타의 삼촌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빠와 삼촌이 자신의 남편을 죽였다. 인도 경찰은 이 6명이 모두 청부살인과 연관이 있다고 봤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라오는 10만 루피(약 1억6700만 원)를 들여 프라네이를 죽이기 위해 총 4차례의 살인 기도를 사주했다. 장인이 사위의 살인을 사주한 이유는 그의 신분이 천하기 때문이다.

프라네이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 중 가장 낮은 달리트 출신이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인의 신분을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이나 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 천민) 등 4개로 구분한다. 달리트는 이 4개 계급에 들어가지 못하는 최하층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도의 달리트는 1억3000만 명으로 인도 인구의 17%에 달한다. 달리트의 사회 경제적 신분은 그들의 출신 성분과 다르다. 프라네이의 아버지는 보험회사의 직원으로 그의 벌이는 가족이 중산층 수준의 삶을 유지하는 데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며 ”달리트들은 차별 철폐조치를 통해 수백 년 동안의 지배에서 벗어나 고등교육을 받고 사업체를 운영하고 정계에 진출해왔다”라며 ”그러나 프라네이와 암루타의 이야기가 보여주듯 사회의 신분 이동이 늘어났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17년 연구를 보면 인도에서 맺는 결혼 중 5.8%만이 계급 간의 혼인이며 이 비율은 지난 4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가 암루타와 한 인터뷰를 보면 암루타의 부모는 암루타를 고등학교에 보내면서도 ”낮은 계급의 여자아이들과 친구가 되지 말라. 특히 달리트와”라고 말했다. 암루타의 부모가 속한 계층은 특정 지역에서 부흥한 코마티 상인 중 ‘아리야 바이샤’이며 더 넓게는 상인 계급 전체인 바이샤에 속한다.

프라네이의 죽음 이후 그들이 속한 텔랑가나주 미리얄라구다 지역 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달리트 계층에 속하는 이들이 주를 이루는 수백 명의 사람들은 프라네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관계자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카스트 제도를 옹호하는 세력이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암루타와 그녀의 부모가 속한 아리야 바이샤 연합의 명예 대표인 브파시 라주는 ”살인이 일어난 이유는 그 둘이 9학년 때부터 연애를 시작했기 때문이며 그가 죽은 이유는 둘의 사랑이 축복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계속되고 있으며 증거는 확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죽음에서 살인을 실행에 옮기 자와 암루타의 아버지 라오를 연결해 준 건 인도의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인도 경찰에 따르면 이 정치인이 무심코 스마트폰의 녹음을 활성화해 이 자료가 주요한 증거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건 이후 페이스북 등에는 ‘프라네이에게 정의를’ 이라는 페이지가 생기는 등 이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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