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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에서 교가까지 친일파 음악 추방 운동이 본격화된다

경기도는 작곡자 이홍렬의 친일 논란이 있는 도가를 폐지한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가 ‘삼각산 솟은 아래 고을고을이 긴 역사 아로새긴 전통의 터전’으로 시작되는 도 노래(도가)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은 올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반일감정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친일 음악가인 이흥렬이 작곡한 도 노래를 바꾸는 것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친일 음악가인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와 친일 음악인들이 만든 교가를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작곡자 친일 논란을 빚은 도 노래 사용을 중단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경기도 노래 공정한 공모전’을 11월8일까지 연다고 19일 밝혔다. 이성호 경기도 문화종무과장은 “새로운 도가 제정은 경기도의 친일잔재 청산 노력의 하나로 시작됐으며 도민의 삶과 애환을 담은 경기도 대표 노래가 탄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노래는 친일 작곡가 이흥렬의 곡이다. ‘섬 집 아기’ 등의 동요·가곡 수백곡을 쓴 그는 일제강점기 친일 음악단체인 ‘대화악단’과 ‘경성후생악단’에서 활동한 친일 인사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일제강점기에 민족 반역, 부일 협력 등 친일반민족행위를 자행한 4389명의 목록을 정리해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는데, 여기에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애국가도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곡을 쓴 이가 친일 작곡가인 안익태라는 점 때문이다. 애국가는 1930년대 그가 쓴 ‘한국환상곡’ 4악장의 일부다. 작사가는 독립운동가 안창호라는 설과 친일파 윤치호라는 설로 나뉜다. 안익태는 1965년 문화훈장 대통령장을 받았지만, 친일행적이 드러나면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애국가 논란은 <친일인명사전>이 나온 뒤 꾸준히 제기되다, 최근 들어서는 정치권으로도 번지는 상황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익태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라는 제목의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일제 잔재가 남은 교가 퇴출 운동이 활발하다. 서울 구로중은 올해 초 일제 잔재 퇴출 티에프(TF)팀을 꾸려, 이흥렬이 작곡한 교가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와 동문, 학생, 교사 등이 참여해 교가를 바꾸기로 했고 내년쯤 새로운 교가를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올해 예산을 확보해 도내 학교 10곳의 교가를 교체할 방침이다. 2020년에는 학교 15곳의 교가를 추가로 바꾼다. 광주광역시에서는 광덕고, 대동고 등 3곳이 친일 음악가가 작곡한 교가를 바꿨다. 광주일고, 숭일고, 서강고 등 11곳도 교가를 교체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교 속 일제 잔재 청산지원팀’을 꾸려, 교가 등 학교 속 일제 잔재를 찾아 청산하는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문제는 애국가나 교가 등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애국가 등 국가 상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애국가 교체 운동’이 지금보다 더 강하게 일어야 교체를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다. 차호준 행안부 의정담당관은 “국민 대다수가 애국가를 국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애국가를 바꾸기 위한 법적 절차는 없다. 남북통일 등이 이뤄져 애국가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면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교가 등에 남아 있는 친일잔재 청산은 처음부터 낙인찍기가 아니라 공론화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애국가를 부르면 안 되는 핵심적 이유는 비애국적, 반애국적이기 때문”이라며 “애국가와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적으로 확인하고 국민이 판단하게 해야 하는데,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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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애국가 #친일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