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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퀀텀 레볼루션'의 기초 개념은 뭘까?

세상에는 이런 걸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9.08.19 17:56
  • 수정 2019.08.20 17:18
ⓒsakkmesterke via Getty Images

퀀텀 미캐닉스(quantum mechanics), 번역어로 ‘양자 역학’은 현재 전 세계 과학·공학계의 관심이 집중된 화두다. 양자 역학은 아주 쉽게 말하면 원자 혹은 원자보다 작은 아원자(subatomic) 단위의 물질의 움직임과 힘의 작동을 설명하는 과학이다. 양자는 물리량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서 더는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를 말하며 분자나 원자보다 더 작은 세계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전기의 양자는 전자(일렉트론), 소리의 양자는 음자(포논), 빛의 양자는 광자(photon)가 된다.

사과나 야구공을 던지면 지구에 떨어진다. 심지어 뉴턴의 과학을 이용하면 초기에 공을 던진 힘과 방향에 따라 어디 떨어질지를 꽤 근사하게 계산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비유적으로 얘기하자면 전자나 광자는 던져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뉴턴이 세운 거시적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원자 단위의 작은 계에서 양자의 상태와 변화는 이해하기 힘들고 예측하기도 힘들다. 다만 지금까지 밝혀진 양자의 두 가지 현상이 있다. ‘중첩’과 ‘얽힘‘이다. ‘퀀텀 컴퓨팅‘은 양자역학적인 현상인 ‘중첩‘과 ‘얽힘’을 활용해 엄청난 속도의 연산을 하는 걸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도 좋은 설명 - ‘얽힘‘과 ‘중첩’

양자 ‘중첩’이란 양자가 측정되기 전까지 자신의 스핀 방향의 임의성을 유지하는 양자의 특성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양자는 동시에 여러 상태 혹은 값을 가질 수 있다. 양자 얽힘 현상은 서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계의 양자들이라도 양자들 중 하나가 관측되면 거리에 무관하게 나머지 양자들이 고정되는 현상이다.- 지형 공간정보체계 용어사전/네이버지식백과

퀀텀 컴퓨팅은 뭐가 다른가? 

중첩과 얽힘은 결정론적인 세계에 익숙한 우리의 직관으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개념이다. 다만 이 두 현상을 컴퓨팅에 적용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IBM의 리서치 블로그는 기존 컴퓨터의 계산 단위인 ‘비트’를 동전에 비유해 설명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동전은 앞면(1)이거나 뒷면(0) 둘 중의 하나의 값을 갖는다. 

양자 컴퓨터의 기본 계산 단위를 ‘큐비트‘(qubit)라 한다. 큐비트는 탁자 위에서 세워진 채 회전하는 동전을 상상하면 쉽다. 특정 시간에 이 동전을 멈추고 관측할 때 큐비트는 0이 될 수도 있고 1이 될 수도 있다. ‘중첩’의 성질이다. 동전 두 개로 기존의 컴퓨팅 방식으로는 1번에 1개의 값(00 또는 01 또는 10 또는 11)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큐비트는 중첩의 성질과 얽힘을 이용하면 2개의 동전에서 한 번에 00, 01, 10, 11의 4개의 값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IBM 왓슨 연구소에 있는 퀀텀 컴퓨터.
IBM 왓슨 연구소에 있는 퀀텀 컴퓨터. ⓒASSOCIATED PRESS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명을 빌자면 큐비트의 행동 자체가 비결정론적이라 여러 가지 결괏값을 한 번에 낼 수 있기 때문이다. 3큐비트로는 한 번에 8개의 비결정적 상태를 4개로는 16개의 비결정적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n개의 큐비트로 2의 n승 만큼의 표현이 가능해 하나의 비트만 표시하는 기존의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산속도가 빠르다. 큐비트 자체가 속도를 측정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구글은 지난 2017년 이론상 50큐비트의 퀀텀 컴퓨터 정도면 기존에 있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넘어서리라 예측한 바 있다.

IBM은 지난 2017년 50큐비트의 퀀텀 컴퓨터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를 표현하는 양자 상태가 90마이크로초 밖에 유지되지 않아 상용화까지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봤다. 기초과학기술연구원의 리서치 블로그는 ”입자의 성질 중 확연히 구분되는 상태를 지닐 수 있는 것은 무엇이나 큐비트로 이용할 수 있지만, 양자적인 수준에서 제어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가장 제어가 용이하리라고 예측되는 전자의 스핀조차 실용적인 수준의 컴퓨팅을 구현하기에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라고 설명한다. 다만 함정이 있다. 퀀텀 컴퓨터를 ‘기존의 컴퓨터보다 빠른 컴퓨터’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퀀텀 컴퓨터는 그 기반 자체가 완전히 달라 적용하는 영역 역시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왜 퀀텀 기술이 중요한가? 

퀀텀 기술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최근 기사가 있다. 현재 퀀텀 컴퓨터 분야는 미국이 앞서가고 있으나, 퀀텀 기술의 적용 분야는 그보다 다양하다. 큐비트의 활용 분야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건 바로 암호화 기술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8일 ”양자 혁명이 다가오고 있고, 중국의 과학자들이 선두에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해당 기사에서 워싱턴포스트는 ”시장 조사 기관인 패틴포매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낸 통신과 암호화 분야 양자 기술의 특허가 미국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라며 ”그러나 미국은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에 힘입어 퀀텀 컴퓨터 분야에서는 세계 우위를 점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기사에서 중국에서 ‘양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판지안웨이 중국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큐비트를 활용해 베이징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1300마일(약 2000km)에 달하는 광섬유 연결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큐비트를 활용한)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중국 정부와 군사 통신의 도청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의 물리학 교수 조너선 다울링은 “2~3년 사이에 중국에는 검은 장막이 드리워질 것이다”라며 ”우리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퀀텀 기술은 어쩌면 정보화 전쟁에서 재래 전쟁의 핵무기와 비슷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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