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 일본의 한국 전문가가 "장기적으로 일본의 패배"라고 분석한 이유

1980년대 전후의 한국을 다른 국가로 봤다

  • 박세회
  • 입력 2019.08.19 12:15
  • 수정 2019.08.19 14:15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일본 야후 재팬에는 각계의 전문가 격인 프리랜서 필자들의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지면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아동의 건강에 대한 견해를 펼치고 재일한국인 스포츠 칼럼니스트가 한국과 관련한 스포츠나 연예계 소식을 전한다. 기성 매체의 기사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그래서 의견이 많이 섞인 칼럼처럼 읽히는 경우가 많다.

이 개인 기사 카테고리에서 지난 주말 내내 접속자 수 상위 랭크를 차지한 기사가 있다.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외교사와 조선 근대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조지메이슨대학교 인류사회학과 박사 과정인 후루야 유키코 씨의 ”한일관계의 악화는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패배”라는 제목의 기사다.

해당 기사에서 후루야 씨는 한국인이 느끼는 일본과 일본인이 느끼는 한국 사이의 괴리를 좁히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후루야 씨는 ”한국 사람들에게 일본의 식민 지배는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꺼림칙한 기억이며, 언젠가는 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가능성이 있는 문제다”라며 ”언젠가 또 같은 굴욕을 당하지 않도록 과거를 계속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면 그 싹을 빨리 잘라내는 것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기본적인 태도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태도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역사관이 아니라고 말한다. 후루야 씨는 ”일본에서 ‘반일’로 여기는 친일 청산 문제는 80년대 이후 군사 독재가 종식되고, 민주주의 운동과 민주 사회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면서 민중과 진보 지식인들 사이에서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불거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후루야 씨는 민주화 이후의 한국과 민주화 이전의 한국은 전혀 다른 국가이며 이로 인해 과거사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후류야 씨는 과거 군부 독재 정권이 ‘돈으로 해결‘하고 넘어갔던 식민지 지배 당시의 문제를 ”포스트 콜로니얼의 시각에서 재발견하여 ‘과거를 청산’하는 의식이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렸다”고 밝혔다.

일제 강제징용 문제를 민주사회 이후 대두된 과거 청산의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새로운 역사 인식의 대두는 식민 지배 당시의 일본을 악으로 몰아가는 단순한 이해가 아니라, 식민지 지배의 실상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여러 측면에서 분석해 과거를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었다”라고 밝혔다. 후루야 씨는 ”이는 많은 일본인들이 일본제국 전후의 일본을 완전히 다른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왜 2019년이 되어서야 강한 입장을 피력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한편 한국의 민주화는 1980년대에 이뤄졌으며 한일 관계가 크게 변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인 노무현 정권 때부터”라며 “2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에서 일본의 중요성이 줄어들었고, 일본 정부가 거듭 역사 수정주의적인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60년대에 한국 전체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던 대일수출 비중은 2005년에는 8%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일 등이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했다고 봤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일본 정치인들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며 민주화와 인권 운동을 함께 한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같은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이어 후루야 씨는 ”일본 정치인이 계속해 역사 수정주의 발언 뒤에는 식민지주의가 그대로 드러나는 남북한과 남북한 국민에 대한 차별 의식이 깔려있다”라며 ”‘한국 따위‘, ‘일본보다 아래‘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후루야 씨는 ”시대가 변해 세계에서 한국의 지위는 오르고 일본의 지위는 낮아져 이제 양국은 대등하게 마주하는 상대가 되었다”라며 ”무역전쟁에서 일시적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있겠으나 역사 수정주의에 입각한 ‘역사전’에서 일본은 분명히 열세이고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고 밝혔다.

민주화 정권의 역사와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후루야 씨의 해석은 일본 전문가이자 바드대학 겸임 교수인 이안 부루마 씨가 지난 12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과도 맥락이 통한다. 이안 부루마 교수는 해당 칼럼에서 ”한국의 좌파는 협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엘리트들을 용서한 적이 없다. 그들은 일본과 한국의 우익인 박정희 등에 저항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좌파인 문재인 대통령이 1965년 협정을 깨뜨리려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단순한 일본에 대한 분개가 아니라 현재 일본의 지도자가 중국과 일본의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까지 받은 전범의 손자라는 사실이 그 이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기사의 야후 재팬 댓글 창은 막혀 있으나 페이스북 댓글 창은 열려있다.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해당 댓글에 대해 ”이 아줌마가 ‘원폭투하엔 죄가 없지만, 위안부 강제 연행에는 죄가 있다‘, ‘아베 정권에 화염병을 던지고 싶다’는 말을 트위터에 써서 유명해진 사람”(I*** Ha******),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바보의 전형”(Ki***** Kob*****) 등의 반응이 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일본 #국제 #프리랜서 기자 #야후 재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