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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가니스탄 테러 배후를 자처했다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벌어진 공격이다.

  • 허완
  • 입력 2019.08.19 10:26
가족들을 잃은 사람들이 장례식에서 슬픔을 나누고 있다. 카불, 아프가니스탄. 2019년 8월18일.
가족들을 잃은 사람들이 장례식에서 슬픔을 나누고 있다. 카불, 아프가니스탄. 2019년 8월18일. ⓒOmar Sobhani / Reuters

18일(현지시각)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6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프가니스탄 결혼식장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탈레반이 미국과 휴전에 합의하더라도 아프간에는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전날(17일) 밤의 공격은 탈레반과 미국이 휴전 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벌어졌다. 탈레반이 미군 병력 철수를 대가로 미국이 지원하는 아프간 정부와 평화·안보 회담을 갖겠다는 내용이다.

2014년에 처음 아프간에 등장한 IS 무장대원들은 그 이후 동부와 북부로 진출해왔으며, 휴전 회담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IS는 아프간 정부 및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 그리고 탈레반을 상대로 전투를 벌여왔다.

잘메이 칼릴자드 미국 아프간 특별대사는 이번 공격이 IS를 격퇴하기 위해 탈레반과의 조속한 협정 타결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이번 공격이 ”끔찍하다”며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 아프간 주둔 병력을 1만3000명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면서도 ”상당한 규모”의 정보 역량을 남겨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그곳에 가있는 이유는 하나다. 우리는 그곳이 실험실이 되도록 하고 싶지 않다. 테러리즘의 실험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뉴저지에서 전용기에 올라타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폭발이 벌어진 결혼식장을 직원들이 둘러보고 있다. 카불, 아프가니스탄. 2019년 8월18일.
폭발이 벌어진 결혼식장을 직원들이 둘러보고 있다. 카불, 아프가니스탄. 2019년 8월18일. ⓒMohammad Ismail / Reuters

 

현재 약 1만4000명의 미군 병력이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다. 아프간 보안부대를 훈련시키고 지도하는 한편 반란을 진압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IS는 지난 몇 년 사이 아프간 도시들에서 벌어졌던 잔혹한 공격에서 배후를 자처한 적이 있다. 그 중 일부는 소수 시아파를 겨냥한 공격이었다.

수니파 무장단체인 IS는 텔레그램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소수 시아파 인근 지역인 카불 서쪽 결혼식장의 공격은 자신들이 배후라고 밝혔다. 폭파범이 식장에 잠입하는 데 성공해 ”신앙심 없는” 군중들 속에서 폭발을 일으켰다고 했다.

앞서 탈레반은 이번 폭발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이를 규탄했다.

180명 넘는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으며, 여성과 어린이도 상당수 포함됐다고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 나스라트 라히미가 18일 밝혔다. 

″우리는 이런 잔혹한 자살 공격이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 희생자 가족 아흐마드 칸이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폭발 당시 사진에는 폭발의 여파로 사람들이 튕겨져 나가고 탁자와 의자가 엎어지는 모습, 검붉은 피가 결혼식장 카페트를 적시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자살폭탄 테러 공격으로 아들을 잃은 한 남성. 카불, 아프가니스탄. 2019년 8월18일.
이번 자살폭탄 테러 공격으로 아들을 잃은 한 남성. 카불, 아프가니스탄. 2019년 8월18일. ⓒOmar Sobhani / Reuters

 

신랑과 신부는 모두 생존했다.

″아무리 많이 울어도 이걸 잊을 수는 없을 거다.” 신랑 미르와이스 엘미가 TOLO뉴스채널에 말했다.

그는 사촌과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신부의 부친은 가족 중 14명이 숨졌다고 TOLO뉴스채널에 말했다.

카불 교외 거리에 늘어선 결혼식장들은 이전에도 폭파범의 타깃이 된 적이 있었다. 지난해 11월에도 폭발로 최소 40명이 숨졌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탈레반의 협상이 시작됐음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가 폭탄 공격이 잦아들지는 않았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IS가 배후를 밝히기 전 이번 공격에 대해 탈레반이 ”테러리스트들이 활동할 기반을 제공해줬다는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19일 열릴 행사는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대폭 축소됐다고 가니 대통령은 말했다.

탈레반은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몇 주만인 10월 아프간에서 격퇴된 이래 이곳에서 외국 군을 쫓아내고 자신들의 신정 이슬람 국가를 재건하려고 전투를 벌여왔다.

한 남성이 폭탄 테러가 벌어졌던 결혼식장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카불, 아프가니스탄. 2019년 8월18일.
한 남성이 폭탄 테러가 벌어졌던 결혼식장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카불, 아프가니스탄. 2019년 8월18일. ⓒMohammad Ismail / Reuters

 

미국과 탈레반 협상단은 지난해부터 총 여덟 차례 진행된 휴전 협의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최장기 전쟁인 아프간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과 미국 국가안보 측근들은 아프간이 탈레반 정권의 집권을 열어줄 새로운 내전에 휘말릴 수 있으며, IS를 비롯한 국제 무장대원들이 아프간을 은신처로 삼게될 우려를 공윻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은 또한 탈레반과의 휴전 협정이 일부 강경파 탈레반 대원들의 IS 가담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예상되는 협정 내용에 따르면, 탈레반은 미군 철수 약속을 받는 대가로 아프간이 무장단체들의 도피처가 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새로운 공격을 중단하게 된다.

미국은 탈레반 측이 아프간 정부와 권력 분점 협상을 갖고, 휴전을 선언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칼릴자드 미국 아프간 특별대사는 평화 프로세스를 서둘러야 하며, 특히 아프간 내부의 대화가 조속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성공한다면 아프간은 ISIS 격퇴에 있어서 훨씬 유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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