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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 장대비를 뚫고 거리로 나온 홍콩 교사들의 행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11주차로 접어든 홍콩의 주말 풍경.

  • 허완
  • 입력 2019.08.18 12:22
  • 수정 2019.08.18 12:26
홍콩 교사 노조가 주최한 행진에 참여한 교사들이 빗속에서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홍콩 교사 노조가 주최한 행진에 참여한 교사들이 빗속에서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Kim Hong-Ji / Reuters

홍콩 (로이터) - 17일 홍콩에서 열린 11번째 주말 시위에 수천명의 학교 교사들이 가세했다.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또 한 번의 힘겨운 여름 밤이 지나갔다.

최근 몇 주 동안 시위에서 물리적 충돌이 급증하면서 홍콩은 혼란에 빠졌다. 공항과 정부 청사들은 물로 채워진 바리케이드로 마치 요새처럼 변했다. 유혈 충돌을 보여주는 포스터가 거리 구석구석에 붙었고, 거의 매일 밤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홍콩 시위는 지난 6월 추진된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반대로 시작됐고, 점차 다양한 요구를 담은 시위로 커져왔다. 이 법안은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지난 몇 주 동안 물리적 충돌이 증가한 이후 이번 주말 시위는 그동안 시위대가 받아왔던 폭넓은 지지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했다.

17일 대체로 평화롭게 이뤄졌던 시위는 시위대에 대한 지지가 여전함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수천명이 경찰의 진압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고, 수많은 시위대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요일(18일) 시위가 끝날 때까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말이다.

홍콩 교사 노조가 주최한 행진에 참여한 교사들이 빗속에서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홍콩 교사 노조가 주최한 행진에 참여한 교사들이 빗속에서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Kim Hong-Ji / Reuters
홍콩 교사 노조가 주최한 행진에 참여한 교사들이 빗속에서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홍콩 교사 노조가 주최한 행진에 참여한 교사들이 빗속에서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Kim Hong-Ji / Reuters
홍콩 교사 노조가 주최한 행진에 참여한 교사들이 빗속에서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홍콩 교사 노조가 주최한 행진에 참여한 교사들이 빗속에서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Kim Hong-Ji / Reuters

 

″정부는 몇 개월째 우리를 무시해왔다.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 이날 교사 시위에 참여한 수학교사 CS 챈이 말했다. 경찰은 장대비가 쏟아진 가운데 열린 이날 시위 참가자가 최대 8300명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2만2000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중국이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을 때 일부 자치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 원칙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말한다.  

지난주 시위에서 시위대는 경찰에 대한 분노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고, 경찰은 더욱더 격렬하게 시위를 진압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거센 비가 지나가자 시위대는 홍콩섬 건너편 카오룽(Kowloon, 九龍)의 시가지를 행진했다. 경찰을 지지하는 반대편의 시위는 건너편 빅토리아항 근처 공원에서 열렸다.

″홍콩이 이렇게 갈라지는 걸 보게 되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은퇴한 통신 기술자 마이클 로(69)씨가 친-경찰 시위에서 로이터에 말했다. ”폭력 시위대가 그동안 해온 일들을 보면, 홍콩의 법질서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주최 측은 친-경찰 시위에 47만6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경찰 추산으로는 10만8000명이다. 로이터는 이같은 추정치들을 검증할 수 없었다.

빅토리아항 인근 타마르공원에서 열린 친-중국 시위 '홍콩을 보호하라'에서 참가자들이 중국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빅토리아항 인근 타마르공원에서 열린 친-중국 시위 '홍콩을 보호하라'에서 참가자들이 중국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Thomas Peter / Reuters
빅토리아항 인근 타마르공원에서 열린 친-중국 시위 '홍콩을 보호하라'에서 참가자들이 중국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빅토리아항 인근 타마르공원에서 열린 친-중국 시위 '홍콩을 보호하라'에서 참가자들이 중국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Thomas Peter / Reuters
빅토리아항 인근 타마르공원에서 열린 친-중국 시위 '홍콩을 보호하라' 참가자들이 중국 국기를 들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빅토리아항 인근 타마르공원에서 열린 친-중국 시위 '홍콩을 보호하라' 참가자들이 중국 국기를 들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Thomas Peter / Reuters

 

카오룽의 상당수 상점들은 일찍 문을 닫았다. 중심가의 대형 소매점들마저 셔터를 내렸다. 밤이 되면 최전선에 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날 한 경찰서를 에워쌌던 시위대는 곤봉과 방패를 든 진압경찰이 투입되자 곧 물러났다.

다음날(18일) 있을 시위에 대비해 힘을 아끼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 6월 100만명 규모의 평화 시위를 조직했던 ‘민간인권전선’은 일요일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시위에서 물리적 충돌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인 홍콩은 수십년 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2012년 집권 이래 가장 큰 시험대 중 하나로 떠올랐다. 

궁지에 몰려있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말라며 시위대에 경고했다.

카오룽반도 몽콕의 중심가인 네이선로드에서 진압 경찰들이 시위대 쪽으로 향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카오룽반도 몽콕의 중심가인 네이선로드에서 진압 경찰들이 시위대 쪽으로 향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Thomas Peter / Reuters
카오룽반도 몽콕의 중심가인 네이선로드에서 진압 경찰들이 시위대 쪽으로 향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카오룽반도 몽콕의 중심가인 네이선로드에서 진압 경찰들이 시위대 쪽으로 향하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Thomas Peter / Reuters
몽콕의 한 상인이 가게 셔터를 내리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몽콕의 한 상인이 가게 셔터를 내리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Tyrone Siu / Reuters
한 주민이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한 주민이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Kim Hong-Ji / Reuters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Tyrone Siu / Reuters
거의 다 내려진 셔터 틈으로 사진을 찍는 주민들의 모습. 홍콩. 2019년 8월17일.
거의 다 내려진 셔터 틈으로 사진을 찍는 주민들의 모습. 홍콩. 2019년 8월17일. ⓒKim Hong-Ji / Reuters

 

자제를 요청했던 유럽연합(EU)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무장 병력들은 현재 홍콩 경계 인근에서 진압 훈련을 벌이고 있다.

호주 경찰도 멜버른에서 열린 행진에서 충돌이 벌어지자 홍콩 시위 찬반 진영 모두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일부 시위대의 행동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했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홍콩 경찰이 더욱 강경하게 진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몽콕에서 시위대 해산에 나선 경찰들이 도열해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몽콕에서 시위대 해산에 나선 경찰들이 도열해있다. 홍콩. 2019년 8월17일. ⓒKim Hong-Ji / Reuters
시위대 해산에 투입된 경찰의 모습. 홍콩. 2019년 8월17일.
시위대 해산에 투입된 경찰의 모습. 홍콩. 2019년 8월17일. ⓒTyrone Siu / Reuters
몽콕의 밤거리. 홍콩. 2019년 8월17일.
몽콕의 밤거리. 홍콩. 2019년 8월17일. ⓒTyrone Siu / Reuters
ⓒAnn Wang / Reuters
ⓒThomas Peter / Reuters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새총으로 구슬을 쐈고, 레이저포인터를 겨눴다. 벽돌과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은 최루가스를 발포했고, 한 지하철 역에서는 경찰이 더욱 강력한 진압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동안 경찰서 몇 곳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으나 경찰은 아직 물대포나 장갑차, 경찰 진압견을 배치하지는 않고 있다.

그동안 750여명이 체포됐고, 그 중 일부는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폭동 혐의로 기소됐다. 

중학교 음악교사인 40대 유씨는 시위대의 모든 행동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시위에 나선 학생들에게 꼭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들의 용기와 홍콩에 대한 애정을 높이 평가한다. 분명 그들이 홍콩 정부보다 더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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