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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문제에 아베 총리와 일왕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아베 총리는 2차대전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KAZUHIRO NOGI via Getty Images

15일 레이와(令和) 시대 첫 종전의 날(우리나라에선 광복절)을 맞은 일본에서 전몰자 추도식이 열렸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도쿄 일본무도관(日本武道館)에서 열린 74주년 전국 전몰자 추도식엔 지난 5월 즉위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마사코(雅子) 왕비와 함께 참석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해 부친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현 상왕)과 마찬가지로 ‘깊은 반성‘(深い反省)이란 표현과 함께 추모사를 해 주목을 받았다. 아키히토 상왕은 지난 2015년 추도식 때부터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사용해 왔고 나루히토 일왕이 표현을 그대로 쓴 것은 상왕의 뜻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도식엔 전국에서 유족 약 5300명이 참석해 310만여명의 전사자를 추모했다.

정오부터 참석자 전원이 1분간 묵념을 했고 이어 나루히토 일왕은 ”과거사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속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간곡하게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전쟁 속에서 쓰러진 분들에게 온 국민과 함께 추도의 뜻을 표하며 세계 평화와 우리나라(일본)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煕) 총리 이후 역대 총리들은 추도식 기념사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 책임을 언급하며 ‘깊은 반성‘이나 ‘애도의 뜻’ 등을 나타내 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두 번째 총리로 오른 2013년 이후부터 7년 연속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날 2차대전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아베 총리는 다만 ”전쟁의 참화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레이와 시대에도 결코 달라질 것은 없다”란 말만 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건립 150주년을 맞은 야스쿠니 신사 측에서 지난해 가을 아키히토 당시 일왕에게 올해 신사 참배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궁내청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던 교도통신은 이날도 ”이러한 일왕의 참배 거부는 앞으로 어떤 일왕이라도 이 논란이 많은 신사를 방문할 가능성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재임 때 단 한 번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쇼와(昭和) 시대 히로히토(裕仁) 일왕은 1969년 건립 100주년 때 참배했고 1975년에 다시 참배했었다.

아베 총리가 참배한 건 지난 2013년 12월. 이 방문으로 일본의 한국, 중국 간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미국으로부터도 비난을 당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내에서도 정치 지도자들이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이 신사를 참배하는 것을 둘러싸고 헌법상 국가와 종교의 분리를 침해한다는 민사소송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 역시 아키히토 일왕이 건립 150주년 참배를 요구하는 청원을 거부한 것을 전하면서 ”야스쿠니 측은 다시 요청하지 않을 방침이며 일왕이 건립 50주년, 100주년엔 참배했지만 150주년엔 참배가 없을 것이라 (일왕이) 참배하지 않는 것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부 보수 세력으로부터 일왕이 참배하도록 하기 위해 A급 전범을 분사하라는 요청도 있지만 야스쿠니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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