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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 시장에 번지고 있는 'R의 공포'에 대해 아주 쉽게 알아보자

금리가 역전되었다

  • 박세회
  • 입력 2019.08.15 16:20
  • 수정 2019.08.15 18:01
ⓒASSOCIATED PRESS

전 세계 금융 시장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다시 찾아들고 있다고들 말한다. 우선 그 가늠자가 될 만한 미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폭락했다. 15일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 시장의 폭락 정도로는 경기침체를 점칠 수 없다. 결정적인 건 채권의 금리 역전 현상이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619%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미 국채금리(1.628%)를 밑돌았다. 통상적으로 금리는 만기가 긴 채권이 짧은 채권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돈을 빌려주는데 10년 후에 갚겠다는 사람과 2년 후에 갚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에게 높은 이자(금리)를 받아야 할까? 10년이라는 시간의 리스크를 지고 있는 사람에게 더 높은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게 합리적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돈 빌린 사람이 2년 사이에 망할 확률보다 10년 사이에 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채는 돈을 빌리는 사람이 국가다. 2년짜리 국채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상황은 금융위기 이전(2007년 6월)에 경험했다.

장기물 금리가 더 낮은 상황이 나타났을 때 대개 1~2년 안에 경기침체 국면이 시작됐다는 학습 효과가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이날 심지어 작년 말에는 3%를 넘어섰던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1.9689%를 기록, 2%를 밑돌며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올해를 시작할 당시 경제지표는 양호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3년 만에 최고치인 2.9%를 기록했고 감세 조치에 따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도 두둑했으며 실업률은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정상화(인상)를 시도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그런데도 상황을 악화시킨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인 악수(惡手)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관세 폭탄을 퍼부으며 중국과의 무역갈등을 더 팽팽하게 만들었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CNN은 여기에 세계 2위와 4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독일이 실망스러운 경제지표를 발표한 것도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이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 성장률)이 전 분기 대 0.1% 위축됐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인지라 2분기 이후 본격적인 불황에 빠질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그런데도 이렇게 정치적 불안을 야기해 시장, 혹은 실물경기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증시가 폭락한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아주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근본적인 이유인 것을 모르는 척하고 연준에 ”금리를 내려라”고만 지시하고 있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문제는 중국이 아니고 우리의 연준이 너무 많이 빠르게 (금리를) 올렸고 이제는 너무 느리게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가 역전한 것을 두고선 ”미친 수익률 곡선”이라고 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이는 기본적으로 연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파월이 의장직을 맡았을 때 금리(인하)를 너무 억제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연준은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더 내려야 할 상황이다. 시장에서 금리선물을 분석하면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할 가능성은 81%에 달한다. 

CNN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추가 관세를 일부 연기하기로 한 결정 역시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미 정부는 9월 1일을 기해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발표 했다가 기일을 12월 15일로 늦췄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린지 피그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부과를 앞두고 경기가 확실히 둔화하고 있었다”면서 ”세계 무역전쟁은 그 약세를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전자제품 등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연기하기로 한 것에 월가가 안도의 한숨을 쉰 것이 불과 하루밖에 효과가 없었던 것도 이해가 된다. 깊어진 무역전쟁이 경제에 가져온 골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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