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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로 죽게 되면 내 마지막 모습을 공개해달라" 미국 고교생들의 캠페인

교사와 정치인들도 충격과 공감을 표하고 있다

신분증 뒤에 'My Last Shot' 스티커를 붙인 모습. 
신분증 뒤에 'My Last Shot' 스티커를 붙인 모습.  ⓒMY LAST SHOT

케일리 타이너(18)는 지난 봄 콜럼바인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콜로라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타이너의 경험은 대부분 비교적 평범했다. 미식축구 경기, 댄스 파티, 시험을 준비하느라 밤 늦게까지 지새우는 날들이었다.

“그러나 콜럼바인이 ‘정상적’인 학교라는 말은 거짓말일 것이다. 총기난사 사건이 늘 학교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학교 복도를 걸을 때, 20년 전 두 학생이 13명을 사살한 끔찍한 사건을 생각할 때가 많았다고 타이너는 말한다. 콜럼바인 사건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학교 총기난사 사건 중 하나였다.

타이너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실제로 걱정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 책상 아래에 웅크리고 숨어 총알을 피하며 몰래 어머니에게 ‘사랑해요’라는 문자를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오직 그 생각밖에 나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 다른 곳에서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거나, 우리 학교가 무슨 관광지인 것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볼 때 그랬다. 하루는 누가 위협해서 휴교를 한 적이 있었을 정도다.” 타이너가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타이너는 1999년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후 타이너를 비롯한 Z 세대는 총기 폭력에 의해 여러 지역 사회가 상처를 입는 것을 보았다. 내 또래가 다니는 학교에서, 영화관에서, 콘서트장에서, 교회에서, 월마트에서 총기난사가 일어난다.

총기 법률 강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콜럼바인 사건 20주년을 앞둔 올해, 타이너는 직접 변화를 추구하기로 했다. 타이너와 콜럼바인의 학생들은 #mylastshot, 즉 내 마지막 사진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과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마이 래스트 샷’은 작은 스티커를 사용한 일종의 시위다. #mylastshot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운전면허증, 신분증, 휴대폰 같은 개인 소지품 뒷면에 ”내가 총기폭력으로 사망할 경우 내 사체의 사진을 널리 알려달라. #Mylastshot. 서명, ______.”이라고 프린트된 스티커를 붙인다.

충격적인 이 스티커는 이 학생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여러 보수 정치인들이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비극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이들은 총기난사 사건으로 죽게 될 경우 자신의 죽음이 정치화되길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의회가 마침내 상식적 총기 개혁을 이루게 될 방법이 자신의 사체 사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미국의 지도자들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아서 청년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이 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겠다면 우리가 보여주겠다.”

#mylastshot 캠페인을 만드는데 참여한 에미 애덤스(19)의 말이다.

 

애덤스는 강렬한 이미지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다. 대중의 의견을 흔들고 정치적 변화를 가져왔던 역사적 순간 속 사진들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미국인들이 이 전쟁을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품게 만들었던 베트남 전쟁의 끔찍한 사진들, 1955년에 백인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혐의를 받은 뒤 린치 당해 숨진 14세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년 에밋 틸이 관에 들어있는 사진 등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정치적 무대책이 인명의 희생을 불러옴을 보여주는 강렬하고 잊을 수 없는 이미지였다.

“생생한 이미지는 변화를 일으키고 사람들의 내면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애덤스는 이를 직접 경험했다.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서 작년 총기난사 사건 중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찍은 수십 개의 끔찍한 영상을 본 뒤 애덤스는 총기규제 지지자가 되었다.

진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는 끔찍한 것일 수 있지만, 애덤스를 비롯한 학생들은 자신이 총에 맞아 죽게 된다면 그 죽음이 의미를 갖길 원한다는 믿음을 공유한다.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연달아 총기난사가 일어난 이후, #mylastshot에 대한 메시지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십대들이 더 많아졌다. 성인들도 동참했다. 대선 후보를 노렸던 에릭 스월웰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이 7월에 트윗에서 이를 언급하여 더욱 널리 알려졌다.

“내가 총기폭력으로 사망하는 일이 생기면 내 사체의 사진을 널리 알려달라. #MyLastShot

고등학생이 자기 전화에 붙인 스티커를 보여주었다. 나는 NRA(미국 총기협회)에 맞서려는 게 아니다. 그들을 링 밖으로 쫓아내려 한다.”

 

노스 텍사스 대학교 학생인 이반 오드와이어는 지난 달 총격 사건 후 #mylastshot을 알게 되어 트윗에 올렸다.

“나는 파크랜드 총기난사 후 덴튼의 우리의 생명을 위한 시위에서 발언했지만, 파크랜드 생존자들이 시작한 전국 규모의 운동은 슬프게도 의회가 총기 개혁을 하게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줄 수 있다면, 총기난사 사건 후 내 사체의 이미지를 공개해도 좋다고 허락한다.” 오드와이어의 말이다.

″나는 또 하나의 통계 수치로서 잊혀지기길 거부한다. 또 하나의 추도식 사진이 되길 거부한다.

어쩌면, 혹시 어쩌면 #MyLastShot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도…”

교사들도 #mylastshot에 참여하고 있다. 텍사스주 샌앤토니오의 고교 수학 교사 제임스 햄릭은 최근 운전면허증에 스티커를 붙였다. 햄릭은 정치인들이 ‘마음과 기도’를 보낸다고 하면서 ‘총기규제를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하는 것에 지쳤다고 한다.

“그들이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또 총기 사건이 일어나고, 이 사이클은 반복된다. 내 반응은 늘 똑같다. 콜럼바인 이후 충분히 시간이 지나지 않았나? 버지니아 공대 이후로는? 샌디 훅? 펄스? 라스베이거스?”

햄릭은 자신의 죽음을 자세히 알려도 좋다고 동의하는 이 캠페인이, “아직 너무 이르다, 정치 이슈로 삼지 말자”라는 주장을 “거의 무력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총기 사건 후 피해자를 찍은 사진이 존재할 것인가도 문제이며, 사진이 존재한다면 이를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사체의 사진을 공개하는 데 대한 정책은 매체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다.

허프포스트의 경우 폭력 사건을 다룬 사진을 실을지 결정할 때 사망 전 본인이 허가를 했는지, 가족들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현재의 방침이다. 또 그러한 이미지를 공개할 경우 늘 독자들에게 경고를 하고, 경우에 따라 동의를 할 경우에만 볼 수 있게 한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 최근 #mylastshot에 관한 기사에서 NPR의 경우, NPR이 이러한 이미지를 낼지는 결국 경우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mylastshot을 시작한 학생들도 스티커를 지닌 사람이 총기 사건으로 숨진다 해도 그 사진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십대들은 어린 시절의 정말 많은 기간을 총기 폭력에 대한 걱정으로 보냈기 때문에, 이 선언 자체가 그들에게는 힘과 주체성을 느끼게 해준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발언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어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다. ‘광기의 정의는 똑같은 일을 계속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속담이 있다. 총기 폭력의 경우, 결과는 인명의 상실이다. 우리는 이걸 계속 반복할 수는 없다.” 애덤스의 말이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의 These Teens Want Their Last Photos Shared If They’re Killed In A Mass Shooting을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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