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중국 정부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홍콩 시위대의 요구 : 민주주의

중국 정부는 무력진압을 위협하고 있다. 홍콩 시위가 어떻게 끝날지 전망하기 쉽지 않다.

  • 허완
  • 입력 2019.08.16 22:14
  • 수정 2019.08.18 11:31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들이 안전모와 고글,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진압경찰에 맞서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1일.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들이 안전모와 고글,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진압경찰에 맞서고 있다. 홍콩, 2019년 8월11일. ⓒASSOCIATED PRESS

홍콩 시위대를 향한 중국의 경고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입법회(의회) 점거, 중국 정부 시설 공격에 이어 국제공항 점거라는 전례 없는 사태로 시위가 번지자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영국주재 중국대사 류샤오밍은 15일 런던에서 해외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 시위가 ”통제불능”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은 ”소요를 진압할 충분한 수단과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지금껏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것들 중 ”가장 노골적인 위협”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것이 질서있게 끝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도 완전히 대비되어 있다.” 류샤오밍 대사가 말했다. 시위대가 ”테러리즘”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류 대사는 중국 정부가 상황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8월12일에 촬영된 위성사진. 홍콩과 근접한 선전시의 선전만스포츠센터(Shenzen Bay Sports Center)에 중국 병력이 집결해있는 모습이다.
8월12일에 촬영된 위성사진. 홍콩과 근접한 선전시의 선전만스포츠센터(Shenzen Bay Sports Center)에 중국 병력이 집결해있는 모습이다. ⓒAssociated Press

 

최근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홍콩 경계에 근접한 선전(Shenzhen, 深圳)시의 한 경기장에 중국 무장경찰대 병력 수천명과 장갑차 등 100여대가 배치된 장면이 포착됐다. 병력들이 진압 훈련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앞서 중국 관영언론은 병력이 선전 일대로 집결하는 모습이 담긴, 전쟁 영상을 방불케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 정부가 개입해 무력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피바람이 불었던 ‘제2의 천안문항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비난을 초래할 상황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이번 시위는 여러모로 전례없는 규모의 위기로 치닫는 분위기다.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반대로 촉발됐던 시위가 어느덧 광범위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로 변모하면서 중국 중앙정부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중국 관영언론이 공개한 병력 집결 영상. 배경음악과 영상의 구도 등은 흡사 전쟁영화를 방불케한다. 

 

 

전례없는 시위

그동안 홍콩에서는 크고작은 민주화시위가 있었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했고, 중국 정부의 간섭에 항의했다. 이번 시위도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콩에 거주하는 범죄 용의자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자 시민들은 이를 홍콩 사법제도에 대한 부당한 간섭으로 인식했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여러모로 이전의 시위들과는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물리적 충돌이다. 시위대는 충돌을 마다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이를 적극적인 시위 전략으로 삼고 있다. 2019년의 시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2014년의 우산혁명이나 그 전에 있었던 다른 모든 시위와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홍콩 시위에서 폭력을 기꺼이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비주류였다. (영국의 홍콩) 반환 이래로 시위는 일몰과 함께 종료되는 평화로운 행진이나 촛불시위가 대부분이었다. 2014년의 이른바 우산혁명은 규모도 컸고 오랫동안 지속됐지만, 경찰과의 일부 충돌들은 곧바로 전체 시위대에 의해 비난 받았다. 최루가스는 단 한 번 사용됐다. (월스트리트저널 8월6일)

'범죄인 인도법' 반대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그 어느 때보다 과격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시위와 다르다. 사진은 샴슈이포(Sham Shui Po, 深水埗区)에서 경찰의 최루가스에 대응하는 시위대의 모습. 홍콩, 2019년 8월11일.
'범죄인 인도법' 반대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그 어느 때보다 과격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시위와 다르다. 사진은 샴슈이포(Sham Shui Po, 深水埗区)에서 경찰의 최루가스에 대응하는 시위대의 모습. 홍콩, 2019년 8월11일. ⓒTyrone Siu / Reuters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상당수 홍콩 시민들은 2014년을 ‘패배의 경험‘으로 인식한다. ”정권이 홍콩인들의 목소리를 듣게 만들도록 하려면 일부 물리적 충돌만이 유일한 길이며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우산혁명 이후 출범한 ‘데모시스토’의 선임연구원 제프리 은고씨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 말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 놓고 보면 우산혁명은 실패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은 홍콩 정부의 대통령격인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를 완전한 보통선거로 치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결국 선거제도는 중국 정부의 계획대로 확정됐다. 시위는 동력을 잃은 채 79일 만에 강제진압됐고, 우산혁명 지도부에게 끝내 실형이 선고됐다.

2014년 시위에도 참여했다는 20대 공무원 ‘클로에’씨는 WSJ에 ”몇몇은 이 운동을 위해 죽을 각오도 되어있다”며 ”나도 목숨을 걸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평화적 시위로는 소용 없다는 것을 당신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지난달 입법회를 점거한 시위대의 누군가는 건물 바깥에 검정색 스프레이로 이렇게 적었다.

평화적 시위로는 소용 없다는 것을 당신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지난 10주 동안 시위는 몇 차례 전례없는 영역으로 진입했다. 시위대는 출입문을 깨고 입법회에 진입해 스프레이와 페인트를 칠했다.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홍콩주재 사무소 외벽에 붙어있던 중국 정부 휘장에도 검은색 페인트를 뿌렸다. 국제공항을 점거했고, 보기 드문 운항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공항에서 시위를 벌이는 건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세계에 알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홍콩 공항 점거시위에 참여해 여행객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던 제이드 야이(16)씨가 WSJ에 한 말이다. 또다른 공항 점거시위 참가자는 ”우리의 요구에 응답하도록 정부를 압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시위대는 해저터널을 봉쇄했고, 경찰서를 공격했으며, 진압에 나선 경찰에게 화염병과 벽돌을 던졌다. 시위에 참가한 얀(26)씨는 가디언에 ”이건 장기 시위”라며 이렇게 말했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가 폭도들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평화로운 혁명은 없었다.”

홍콩 국제공항에 집결한 시위대가 공항 카트를 활용해 여행객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공항에서 벌어진 전례없는 시위로 이틀 동안 수백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2019년 8월13일.
홍콩 국제공항에 집결한 시위대가 공항 카트를 활용해 여행객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공항에서 벌어진 전례없는 시위로 이틀 동안 수백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2019년 8월13일. ⓒTyrone Siu / Reuters

 

홍콩 경찰 역시 전례없는 수준의 강경 진압으로 대응해왔다. 최루액과 최루탄이 수없이 동원됐고, 빈백탄(비살상 플라스틱탄)도 등장했다. 한 시민은 빈백탄에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경찰관은 시위대에 총을 겨눴고, 시위대를 향한 여러 건의 의문스러운 공격도 있었다. 유엔은 과잉진압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 정부도 강경하다. 시위 초기만 해도 캐리 람 행정장관은  사과성명을 냈고, 대화를 제안했다. 범죄인 인도법은 일찌감치 무기한 보류됐다. 그러나 법안을 완전히 폐기하고 과잉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실시하라는 시위대의 요구에는 침묵해왔다. 시위대 44명은 최대 징역 10년형을 받을 수 있는 폭동죄로 기소됐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충돌

시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제 홍콩 시위대는 완전한 자유선거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최고 수준인 집값과 주거난, 경제적 불평등, 세대 간 격차 같은 문제를 해결할 정부, 즉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가 아닌 홍콩 시민들을 대변할 정부를 원한다. 홍콩 독립주의자의 슬로건인 ‘해방‘이나 ‘혁명’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현재 홍콩 행정장관은 120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의해 간선제로 선출된다. 국회격인 입법회의 경우 전체 의석(70석)의 절반만 시민들이 직접 뽑는다. 범민주파에 속하는 정당이 있지만, 의회 다수는 친중파가 점하고 있다. 민주적인 선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중국과 다르긴 해도 완전한 민주주의라고 보기는 힘들다.

'눈에는 눈', '홍콩에 자유를' 같은 낙서가 홍콩 국제공항 벽에 적혀있다. 2019년 8월12일. 
'눈에는 눈', '홍콩에 자유를' 같은 낙서가 홍콩 국제공항 벽에 적혀있다. 2019년 8월12일.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홍콩 시민들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일부나마 누렸던 민주주의와 자유, 시민권을 중국 정부가 빼앗아가고 있다는 오랜 위기감도 공유하고 있다. 2015년에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책을 판매한 서점 관계자들이 잇따라 실종됐고, 2016년과 2017년에는 범민주파 의원 두 명네 명이 의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이 중국 권위주의 정부에 거부감을 갖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20세기의 중국이 정치적 격변을 거치는 동안 홍콩은 본토의 정치적 망명객과 반체제 인사들에게 피난처 구실을 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강력한 검열을 피할 수 없는 천안문 항쟁이 홍콩에서는 자유롭게 논의되고, 매년 추모되어 왔다.  

다수의 홍콩 시민들은 스스로를 홍콩인으로 여길뿐, 중국인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젊은층도 마찬가지다. 국제저널리즘을 공부한다는 메이지 목(22)씨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1997년 반환을 전후해 태어난 우리는 스스로를 홍콩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홍콩인’에게는 중국인에게 없는 정치적 자유가 있다.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 우리가 중국 시민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고유의 언어가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홍콩인이라는 인식, 이 정체성이 있고, 이게 강하다. 표현의 자유를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중략) 이런 종류의 자유에 익숙한 우리들은 (중국 정부의 통제에) 익숙해지지 못할 것이다.” 

홍콩 국제공항으로 모여든 시위대가 영어로 된 플래카드를 들고있다. 이들은 도착장 앞에 모여 홍콩에 도착한 외국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활동을 벌였다. 2019년 8월9일.
홍콩 국제공항으로 모여든 시위대가 영어로 된 플래카드를 들고있다. 이들은 도착장 앞에 모여 홍콩에 도착한 외국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활동을 벌였다. 2019년 8월9일.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경제적 요인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나를 화나게 하는 건, 본토 주민들이 (홍콩의) 매우 희소한 자원인 토지를 살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자들이 가격을 너무 올려놓다보니 우리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엔지니어로 일한다는 존 와이(26)씨가 로이터에 한 말이다.

지난 주말 세 살짜리 조카를 데리고 나왔다는 한 시민은 가디언에 시위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지금 홍콩의 상황을 자녀들에게 말해주고, 어떤 게 바람직한 사회인지 가르쳐줘야 한다. (...) 미래는 자녀들의 것이다. 홍콩의 미래는 그들의 것이다. 우리는 자녀들이 누려야할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말하자면 그들은 중국을 통치하는 식으로 홍콩을 통치하려 한다.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연구원 마이클 데이비스가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중국에서와는 달리) 홍콩에서는 정부가 시민들을 압박하고, 억압하고, 무시하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다.” 

표현의 자유를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중국 정부가 물러설 수 없는 이유

중국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선 1997년 반환으로 홍콩이 ‘중국의 일부‘가 됐다는 게 기본적인 인식이다. 홍콩 정부가 자치권을 일부 누릴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는 시위대의 외침을, 중국은 정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시진핑 주석에게는 집권 이래 마주한 가장 큰 정치적 저항이기도 하다. 대내외적으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 노력해온 시 주석이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열린 도시’이자 국제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서 섣불리 무력진압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을 이끌어왔던 시 주석은 공산당의 적(시위대)들에게 항복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막대한 파장에 대한 우려 때문에 병력 배치와 같은 극단적 행동을 취하는 것에도 조심할 가능성이 높다.

그와 같은 조치는 중국이 자신들의 영토로 간주하는 대만의 친독립파 같은 반대세력에게 명분을 줄 수 있다. 중국에게 있어서 홍콩은 오랫동안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입장권 같은 역할을 해왔고, 중국 공산당이 자유시장 체제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과도한 대응은 (글로벌) 대기업들을 떠나게 하고 홍콩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8월12일)

 

중국은 반환 당시 영국과 합의한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 원칙을 깨고 있다는 비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서방 일각에서는 ‘두 개의 체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하나의 국가‘가 ‘두 개의 체제’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류샤오밍 영국대사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고문이다.

″(일국양제라는) 이 공식이 홍콩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즉,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나, 둘째, 중앙정부의 권위나 (홍콩의 헌법격인) 기본법에 대한 도전, 셋째 중국 본토에 대한 침투나 방해행위에 홍콩을 이용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고문, 8월15일)

중국은 홍콩 시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지지를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인다. 최근에는 이번 시위를 ‘색깔혁명’으로 규정했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옛 소련 국가들에서 나타났던 민주화 시위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중국은 미국 등이 색깔혁명을 사주해 중국의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오랫동안 가져왔다. 

″만약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정말로 색깔혁명이라고 간주한다면, 그들은 (이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대학(SOAS)의 중국연구소장인 스티브 창 교수가 가디언에 말했다. ”그게 바로 몇 주 전보다 우리가 훨씬 더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내가 느끼는 이유다.”

시위대 일부가 미국 국기를 들고 나오는 것도 중국에게는 여론전의 소재가 된다. 사진은 침사추이(Tsim Sha Tsui, 尖沙咀) 인근에서 시위대가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 2019년 8월3일.
시위대 일부가 미국 국기를 들고 나오는 것도 중국에게는 여론전의 소재가 된다. 사진은 침사추이(Tsim Sha Tsui, 尖沙咀) 인근에서 시위대가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 2019년 8월3일.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최근에는 ‘미국이 배후’라는 음모론이 중국에서 퍼지고 있다. 지난주, 홍콩주재 미국 외교관이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 등을 호텔에서 만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중국 관영매체에 유포됐다. 미국 국무부는 외교관들이 정치적 입장이 다른 각계 인물들을 꾸준히 만나왔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외교활동이라는 얘기다.

일부 시위대가 성조기를 흔들고 미국 국가를 제창하는 것도 중국에게는 여론전의 소재다. 한 시위대는 ‘아시아타임스’에 ”미국 의회가 홍콩인권민주주의법을 통과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에는 홍콩의 기본권을 억압한 인물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미국과의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짜뉴스도 난무한다. 7월말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 백인 남성이 스마트폰 메신저로 경찰의 위치나 동선 등을 누군가에게 전송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대서특필했다. 이 남성이 ‘외국인 지휘관’이라는 것. 그러나 사진 속 백인남성과 그의 대화 상대는 모두 홍콩에서 근무하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밝혀졌다.

(오스틴 램지, 뉴욕타임스 홍콩 주재기자)

어젯밤 나와 (뉴욕타임스 파트타임 리포터) @ezracheungtoto가 안전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해줬던 우리 (홍콩)지국의 테크 매니저가 (홍콩 관영언론) 웬웨이포의 정예부대에 의해 외국인 시위 지휘관으로 식별됐다. 저널리즘 프로의 팁 : 누구인지 잘 모르겠으면 물어보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정부를 향해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경고를 보냈다. 15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다. 

″(...) 미국인들은 천안문광장을, 줄지어 늘어선 탱크를 가로막았던 남성을, (당시 중국 민주화 시위대가 천안문 광장에 세웠던) 자유의 여신상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중국인들의 목소리를, 1989년 당시 중국 정부의 진압을 기억한다. 홍콩에서 그와 비슷한 기억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큰 실수가 될 것이다.”

앞으로 시위가 어떻게 전개될지, 어떻게 끝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서기 힘든 탓이다. 시민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복합적이며, 반대편으로서도 시위가 더 커지는 걸 막아야 할 다양한 이유가 있다. 물리적 힘으로만 따지면, 우위는 명확하다. 홍콩 시민들은 11주차인 이번 주말에도 거리로 나선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시진핑 #홍콩 #홍콩 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