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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14일 14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8월 14일 14시 03분 KST

10명의 남녀가 자신의 '프로포즈 성공기'에 대해 말했다

엎드려 절 받은 여성부터 반지도 꽃다발도 없이 성공한 남성까지.

영화 ‘어바웃 타임‘의 여자 주인공은 조용하고 소소하게 침실에서 프로포즈를 한 남자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 불러모아놓고 뻑적지근하게 안 해서 고마워. 난 사실 이런 걸 바랐거든.” 누군가는 그 장면을 보며 공감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저게 무슨 프로포즈야’라고 중얼댔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어바웃 타임'

만인에게 완벽한 프로포즈는 없다. 그 어떤 프로포즈도 평가자의 가치관에 따라 상반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적어도 나와 배우자에게는 완벽할 프로포즈를 찾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이미 성공이다.

허프포스트가 프로포즈 이후 결혼을 준비하고 있거나, 결혼을 한 남녀들로부터 ‘나의 프로포즈’ 이야기를 들었다. 독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당사자들은 행복했던 이야기다.

■ 츤데레

웨딩 촬영, 드레스 투어, 예물 다 정하고 미리 신혼집으로 살림을 합칠 때까지도 남편은 프로포즈를 하지 않았다. 애초에 남편이 워낙 무뚝뚝한 스타일이고 이벤트 같은 거 할 리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 기대감도 없었던 터라, 프로포즈 안 하려나보다 했었다.

그런데 결혼식을 3일 앞둔 날 퇴근하고 돌아왔더니 거실 테이블 위에 케이크랑 와인이 있고, 베란다 창에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었다. 현수막 업체 같은 데서 만든 플랜카드가 아니라, 옛날에 중고등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수 보러 갈 때 직접 손으로 만드는 그런 플랜카드.

뉴스1

이런 느낌으로, 길게도 못 하고 삐뚤삐뚤하게 ‘김소영, 사랑해’ 이렇게. 나 몰래 나름의 프로포즈를 준비한 모양이었다.

그 무뚝뚝한 사람이 ”결혼해줘서 고마워. 사랑해”하면서 안아주는데, 남들은 프로포즈 받으면 운다는데 나는 귀엽고 그래서 막 웃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기고 귀엽고 그런데, 남편은 그 얘기 꺼내면 되게 부끄러워하고 싫어한다. - 김소영(34, 여, 회사원)

■ 갑.분.아

내 생일이었다. 남자친구가 우리 아파트 앞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뭘 잔뜩 손에 들고 나타났다. 누가 봐도 프로포즈를 준비한 듯 장미꽃 다발과 풍선과 민트색 주얼리 브랜드의 쇼핑백 등이 들려 있었다. 자연스럽게 동네 한적한 공원 쪽으로 가는데... 갑자기 아까 외출한다던 우리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MBC

”어어, 안녕? XX왔구나?” 남자친구가 어색하게 인사를 했고, 아빠는 남자친구 손에 들린 것들을 한 번 슥 스캔하더니 찡긋 하고 사라졌다. 아빠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고, 남자친구는 우물쭈물대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쓸데 없는 이야기나 늘어놓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겨우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장미꽃과 반지를 내밀었다. 다행히 아빠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 유지영(29, 여, 회사원)

■ 반지도 꽃다발도 없지만

John Slater via Getty Images

20대 때부터, 언젠가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면 꼭 발을 씻어주면서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군대에서 선임이 후임의 발을 씻어주는 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발을 씻겨주는 게, 굉장히 상대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내가 평생 사랑하고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진심을 전해주고 싶었다. 집에 초대해서 발을 씻겨준 뒤 그냥 결혼하자고 했다. 반지도 꽃다발도 준비 못했지만, 결혼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얘기가 나오면 둘 다 흐뭇해진다. - 익명 요구(36, 남)

■ 아름다운 밤

draganab via Getty Images

결혼을 하기로 결정은 됐고, 상견례도 마쳤을 때였다. 그 당시 여친이었던 아내는 분명 프로포즈를 바라고 있을 것 같았다. 나 역시 남다르게 추억될 만한 프로포즈를 하고 싶었는데, 성격상 잘 짜여진 이벤트 같은 건 못 할 것 같고, 업체 같은 데 손을 벌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 때 번개같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딱 우리에게 어울리는 프로포즈라고 생각했다.

우리 둘 다 캠핑 다니는 걸 좋아했다. 결혼 준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가운 데 캠핑 다녀오자고 하고, 몰래 반지를 준비했다. 캠핑 가서 슬쩍 끼워주면서 말하려고... 그런데 타이밍 놓쳐서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결국 침낭에 누웠을 때에야 우물쭈물대다 반지를 끼워줬다. 아내는 깜짝 놀라는 듯 하더니 막 웃고, 나는 앞으로 잘 살자고 고맙다고 그랬다. 연습까지 했고, 정말 둘뿐이었는데도 되게 부끄러웠다. 어쨌든 아름다운 밤이었다. - 조민재(31, 남, 회사원)

■ 자본주의

Huffpost

식을 세 달 정도 앞두고 네이버에 검색해 찾은 프로포즈 업체에 연락했다. 업체랑 상의해서 맞는 날짜 정하면 호텔 1박 잡아주고, 호텔 방에 촛불이니 사진이니 다 꾸며준다. 나는 그냥 깜짝 놀란 여자친구한테 반지 내밀기만 하면 된다. 물론 내가 하는 게 없는 만큼 돈이 든다.

여자친구한테는 그 날 호텔 런치뷔페 이용권이 생겼다고 둘러대고, 업체에 돈 더 주고 호텔 뷔페도 같이 예약해달라고 부탁했다. 여자친구는 대낮부터 뷔페를 먹으니까 프로포즈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 같다.

밥 다 먹고, 업체랑 약속한 시간에 방으로 들어갔더니 촛불이 쭉 늘어져 있고, 풍선이 천장에 막 매달려 있고, 사방에 우리 사진이 붙어 있는데 나도 잠깐 퀄리티에 놀라서 반지 주는 거 깜빡할 뻔했다. 그 날 여자친구는 엄청 울었고 내 통장 잔고도 엄청 울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도 그 때 얘기 나오면 웃는 아내를 보면 그렇게 해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김정욱(35, 남, 회사원)

■ 375번째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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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프로포즈라고 쳐야 하나? 연애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남편은 계속 자기랑 결혼하게 될 거라고 세뇌(?)를 시켰다. 둘이 놀다가 기분 좋은 일 있으면 갑자기 ”그럼 우리 오늘 결혼할까?”라고 한다거나, 엄마나 언니랑 싸웠다고 하면 ”곧 생길 법적 가족이랑은 그럴 일이 없을 거야”라고 한다거나, 여행 가서 같이 자고 일어날 때면 ”곧 일상이 될 거야”라고 하거나.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 혼자서 “375번째 프로포즈 멘트 어땠어?”하고 좋아했다.

그런 부분이 재미있고 웃겨서 맨날 같이 다니다 보니까 어느 순간 상견례 마치고, 어느 순간 하얀 드레스 입고 예식장에 들어가고 있었다. 가끔 TV에서 프로포즈 장면 나오면 ”나는 프로포즈도 못 받고 결혼했네”라고 괜히 트집을 잡는데, 그때마다 남편은 ”나만큼 프로포즈를 많이 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사실 프로포즈가 별건가 싶고, 큰 불만은 없다. - 황은영(26, 주부)

■ 정성으로 승부보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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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나이가 많이 찬 상태로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짧은 시간에 금방 결혼을 준비하게 됐는데, 젊은 친구들처럼 이런저런 이벤트를 해 주기는 힘들 것 같았다. 좀 웃기기도 할 것 같고... 대신 나이는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진심이었기에, 돈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와이프를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별 말은 안 하고, 처음 만난 날부터 쓴 일기와 따로 주문한 포토북을 줬다. 같이 소파에 앉아서 그걸 보면서, 결혼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와이프는 엄청 많이 울었다. 아직까지도 그 때 생각하면 감동이라고 하더라. 포토북과 일기는 아직도 잘 보관 중이다. - 이경태(43, 남, 회사원)

■ 엎드려 절 받기

예물 반지를 할 때 평소에 낄 반지도 같이 했다. 생각보다 예쁘게 나와서 기쁜 것도 잠시, 둘이 같이 반지를 받아왔다 보니 이렇게 되면 내가 꿈꿔왔던 ‘반지를 받는 프로포즈’는 어떻게 되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 성격상 그런 것까지 꼼꼼하게 생각할 것 같지도 않고, ”반지 같이 받았잖아~”라는 핑계를 대고 프로포즈를 은근슬쩍 넘겨버리는 건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프로포즈만큼은 진짜 어릴 때부터 기대해 왔던 터라 걱정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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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식을 두어달 앞두고 남편에게 내 반지를 주면서 ”내가 눈치 못 챌 것 같은 날 프로포즈 해! 알았어?”라고 엄포를 놨다. 그 후의 어느 날 갑자기 종로타워 탑클라우드 예약해 놨으니 가자길래 바로 눈치를 챘지만. 엎드려 절받기였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프로포즈였다. - 익명 요구(34, 여)

■ BGM: 여자대통령 - 걸스데이

프로포즈는 남자들이 주로 한다지만, 나는 내가 프로포즈를 했다. 내가 더 나이가 많기도 했고, 뭔가 남친은 자기가 말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애초에 결혼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남친에게 홍콩에 여행을 가자고 했다. 정말 서프라이즈로 해 주고 싶어서였다. 미리 남친이 갖고 싶어하던 시계를 준비하고, 우리 둘의 사진이 담긴 포토북을 제작해서 챙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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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과 둘째날 낮까지는 그냥 놀러온 커플처럼 놀다가, 둘째날 저녁에 핸드백 안에 시계와 포토북을 넣고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여기 정말 좋다고 감탄하고 있는 남친에게 타이밍 보고 시계랑 포토북 내밀면서 결혼하자고 했다.

프로포즈 받으면 운다던데 남친은 울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게 뭐야?’하는 느낌? 어벙벙해하면서 고맙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더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ㅋㅋㅋ 나중에야 좀 현실감각이 생겼는지 자기 프로포즈 받은 남자 된 거냐고, 고맙다고 막 웃었다. 지금은 결혼 준비 중이다. - 익명 요구(39, 여)

■ 둘만의 프로포즈가 아니었어

꽤 옛날 이야기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한남동의 모 호텔에서 아이스링크를 빌려주는 프로포즈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아이스링크 영업이 끝난 다음에 프로포즈를 하는 건데 미리 기획팀과 회의도 하고 연락도 하고 그랬다.

프로포즈는 다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에는 주변이 어두워지고, 긴장되는 와중에 조명이 우리 쪽으로만 비치니까 주변이 안 보여서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반지를 줬는데 다 끝나고 긴장 풀린 채로 둘러보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서 너무 민망했었다. 그래도 와이프가 어디 가서 얘기 나오면 여전히 되게 뿌듯해한다. 평생 함께할 걸 생각하면, 크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 익명 요구(40, 남)

프로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국에 들어와 프로포즈가 변질되었다는 주장이 매번 나온다. 애초에 ‘혼’인을 ‘청’하는 것이 프로포즈인데, 결혼 날짜까지 받은 뒤 형식적이고 허례허식적으로 하게 됐다는 골지다. 또 한편에서는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이 ‘앞으로 잘 살아보자’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기에 나쁠 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이 됐든, 사랑하는 이들이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하는 의식은 세월이 흘러도 형태를 달리할지언정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프로포즈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관련기사를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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