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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부루마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한일 관계 갈등의 근원'

세계적인 일본 연구가

  • 박세회
  • 입력 2019.08.13 16:46
  • 수정 2019.08.13 16:56
ⓒAwakening via Getty Images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문예 종합지 뉴욕 리뷰 오브 북스의 역대 세 번째 편집장이었으며 바드대학 겸임 교수이자 동아시아 역사에 친숙한 학자 이안 부루마가 뉴욕타임스에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제목은 ‘냉전이 절대 끝나지 않는 곳’(Where the Cold War Never Ended)이다. 이안 부루마는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일본에서 거주한 바 있다. 이후 아시아 전역을 여행하며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하기도 했다. 쉽게 얘기하면, 그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감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제삼자다. 제삼자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합리의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은 가장 친한 친구여야 마땅하다”라며 ”두 나라의 문화와 언어는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두 나라의 경제는 단단하게 얽혀 있다”라고 썼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대만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얼마 안 되는 국가라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의 호전성과 중국의 우세에 함께 맞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루마 교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부터 최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며 촉발한 일련의 무역 분쟁 사태를 서술하고 ”최근의 분쟁은 한국을 침탈한 과거사에 대한 일본 관료들의 진정성 없는 사과, 전쟁 당시 일본의 만행을 과소 서술한 일본의 교과서 개정,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인 일본군 위안부 징집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보수 정부의 태도 등에 다른 또 다른 갈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루마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복잡한 역사는 그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4세기 백제와 일본이 교류한 사실, 중국의 기술을 한국이 일본에 전달한 점, 일본이 16세기에 임진왜란을 일으킨 사실 등을 차례차례 짚었다.

이어 그는 일본은 ‘강력한 이웃’인 중국에서 한국보다 멀리 떨어져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반면, 한국은 ”더 강력하고 잠재적으로 호전성을 띤 상대들을 막아내면서 한국인들에겐 치열한 민족주의가 자리 잡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한편 한국의 엘리트들은 간혹 필요에 따라 혹은 국내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외의 세력과 협력했다”고 밝혔다.

부루마 교수가 한국 근대사에서 엘리트들의 친일을 설명한 방식은 위험하기도 하다. 그는 먼저 20세기 초반 중국, 러시아, 일본에 위협받던 상황을 설명하며 ”한국인들은 희망 없는 저항과 협력 사이의 선택에 직면했는데, 한국의 엘리트들은 협력을 선택했고 그건 꼭 비난받을만한(disreputable) 목적 때문만은 아니었다”라며 ”일본에 협력하는 것은 국가를 근대화하는 한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엘리트들이 일본에 협력해 대학과 신문 그리고 철도가 세워졌다는 그의 주장은 자칫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어 그는 비슷한 상황이 현대에 와서도 다시 재현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1965년 한일협정에 사인한 대통령 박정희는 일본 황군에 복역했던 장교 출신으로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은 그를 친구로 생각했다”라며 ”그중 하나는 전범으로 구속되어 기소될 위기에 처했다가 후일 일본의 총리가 된 바 있는 기시 노부스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국수주의적인 아베 총리가 그의 손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흔히 ‘친일파’라 일컫는 한국의 조력자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이 한국 보수의 멤버이며 탄핵당한 전 대통령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라고 밝혔다. 기시 노부스케는 패전과 동시에 A급 전범용의자로 구속되었으나 증거불충분 등으로 풀려났다. 

이어 그는 ”한국의 좌파는 협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엘리트들을 용서한 적이 없다. 그들은 일본과 한국의 우익인 박정희 등에 저항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좌파인 문재인 대통령이 1965년 협정을 깨뜨리려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단순한 일본에 대한 분개가 아니라 현재 일본의 지도자가 중국과 일본의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까지 받은 전범의 손자라는 사실이 그 이유다”라고 밝혔다.

이안 부루마는 영미권에서는 ‘근대 일본‘,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 등을 쓴 일본학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역사 기술에는 동의할 수 없는 몇몇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한일 간 갈등의 근인을 제삼자의 시선에서 살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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