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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가 미국 영주권·비자 신청 자격을 강화했다

10월 중순부터 시행될 이 새로운 정책은 법적 공방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 허완
  • 입력 2019.08.13 14:05
ⓒleekris via Getty Images

미국 국토안보부가 12일 미국 영주권(그린카드) 또는 비자 발급을 훨씬 까다롭게 만드는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10월 중순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정책은 신청자가 향후에 생활보호 대상자(public charge, 사회복지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분류한 신청자들은 합법적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국토안보부는 비자와 영주권 신청 심사 때 메디케이드와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등 현금이 아닌 형태의 정부 지원을 받는 것도 ‘퍼블릭 차지’에 포함되도록 하는 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현금 지원이나 정부가 지원하는 장기적 시설 보호를 받을 경우에만 퍼블릭 차지로 간주되고 있다.

영주권 및 비자 신청을 심사할 때 반영되는 영어 실력, 소득 수준, 건강 상태 등 이른바 ‘종합적인 상황(totality of circumstances)’에 다른 심사 요인들을 추가하는 내용도 이번 개편안에 포함됐다. (난민과 망명 신청자 등은 이 규칙에서 제외된다.)

국토안보부의 안이 발표된 후 60일 간의 공청 기간 동안 26만 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됐다. 이 안은 지난달 12일 관리예산국(OMD)으로 넘어갔다.

현재는 ‘퍼블릭 차지’의 정의가 제한되어 있는 탓에 비자 및 영주권 발급 거부 사유로 퍼블릭 차지가 활용되는 일은 많지 않다.

오바마 정부에서 일했으며 이민자들의 영주권·시민권 취득을 돕는 테크 기업 ‘제한없는이민(Boundless Immigration)‘을 공동 설립한 더그 랜드는 트럼프 정부가 ‘이민자들이 납세자들의 돈을 갉아먹는다는 허구에 불과한 주장’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등록 이민자가 지금도 연방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개편안이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이민 시스템에 ‘완전한’ 변화를 가하려는 정부의 시도라고 지적했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7월에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메디케이드와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 또는 SNAP에 들어가 있는 830만 명의 어린이들(대부분은 미국시민이다)이 혜택을 잃게 될 위험이 있으며, 이중 500만 명 이상은 특별한 의료 조치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연구자들은 특별한 의료 조치가 필요한 어린이 100~200만 명이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현재 받고 있는 혜택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규칙 시행 이전에 복지 프로그램 수급을 신청했던 영주권·비자 신청 희망자들에게 이번 개편안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영어 능통 기준은 “영어를 사용하는 특정 국가 출신에게 특권을 준다”고 미국 이민법센터의 정책 애널리스트 재키 비모는 말한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는 의회를 거치지 않고 이민 정책을 바꾸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5월10일 주택도시개발부는 가족 구성원 중 이민자 신분이 다를 경우 공공주택 및 섹션 8(정부가 민간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제도) 주택 지원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퍼블릭 차지 규정 및 시행을 변경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변화들은 “미국의 이민 시스템을 최고액 입찰자에게 영주권을 주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비모는 말한다.

이번 개편안은 영주권과 비자를 신청하려 하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격이 있는 이민자들조차 정부 서비스 신청을 꺼리게 만드는 ‘억제 효과’가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개편안이 처음으로 보도된 2018년 2월 이후 이미 억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 가정의 성인 7명 중 1명은 복지 프로그램을 피했다고 한다. 이중에는 이번 개편안의 적용 대상이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랜드는 ‘억제 효과는 (이 개편안이) 의도한 것 중 하나’라고 본다.

그는 “미국 법률상 완벽하게 자격이 되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복지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SSOCIATED PRESS

 

허프포스트가 입수한 7월 24일자 서한에 의하면,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민주당) 등 18명의 주 법무장관들은 국토안보부가 퍼블릭 차지 규정 변화에 따른 비용 추정에 ‘전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개편안이 주민들에게 끼칠 ‘심각한 영향에 대한 중대한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 소집을 국토안보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이 규정이 주와 주민들의 경제에 ‘광범위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의료, 식량과 현금(지원금) 혜택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주 법무장관들은 “이대로 개편안이 시행된다면 전체적인 경제 생산량 감소, 노동자 임금 하락, 우리 주의 일자리 감소가 일어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관리예산처는 법무장관들의 회의 소집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퍼거슨은 “법적 대응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다”며 “일어날 수도 있는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으며 ”각 주의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믿는다”고 허프포스트에 밝혔다.

볼티모어 시정부와 비영리 공공정책 단체 ‘데모크라시포워드’는 2018년 11월 퍼블릭 차지 규정 변경 시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부를 고발했다. 규정 변화로 인해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민자와 귀화 시민들이 필요로 하며, 신청 자격이 있는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이를 밀어붙인다는 이유였다.

 

* 허프포스트US의 The Trump Administration Just Made It Harder To Apply For Green Cards And Visa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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