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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아베' 일본 대사관 앞에 1만5000명이 모였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을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전국에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처를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뉴스1

 

민주노총과 정의기억연대, 한국 와이엠시에이(YMCA) 등 700여개 단체로 이뤄진 ‘역사 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 규탄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10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규탄 4차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부터 매주 토요일 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말복을 하루 앞두고 서울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령된 무더위 속에서도 이날 집회에는 1만5000명(주최 쪽 추산)이 참석했다. 지난 3일 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열린 첫 집회와 동일한 규모다. 시민행동은 “9일 대구를 시작으로 이날 광주와 부산, 제주 등 전국 3천 명을 더하면 모두 1만8천여명이 ‘아베 정부 규탄’ 집회에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 손에는 “‘노’(NO) 아베”, “친일적폐 청산하자”, “경제침략 철회하라”가 적힌 손팻말을, 다른 한 손에는 촛불을 들었다. 촛불을 둘러싼 종이컵과 부채에는 ‘노’(NO) 하는 시민들’, ‘노’(NO) 아베 등 문구가 적혔고, 하늘에는 작고 큰 태극기와 함께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단체들의 깃발이 펄럭였다. 오후 8시에도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대비해 참가자들은 모자를 쓰고 물병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뉴스1

 

문화제에서 반민특위 피해자 유가족들은 “자랑스러운 반민특위 후손”이라며 본인들을 소개했다. 김웅진 반민족 처벌법 기초위원장 제헌의원의 딸 김옥자 씨는 “아직도 친일세력들은 청산되지 못하고 각계각층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국회에서 제1 야당이라고 하는 대정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막말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아베를 규탄하는 것이지 일본을 규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립운동은 못 해도 불매운동은 하겠다는 우리 시민들이 자랑스럽고, 우리와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 재팬’(NO JAPAN)”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아내, 두 아이와 함께 무대에 오른 조화명(39)씨는 “더운 날씨 보채는 아이들과 함께 여러 난관을 뚫고 이 자리까지 온 이유는 지금 이 시기,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당당한 역사를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것”이라며 “다른 하나는 아베의 행보가 경제침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고 가고 있는데, 지금 막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조만간 또 다른 전쟁과 침략의 위험에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에서 거주하는 일본인 대표 오카모토 아사야씨는 “일본에서 많은 사람이 아베 정권 발표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직후인 지난 4일에 성명을 발표해 일주일 만에 3천명의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일본 사회에서 차별을 근절해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다”며 “일본이 저지른 징용 피해자에 대한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사과할 것, 모든 한국 적대적 정책을 그만둘 것, 징용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배상 시책을 검토·실시할 것 등을 아베 정권에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제가 끝난 뒤에는 ‘모이자 8.15 광화문 청산하자 친일적폐’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시민들 머리 위로 지나가는 파도타기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후 이들은 오후 8시40분부터 약 20분 동안 안국역과 종로를 지나 중구 태평로에 있는 조선일보사 건물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노’(NO) 아베”와 함께 “조선일보 폐간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우리 모두 다 같이 조중동 안 봐”, “우리 모두 다 같이 친일언론 몰아내”라는 노래를 부르며 걸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를 마친 참석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를 마친 참석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한겨레

 

이날은 특히 문화제 전 ‘시민발언대’가 열려 청소년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윤(59)씨는 “비록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지금 일본에서 많은 반도체 부품 회사가 안달이 났고, 일본은 임진왜란 때 우리의 코와 눈을 베서 식민 지배를 했다. 이 땅에서 일본 제품은 영원히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세(53) 씨는 “아베 정권 극우파들은 돈으로 국민과 한국인을 매수해 우리 정부를 공격하게 하고, 해외에 많은 친구를 사귀어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며 “우리는 더욱 우리나라 역사를 무장해 그들에게 맞서고 많은 친구에게 알리자”고 제안했다. 강준호(34)씨는 “아베의 지속적인 뻔뻔한 망언과 화이트 리스트 배제 등에 화가 난다”며 아베 얼굴이 붙은 쿠션에 주먹을 날리는 ‘아베 펀치’ 퍼포먼스를 했다.

청소년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문화제에 앞서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청소년문화예술센터 등 청소년단체들은 오후 4시 옛 일본대사관에 모여 ‘1000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1929년 광주학생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로, 당시 일본에 대항해 싸웠던 학생들의 교복을 입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일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페이스북에 ‘청소년 행동’을 제안했고, 현재 600여명의 개인 청소년과 동아리 단체에 속한 400여명의 청소년이 선언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윤미연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사무국장은 “일본 아베 정부의 경제전쟁에 대해 특히 청소년들이 펜 버리기, 일본 제품 불매, 결의문 발표 등 학교와 거리에서 각각 행동하며 아베 정부를 규탄하고 있었다”며 “이런 청소년들을 모아 행동하는 것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유민서(17) 양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께 진심 어린 사과조차도 못한 판에,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은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경제보복을 철회하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께 진심 어린 사과를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대전에서 올라온 최민경(18) 양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욕구 해소의 도구처럼 이용되고 보호받지 못한 시간이 가늠할 수 없이 끔찍한 고통의 시작이었을 거라고 감히 예상해 본다”며 “일본 정부는 모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에게 이른 시일 안에 정식으로 진실한 사과를 할 것을 요청한다” 강조했다. 이들은 ‘평화를 지키는 가위’로 ‘경제보복’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적힌 팻말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인사동 거리와 종로구청 등을 거쳐 다시 일본대사관으로 돌아와 자유발언대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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