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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의 파병 요청을 공식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으로부터 파병에 대한 구두 요청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을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져, 한국의 파병 요청을 공식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미국으로부터 우리 군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한 구두 요청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언급은 이런 요청에 무게를 더한 것이다.

국방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우리 선박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은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 선박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곳”이라며 “우리 선박이 연 1200회 정도를 통과하기 때문에 이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도 이날 회담에서 “우리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란에 맞서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을 보장할 다국적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독일과 일본이 불참 의사를 밝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이 파병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구상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다국적 연합체 참여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4차례 청해부대가 다른 해역으로 파견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일 갈등 속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선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선 이 협정이 한·미·일 협력에 기여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최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 목록에서 한국을 배제한 데 맞서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협정 파기에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지소미아) 협정은 한·미·일 공동방위의 열쇠”라며 “협정이 유지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국방부와 외교부, 청와대를 연이어 방문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며 2시간가량 진행됐다. 바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어디서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른바 ‘미국의 청구서’를 내밀지 않은 것이다. 미국이 이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한 터라 실무협상팀이 꾸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굳이 말을 보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시각)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테마”라며 동맹국들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맺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이후 추진하고 있는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와 관련해서도 에스퍼 장관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될 경우 한-중 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넘어서는 후폭풍이 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으로서도 한국의 처지를 모를 리 없을 것”이라며 “무리한 요구를 꺼내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도문에는 북한의 최근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평가나 우려가 담기지 않았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맞대응을 자제한 셈이다. 한·미 연합연습 이후 모색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신중함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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