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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간 완보동물 '물곰'은 아직 살아 있을까?

살아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물곰(water bear)의 모습.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물곰(water bear)의 모습. ⓒSTEVE GSCHMEISSNER/SCIENCE PHOTO LIBRARY via Getty Images

공상과학소설의 오랜 소재인 외계 식민화에서 관건은 지구의 생명체를 외계에 이식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인류는 이제 외계 식민화의 첫걸음을 밟았을 수도 있다.

지난 4월11일 달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한 이스라엘의 민간 무인 탐사 우주선 베레시트에 실렸던 지구의 한 생명체가 달에서도 생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의 생명체는 크기 1㎜ 안팎이 완보동물인 일명 ‘물곰’(사진).

섭씨 150도의 고온이나 절대온도인 영하 272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생존에 필요한 환경인 물이나 공기, 먹이가 없는 극한환경에 처하면, 몸을 공처럼 말아 가사 상태에 빠진다. 이 상태로 수십년간 버틸 수 있다. 지구 생명체에 치명적인 외계의 방사선에도 견딜 수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10~20그레이의 방사선으로도 사망하나, 물곰은 5700그레이까지 견딘다.

이스라엘의 비영리기업 ‘스페이스 아이엘(IL)’이 기부금 등으로 보낸 베레시트는 지구의 멸망에 대비해 인류의 지식과 지구의 생물들을 담아 외계로 보내는 일종의 지구 백업 작업도 시도했다. 그 첫 작업이 ‘달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 디브이디 모양으로 제작된 이 백업 장치에 인류의 정보 및 인간 디엔에이 샘플, 그리고 이 물곰을 건조한 형태로 수천마리 담았다.

베레시트는 추락했지만 이 물곰의 운명은 낙관적이라는 것. ‘달 도서관’ 프로젝트를 관장한 아치미션 재단의 의장 노바 스피바크는 7일 <아에프페> 통신과 회견에서 “우리는 완보동물(물곰)의 생존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완보동물들은 지구의 가장 강인한 생명체의 하나”라며 “스스로를 건조화해 대사활동을 중단한 채로 있다가 미래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곰은 지난 2007년 유럽우주국(ESA)의 우주 실험에서 살아남았다. 우주에서 12일간 있다가 귀환한 뒤 수분이 제공되자 일부가 살아났다. 하지만, 물곰이 달에서 죽지 않는다 해도 생식을 하는 등 생명활동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곰이 성장하고 번식하려면, 물과 공기, 먹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달에서 가사 상태로 수십년이 지나면 그대로 죽을 것으로 보인다.

물곰을 달이나 외계로 보내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물곰의 달 이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주과학자 모니카 그레이디는 <비비시>에 “그 의미는 달의 원시적 환경이 깨졌다는 것”이라며 “닐 암스트롱 등이 달에 갔을 때인 1969년에 이미 달의 원시적 환경은 깨졌지만, 그 때 이후로 우리는 그 행성체를 어떻게 보전해야 하는지 점점 깨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는 어떤 사람도 달의 표면에 건조시킨 완보동물을 뿌려댈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달에서 물곰이 살아남아 진화해 지구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비비시>는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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