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8월 08일 15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8월 08일 15시 58분 KST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하기로 했다'는 트럼프의 말을 해석해보자

트럼프가 곧 시작될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앞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Kevin Lamarque / Reuters
(자료사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2019년 6월30일.

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부유한” 한국이 ”미국에 지불하는 금액을 더 늘리기 위한”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시작됐다는 트윗을 올렸다. 외교부는 신속하게 해명했다. 내년도에 적용될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관계가 틀렸거나 모호한 부분이 있고, 특유의 과장법이 쓰인 표현도 섞여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날 두 개트윗에 적은 문장 다섯 개를 하나씩 차근차근 해석해보자. 

1.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미국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①”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라는 표현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 외교 정책을 관통해왔던 인식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중국·러시아·북한의 위협과 세력 확장을 견제하고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동아시아 군사 전략 거점 기지 중 하나다. 

트럼프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미국은 세계경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동맹국들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하는 인물이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도 ‘우리가 막대한 돈을 쓰면서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데 한국은 대체 언제 돈을 낼 거냐’고 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비용과 토지가 투입된 평택 미군기지에 대해한국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굉장히 많은 비용을 한국측에서 부담해서 이 시설을 지었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9년 6월30일.

 

이같은 시각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국의 필요에 의해 미국이 ”제공”하는 일종의 군사 방위 서비스이자 ”특권”이다. 따라서 받는 쪽에서 그 비용을 “100%”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②″합의했다”는 말은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시점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맥락을 고려하면 곧 새롭게 시작될 협상보다는 올해 초 타결됐던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협정에 따라 한국이 올해 부담하는 금액은 지난해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이다. 

이날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한국과 나는 합의를 맺었다. 그들은 훨씬 많은 돈을 미국에 지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알다시피 한국 영토에 우리군 3만2000명이 있고, 우리는 그들을 약 82년 동안 도와왔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사실상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했고, (앞으로)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낼 것이다.” 

2.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은 한국에 매우 적은 돈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한국은 9억9000만달러를 지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①″매우 적은 돈”을 부담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해석하기에 따라 의견이 크게 엇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공식적인 방위비분담금은 한국과 미국이 체결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의해 결정된다. 1991년부터 올해까지 2~5년마다 10차례 협정이 타결됐으며, 한 차례(2005년, 제6차협정)을 빼고는 매번 인상됐다. 협정 적용 기간 동안에는 매년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올랐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한국이 부담하는 간접적 지원 비용이 존재한다. 무상으로 공여하는 땅의 임대료 평가액, 각종 세금 및 상하수도·전기·가스 사용료 면제 및 감면액 등이다. 미군기지 이전 비용, 기지 주변 정비비 같은 항목도 포함된다.

따라서 주한미군 주둔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을 따져보면 실제 한국의 분담률은 70%가 넘는다는 평가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체 계산 결과 한국의 분담률이 80%에 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③“9억9000만달러”라는 금액의 출처는 불분명하다. 올해 초 타결된 제10차 SMA에 따라 한국은 1조389억원을 부담한다. 현재 환율로는 약 8억5800만달러다.

아, ②”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조금 어색하지만 낯설지는 않다. 그는 종종 스스로를 3인칭으로 표현하곤 한다.

POOL New / Reuters
(자료사진) 청와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견장을 빠져나오는 모습. 2019년 6월30일.

 

3. ”미국에 지불하는 금액을 더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우선 협상이 ②”시작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엄밀히 따지면 사실과 다르다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다. 외교부는 내년도에 적용될 방위비분담금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제11차 SMA)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양측에서 협상을 담당할 팀도 꾸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 정부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며 다섯 배 가량 인상된 금액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구체적인 액수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한국을 방문해 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도 방위비분담금 문제가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비공식 논의를 사실상의 협상 개시로 규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방위비 분담을 ①”더 늘리기 위한” 협상이라는 표현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며 한국을 압박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거래의 기술’인 셈이다. 

JACQUELYN MARTIN via Getty Images
(자료사진)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19년 6월30일.

 

4.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이고, 이제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 방위의 몫을 부담해야 할 의무를 느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같은 ‘부유한’ 동맹국들로부터 방위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른바 ‘안보무임승차론’이다.

지난해 9월 출간된 밥 우드워드 기자의 책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에는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교정’해보려던 외교안보 측근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일화가 등장한다.

(국방장관) 매티스는 ”최전방에 배치된 군 병력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우리 국가안보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며, (주한미군) 철수는 우리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를 잃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합참의장) 던포드도 끼어들어 같은 논리를 댔지만 트럼프는 ”우리는 비용 분담을 하지 않는 매우 부유한 나라를 위해 엄청난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던포드가 다시 강조했다. ”한국에 배치된 우리 군은 대략 20억달러의 비용이 듭니다. 한국은 그 중에서 8억달러 이상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가 멍청하지만 않았더라도 부자가 됐을 거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18년 9월12일)

② : 2-①번 참고.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자료사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2019년 6월30일.

  

5. ”두 나라 간 관계는 매우 좋다! 

매우 좋다! 💪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PRESENTED BY 일동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