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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의 돈 버는 법

유튜브 검색어 목록에 'ㅓㅜㅝㅣ'가 뜬 뒤 생긴 일

유튜브 검색창에 ‘ㅓㅜㅝㅣㅏㅓㅠ’와 같은 글자를 입력하고 검색을 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화면을 마주할 수 있다. 검색 결과창은 온통 뽀로로, 코코몽과 같은 애니메이션 영상이나, 장난감 채널의 영상들이 가득 채운 모습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이버 옹알이’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적절함에 무릎을 쳤다. 스마트폰 자막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아기들이 검색어로 아무렇게나 글자를 입력해 동영상을 시청해 생긴 표현이다. 유튜브의 검색 결과는 시청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렇게 친 글자의 검색 결과는 점점 더 어린아이 맞춤형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다. 아기들에게도 유튜브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ㅓㅜㅝㅣㅏㅓㅠ’가 당당히 검색어 목록을 구성할 동안, 어른들은 키즈 콘텐츠 세상에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요즘 어린아이들은 유튜브를 많이 본다더라’ 정도로만 어림잡아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보도된 뉴스가 장안의 화제가 됐다. 6살 유튜버 이보람양이 출연하는 유튜브 키즈 채널을 운영하는 회사가 청담동에 95억원 상당 빌딩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어른들에게 가장 민감한 소식인 부동산과 키즈가 엮이자 곧 떠들썩했다.

반응은 다양한 방식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니 제재해달라”라는 청원글이 등장하기도 했고, 한 방송사 노조가 낸 성명서에는 “지상파 방송사가 6살 이보람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하다”는 대목이 담기기도 했다. 또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에 입학했는데 성공한 유튜버들을 보니 좌절감을 느낀다”는 과거 명문대생의 인터넷 게시글이 다시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시에 어른들은 수익의 정당함에 주목했다. 6살 키즈 유튜버가 어떻게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인지, 그만한 돈을 벌 만큼 정당한 수익 활동을 했는지 분석하고 이야기했다. 상업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분야에서의 수익이 실물자산화된 것에 흥미로워하거나 혹은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유튜브의 수많은 장르 중에 ‘키즈’는 굵직한 한 축을 차지한다. 어린아이가 직접 출연하거나 부모님이 함께 출연하기도 하고, 아무런 말 없이 내내 화면에 장난감만 비춰지기도 한다. 언니, 오빠뻘 되는 출연자가 장난감 놀이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어린이 시청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한다. 유튜브는 그에 맞는 광고 수익을 채널 운영자에게 지급한다.

키즈 콘텐츠를 향해 어린아이를 돈벌이 수단에 이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나, 아이들이 자극적인 환경에 점점 더 노출된다는 지적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유튜브 역시 13살 미만 아동의 채널 개설을 금지하거나, 어린이 관련 콘텐츠의 댓글 기능 제한과 같은 방법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이나 제도가 지금 당장 완벽한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무분별하게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대상에게 인식의 변화를 주고 언젠가 완전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근래 크리에이터들에게 무분별하게 가해지는 ‘쉽게 버는 돈’에 대한 인식은 아쉽다. 1인 미디어 플랫폼은 어떤 분야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곳이지만, 그만큼 철저하게 크리에이티브한 능력이 요구되는 곳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평가절하 받는 현실은 좀 아쉽다. 치열한 고민과 성실함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지켜본 입장이어서 그렇다. 그들은 밤새 컴퓨터를 부여잡는 일이 허다해 늘 수면 부족을 이야기하고, 매 순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시청자 반응을 주시한다. 혹 안 좋은 댓글은 순식간에 크리에이터를 최악의 컨디션으로 끌어내린다. 이에 그들의 수익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왠지 ‘노오력’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떠오른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열정을 스스로 경제적 가치로 탄생시킬 줄 아는 신인류에 가깝다. 콘텐츠 기획자, 창작자, 유통자, 전략가, 홍보가의 모든 역할을 자처하는 그들이야말로 가치 생산에 대한 정당한 수익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방법으로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신인류의 노력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해줄 기성세대의 마음 또한 기다려 본다.

* 한겨레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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