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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구독 취소" 미국 진보 세력을 분노케 만든 뉴욕타임스의 1면 제목

"일어난 일을 그대로 쓴 게 아니잖아”

ⓒ뉴욕타임스 캡처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매체이자 가장 권위 있는 신문으로 평가받는 뉴욕타임스가 주 구독층인 진보 세력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고 있다. 심지어 워싱텅포스트를 비롯한 다른 매체마저 뉴욕타임스 비판에 숟가락을 얹었다.

미국은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으로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지난 3일부터 이틀에 걸쳐 텍사스 엘패소와 오하이오 데이턴에서 각각 벌어진 2건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최소 31명이 사망했다. 이후 트럼프가 대국민 연설을 했는데, 이 연설을 커버한 기사의 제목이 문제였다.

트럼프는 5일 연설에서 ”우리나라는 인종차별, 극단적인 편견 그리고 백인 우월주의를 규탄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 소식을 6일자 신문에 전하며 1면 톱기사에 ”트럼프가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화합을 촉구하다”라는 제목이 달았다.

320만 트위터 팔로워를 가진 뉴미디어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com)의 편집장 네이트 실버는 트위터에 이렇게 말했다. 

″나라면 이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런 제목으로 프레임을 잡지는 않을 것 같다.”

네이트 실버를 포함해 수많은 파워 트위터리안들이 뉴욕타임스 비판에 동참했고, 구독을 취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뉴욕주 상원의원 커스틴 질리브랜드는 뉴욕타임스의 제목에 대해 ”이건 일어난 일을 그대로 쓴 게 아니잖아”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엄밀하게 말하면 뉴욕타임스의 제목은 정확했고 트럼프의 경우에 그건 뉴스감이었다”라면서도 그런 제목을 뽑은 것은 잘못이라고 규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뉴욕타임스가 제목으로 뽑은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발언에서는 인종차별보다는 정신병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총기 규제를 두둔했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연설에서 ”방아쇠를 당긴 건 정신병과 증오심이지 총이 아니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괴물”이라며 총기를 구입할 때 정신병력 등의 백그라운드 체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후 뉴욕타임스는 1쇄 이후 2쇄에서는 헤드라인이 ”총이 아닌 증오심을 공격하다”로 바뀌었다. 

미국 진보들의 분노에는 기사 제목 하나를 훌쩍 뛰어넘는 좀 더 큰 맥락이 있다. 미국 내에선 이번 사건 이후 트럼프 책임론이 대두됐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끊임없이 ‘히스패닉이 미국을 침략(invasion)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을 써 오며 미국 내 인종 갈등을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이번 엘패소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패트릭 크루시어스는 범행 직전 ‘히스패닉이 텍사스를 침략하는 데 반대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남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수사를 사용한 것이다. 

특히 사건 이후에는 지난 5월 플로리다에서 있었던 트럼프의 연설 장면이 회자되기도 했다. 해당 연설에서 그는 ”(이민자들을) 총으로 쏴버려요!”라고 소리치는 한 청중에게 ”그런 얘기는 여기서만 해야 한다”는 식의 농담을 던진 바 있다. 사실상 이민자들을 향한 폭력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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