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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교의 "원자폭탄 로고"에 대해 항의한 일본 교환학생

6일은 인류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날이다

  • 박세회
  • 입력 2019.08.06 15:07
  • 수정 2019.08.06 15:14
ⓒAtomicTV/Youtube

1945년 8월 6일은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을 투하한 날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9일에는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워싱턴주 리치랜드의 리치랜드 고등학교에서 1년간의 교환 학생을 마치고 지난 6월 일본으로 귀국한 코가 노노카(18) 씨는 히로시마 인근 후쿠오카현의 오무타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닌다. 

아래 그림이 코가 씨가 다니던 리치랜드 고등학교의 비공식 로고다. 비공식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공식 로고처럼 쓰인다. 리치랜드 고등학교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필 사진에도 아래 로고가 올라와 있다.

ⓒ리치랜드 고등학교 공식 페이스북

코가 씨는 지난 5월 리치랜드의 유튜브 공식 계정인 ‘아토믹 티비‘에 출연해 이 로고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내가 ‘바머’(bomber)가 된 건 아이로니컬 하다”라며 ”(폭격 당시) 원래 내가 사는 도시(후쿠오카)가 타깃이었으나 그날 구름이 많이 껴서 나가사키에 폭탄이 투하되었다고 한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우리 조부모는 불에 타 사라졌을 것이며 나는 여기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폭탄 팻맨은 당초 군수공장이 밀집된 후쿠오카현의 고쿠라(小倉)에 투하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일 구름 탓에 표적 지점을 찾지 못해 나가사키로 타깃이 변경됐다.

1940년대 미국의 군수산업 기지로 활성화된 도시 리치랜드는 ‘아토믹 시티‘, ‘바머들의 도시‘로 불린다. 리치랜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사용된 플루토늄을 생산한 곳이기도 하다. 원자폭탄이 원래 타깃에 떨어졌다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코가 씨가 리치랜드의 고등학교에서 자기 자신을 ‘바머스’라 칭하는 건 그의 말처럼 아이러니다.

코가 씨는 영상에서 ”리치랜드 고등학교에선 원자폭탄을 형상화한 로고가 기념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다”라며 ”나는 그 로고에서 원자폭탄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우리가 지금 누리는 평화를 떠올린다. 그날 원폭으로 죽은 사람들은 군인이 아니라 시민이었다. 우리가 무고한 사람을 죽인 걸 자랑스럽게 기념해야 할까?”라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도 리치랜드 고등학교의 로고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17년 리치랜드 고등학교의 졸업생인 사만사 프로스트는 뉴미디어 오디세이를 통해 ”리치랜드 고등학교의 이 말 많은 마스코트는 리치랜드 지역뿐 아니라 수 전체에서 논란을 일으켜 왔다”라며 ”이제는 닥치고 뭔가를 해야 할 때다. 이제는 ‘바머스’라는 별명도 버릴 때가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로고는 바뀌지 않았다. 아래 영상을 보면 아직도 리치랜드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로고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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