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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가 물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흥의 민족 한의 민족 배달의 민족

ⓒ산업통상자원부 공식 트위터/한국일보 캡처 인용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공식 트위터에 엄청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산자부는 나름의 해석을 내렸다. 산자부는 우리 민족을 “IMF 외환위기 때 결혼반지, 돌 반지 팔아 단시간 내에 외채를 갚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국민”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그건 뭐 산자부 생각이고, 그럼 나는 또 내 주변은 우리를 어떤 민족이라고 생각할까? 우리 어떤 민족인가?

지난 2018년 6월 27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피파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2대0으로 꺾었을 때가 생각난다.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의 선제골에 터진 데 이러 추가시간 6분에는 손흥민이  50m 가량을 질주해 쐐기 골을 넣었다. 그때 이런 말이 나왔다.

″노래방 추가시간에 뽕(을) 뽑는 민족에게 연장 시간을 길게 주다니”

실제로 러시아월드컵에서 추가시간에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국가는 한국이다. 조별리그 경기 중 손흥민이 2골, 김영권이 1골을 기록했는데, 3골이 전부 추가시간에 나왔다.추가시간의 민족인 셈이다.

그런데 또 추가시간의 민족이면서 노래방의 민족이기도 하다. 우리가 노래방을 얼마나 사랑하냐면, 콘서트에 가서도 노래를 부르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떼창’을 한다. 스타디움은 우리에게 유명한 기타리스트들이 생음악 반주를 해주는 초대형 노래방일 뿐. 오래전 메탈리카 공연에서 기타 솔로까지 따라 부르던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고 받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근데 또 노래방과 흥의 민족이기는 한데, 노래방에 가면 무슨 노래를 자주 부르느냐 하면 구슬픈 록발라드, 울기 직전의 소머리 창법 노래들을 자주 부른다. 그것은 우리가 흥의 민족이면서 한의 민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한이 많으면 국민학교 때 선생님이 애들한테 ‘우리는 한의 민족이라 새도 울고 바람도 운다’고 강조를 몇 번이나 하셨을 정도다. 미국 사람들은 새는 ‘노래한다’고 표현한다며. 우리 민족이 흥의 민족이냐 한의 민족이냐를 두고 오마이뉴스의 한 시민 기자는 2010년도에 ”우리는 ‘흥’의 민족일까, ‘한’의 민족일까?”라는 기사를 발행하기도 했다. 한편 한이 쌓일만큼 억울한 일도 흥겹게 표현해 과거에는 풍자와 해학의 민족으로 불렸고 최근에는 그 둘을 묶어서 그냥 ‘드립의 민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강 변에서 피자를 시켜서 카드로 결제하는 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아서 한 브랜드의 이름처럼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기도 하고, 치킨을 하도 많이 먹어서 치킨의 민족이기도 하고, 흰옷을 좋아해서 백의민족이라는 말도 있었다. 민족주의에 국뽕만 있는 건 아니다. 과거에는 냄비처럼 빨리 달아올랐다가 냄비처럼 빨리 식는다고 해서 냄비의 민족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북한의 금강산 댐을 붕괴시키면 서울 시내 3분의 1 이상이 침수된다는 이른바 ‘서울 물바다론’을 믿고 639억여원을 성금으로 모아 ‘호구의 민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우리 어떤 민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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