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 그 이후’가 개최 3일 만에 전시 중단됐다. 아이치현의 오오무라 히데야키 지사는 ”휘발유를 가지고 오겠다”는 등의 협박이 있기 때문에 안전을 우려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제 더 이상 전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트리엔날레의 공식 사이트에는 16명의 참여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부터 2일까지 직접 전시회를 취재한 내용을 전한다.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은 관람객들
‘표현의 부자유, 그 이후’ 전시는 건물 8층의 후미진 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관 입구는 얇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입구 앞에는 인터넷 상에서의 피해를 막기 위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의 SNS 게시 금지’ 같은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개최 첫날인 8월 1일.
전시 코너에는 성별, 연령, 국적이 다양한 관람객이 방문했다. 행사가 열린 아이치 예술문화센터 내에서도 가장 활기있는 코너였다.
관람객의 대부분은 전시 작품에 적힌 설명들을 하나 하나 읽고 조용히 작품을 감상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빈의자와 함께 전시되었다. 관람객 중 일부는 이 의자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다.
전시 첫날에도 긴장감은 있었다.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부 연예인은 작품 근처에서 미디어의 취재에 응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8월 2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쇼와 일왕을 모티브로 한 작품에 대하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었고, 이날 카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이 전시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공기는 삼엄했다. 쇼와 일왕을 모티브로 한 작품 앞에서는 해당 작품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표현의 부자유, 그 이후’는 어떤 기획전인가?
‘표현의 부자유, 그 이후’는 여러 이유로 일본과 일본 밖 나라의 미술관에서 전시가 불허된 작품들을 전시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츠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은 전시가 불허된 경위와 해당 작품을 함께 감상하면서 ”논의가 갈라지는 ‘표현의 자유‘라는 현대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 기획 취지였다고 말한다.
이 기획전에는 평화의 소녀상 외에도 일본 헌법 9조, 미군 기지, 원자력 발전, 인종 차별 등을 주제로한 작품이 전시됐다.
기획전 입구에는 오우라 노부유키의 판화 작품 ’원근(遠近)을 껴안고‘가 전시되었다. 이 작품은 쇼와 일왕의 사진을 콜라주했다. 1986년 도야마 현립 미술관은 이 작품을 구입했지만, 우익세력의 항의에 작품을 공개하지 않았고, 작품이 실린 도록은 소각했다. 이 사건은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검열사건으로 기록됐다. ‘표현의 부자유, 그 이후‘에 출품된 또 다른 작품들도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었다. 시마다 요시코의 ‘구워져야할 그림’도 그 중 하나다. 이 작품에는 ”쇼와 천황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해설이 붙어있다. 이 전시에는 쇼와 일왕의 초상을 태운 것처럼 보이게 한 영상도 전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