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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총기난사 : 공화당 의원이 백인우월주의 대신 '비디오게임'을 탓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백인 우월주의를 '부추긴' 책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 허완
  • 입력 2019.08.05 16:21
  • 수정 2019.08.05 17:40
ⓒASSOCIATED PRESS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공화당, 캘리포니아) 의원은 4일(현지시각)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의 배경에 비디오 게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 사이에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벌어진 두 건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최소 29명이 숨진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비디오 게임들의 목적은,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비인격화한다는 것이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매카시 의원이 말했다. ”나는 미래 세대들과 다른 이들에게 이게 문제라고 늘 생각해왔다.”

매카시 의원은 ”어떻게 (엘패소 총기난사가) 벌어졌는지에 관한 사진들을 보면, 비디오 게임에 나오는 행동들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매카시는 엘패소 총기난사의 배경에 총기나 백인우월주의가 아니라 비디오 게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비디오 게임들의 목적은,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비인격화한다는 것이다.”

앞서 폭스앤프렌즈 인터뷰에 응했던 텍사스주 부지사 댄 패트릭(공화당)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얼마나 더 오랫동안 이 문제를 외면할 것인가. 특히 비디오 게임 산업에 대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총격범이 썼다는 이 선언문을 보면, 그는 ‘콜오브듀티(Call of Duty)’ 속 위대한 군인이라는 판타지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우리는 비디오 게임 산업이 영화와 음악 산업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는 걸 알고 있다.”

이건 패러디가 전혀 아니다. 폭스앤프렌즈에 나온 텍사스주 부지사 댄 패트릭은 엘패소 총기난사에 대해 총기나 인종주의가 아니라 비디오 게임을 탓했다. ”얼마나 더 오랫동안 이 문제를 외면할 것인가? ...비디오 게임 업계가 어린이들에게 살인을 가르치고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엘패소에서 총기를 난사한 남성은 백인 우월주의적 음모론으로 가득한 ‘선언문’을 범행 직전 극단주의 커뮤니티 사이트 8chan에 올렸다. 텍사스주가 히스패닉들에 의해 ”점령”되고 있으며, 자신의 공격은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한 대응이라는 내용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민주당, 뉴욕) 하원의원은 ”비디오 게임이 아니라 백인 우월주의가 총기난사를 초래하고 있다”고 적었다. ”안타깝게도 공화당은 그걸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그들의 (선거)전략이 백인 우월주의자 지지층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르테즈 의원은 엘패소 총격범이 비백인 이민자들을 ”점령자”로 규정한 것과 매우 흡사한 사례를 리트윗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페이스북에 집행했던 광고에서 이민자 유입을 ‘점령’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특정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점령”이나 ”침략” 같은 단어를 쓰는 건 그들이 사회의 기생충 같은 인간들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건 백인 우월주의의 언어이고, (권력) 최상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건 정치적 스탠스의 문제가 아니다. 이게 증오를 퍼뜨리고 이 나라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

(리트윗)

페이스북 광고 아카이브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8년 5월부터 지금까지 ‘점령’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광고 2200여건을 집행했다. 쭉 들여다보면 전부 이민에 대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러 차례 ‘점령’이라는 단어를 썼다.

″사람들은 점령이라는 단어를 무척 싫어하지만, 그게 바로 점령이다.” 지난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국경을 통해 ”온갖 종류의 범죄가 들어오고 있다”며 한 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멕시코를 통해 우리나라에 불법적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점령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발표한 공식 성명의 첫 문장이다.

ⓒJose Luis Gonzalez / Reuters

 

민주당 주요 대선주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텍사스)은 CNN 인터뷰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증오, 공개적인 인종주의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우리는 이걸 폭스뉴스에서 보고, 인터넷에서 본다. 또한 군 최고 통수권자에게서도 본다. 그는 이를 독려하고 있다. 그냥 용인하는 게 아니라, 독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국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가?” 진행자 제이크 태퍼가 물었다. 오루크는 ”그렇다”고 답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도 오루크의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널려있는 증거들은 인종주의자, 외국인혐오자, 백인 국수주의자들에게 어필하고 또 어필하려고 하는 인물이 대통령으로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런 사람을 미국 대통령으로 두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말 괴롭다.”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총격범이 작성한) 이게 백인 우월주의자의 선언이었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에게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가 상당한 테러 공격을 초래한 백인 우월주의를 규탄하지 않고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그에게 책임이 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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