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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 직전 '이민 반대' 선언문이 올라왔다

미국이 이민자들에 의해 "점령"되고 있다는, 백인우월주의적 내용이다.

  • 허완
  • 입력 2019.08.05 11:51
  • 수정 2019.08.05 14:02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공개한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난사범 패르릭 크루시어스(21)의 사진. 그는 월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해 최소 2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공개한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난사범 패르릭 크루시어스(21)의 사진. 그는 월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해 최소 2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Associated Press

미국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에서 총기를 난사해 최소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범이 범행 직전 히스패닉을 겨냥한 공격이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3일 브리핑에 나선 수사당국 관계자들은 사건 발생 19분 전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극단주의 온라인 사이트 8chan에 게시된 네 쪽짜리 문서가 댈러스 인근 출신 백인 남성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21)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수사당국은 이 문건을 총격범이 작성한 게 맞다고 확인했다.

크루시어스는 이날 늦은 오전 엘패소의 월마트에 진입해 쇼핑객과 직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CCTV 화면에는 한 남성이 긴 총기를 들고 건물로 들어서는 장면이 포착됐다.

미국 수사당국은 텍사스주 남부 국경도시 엘패소에 위치한 월마트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국내 테러로 규정하고, 혐오범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p></div>
<p>사건 현장 인근에 식료품으로 가득한 카트가 놓여져있다. 2019년 8월4일.
미국 수사당국은 텍사스주 남부 국경도시 엘패소에 위치한 월마트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국내 테러로 규정하고, 혐오범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사건 현장 인근에 식료품으로 가득한 카트가 놓여져있다. 2019년 8월4일. ⓒMARK RALSTON via Getty Images

 

이 선언문은 대규모 공격을 ”히스패닉의 텍사스 점령(invasion)”에 대한 대응으로 묘사했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 선동자들이다.” 이 문건에 적힌 말이다. ”나는 점령이 가져온 문화적, 인종적 교체(replacement)로부터 내 나라를 지키고 있을뿐이다.”

이는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두 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51명을 학살한 범인에게 영향을 준 백인우월주의적 ‘대교체(Great Replacement)’ 음모론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며칠 뒤 남부 멕시코 국경으로 ”온갖 종류의 범죄가 들어오고 있다”며 ″점령”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사람들은 점령이라는 단어를 무척 싫어하지만, 그게 바로 점령이다.”

19~20세기 미국에서는 백인우월자들이 이민자들에 의한 ”점령”을 언급하며 공포를 부추겼던 역사가 있다. 아일랜드인, 중국인, 일본인, 이탈리아인, 유대인, 슬라브인, 남아메리카인 등의 이민자 집단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번에 온라인에 게재된 문건의 대부분은 인종주의적, 외국인 혐오적, 반(反)이민적 수사들로 채워졌다. 허프포스트는 이 문건을 확인했으나 관련 링크는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

사건 현장 인근에 임시로 마련된 추모 공간에 꽃 등이 놓여져있다. 2019년 8월4일.
사건 현장 인근에 임시로 마련된 추모 공간에 꽃 등이 놓여져있다. 2019년 8월4일. ⓒASSOCIATED PRESS

 

이 문서는 히스패닉 미국인들을 ”점령자들”로 묘사했다. 글쓴이는 ”인종 혼합(race-mixing)”과 다양성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한편 계속되는 이민자 유입의 책임을 민주당과 공화당, 그리고 ”미국 재계”에 돌렸다. 그리고는 멕시코인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들이 텍사스에서 ”정치적 쿠데타”를 시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2~3세대 멕시코계 미국인들을 지칭하면서는 다른 인종 간의 관계들이 바로 그들을 ”돌려보내”야 할 이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표현들은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소말리아계 미국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민주당, 미네소타)을 ”돌려보내라”고 외쳤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인종차별적 구호와 유사하다. 

이 ‘선언문’은 무슬림 커뮤니티를 겨냥했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난사범과 그가 작성한 선언문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국내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으며,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허프포스트US의 El Paso Shooting Suspect May Have Shared Anti-Immigrant Manifesto Before Attack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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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종주의 #총기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