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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한·중·일' 의장 성명에 새롭게 담긴 내용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처를 취한 사실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뉴스1

제26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포함한 올해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한국은 일본의 대한국 경제 보복 조처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일부 국가들이 공개적으로 공감의 뜻을 표하는 등 한국 정부의 ‘국제 여론전’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때마다 화제의 중심에 섰던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불참한 데다 양자 회담 등도 최소화해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등 아세안 관련 회의에 참석하려고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3박4일 동안 타이 방콕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차례 다자회의, 7차례 양자회담에 참석했다. 특기할 점은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 등 대한국 경제 보복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함께 참석하는 회의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2일 일본이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심사 간소화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당일에는 강 장관이 고노 외무상과 함께 한 다자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일본 정부의 행위를 규탄했다. 여기에 싱가포르, 중국 외교장관 등이 힘을 보태는 취지의 발언을 해 사실상 한국이 국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다자 회의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도 드물지만, 제3국이 가세해 발언을 하는 풍경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한국 정부는 아세안 관련 회의 의장 성명에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일본 정부의 조처를 비판하는 취지의 문안을 넣으려 애썼는데, 실제 일부 성명에 일본의 행위를 에둘러 지적하는 문구가 실리기도 했다.

2019년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의장 성명에는 “무역 긴장의 증가”(rising trade tensions)라는 말이 새롭게 등장했고, 이러한 긴장 구도가 성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외교장관들이 “경고했다”(cautioned)는 문안이 포함됐다. 또한 “장관들은 세계 경제를 괴롭히고 다자 무역체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보호무역주의와 반세계화의 거세지는 물결에 대한 우려(concern)를 표명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미-중 무역 갈등은 물론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처를 취한 사실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다자회의 특성상 특정 국가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다수 국가의 우려 표명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한-일 갈등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물론 미-중 간 무역 문제로 인한 글로벌 대립 국면도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타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중이든 한-일이든 역내 무역 보복에 관한 최근의 조치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와 각의 결정을 ‘무역 보복’으로 인정한 것이다. 

ⓒ뉴스1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같은 회의 의장 성명에는 무역 문제와 관련해 당사국들이 “지역 경제 통합을 지원하는 자유롭고(free), 개방적이며(open), 규칙에 기반한(rules-based), 무역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수준으로만 나와 있다.

3일 저녁 공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 의장 성명에는 북한의 연이은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에 대한 내용은 들어가지 않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참석하지 않고, 평양에서 본부대사가 대신 오지도 않았다. 이 포럼에는 김제봉 주타이 북한대사가 참석했다. 이 포럼은 북한이 유일하게 정회원으로 참석하는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다. 1994년 출범한 이 포럼에서는 주로 안보 문제가 논의된다.

한편, 포럼에 참석한 외교장관들은 비핵화된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포럼 성명에도 반영됐다. 성명에는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회동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외교장관들은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 성명, 9·19 평양공동선언이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 성명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브이아이디’(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아니라 그 대신 지난해에 이어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이 반복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면서도 외교장관들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사실, 그리고 추가적인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기로 한 맹세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런 발언은 단거리 미사일이긴 하지만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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