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2019년 08월 02일 17시 52분 KST

중고 태양광 패널을 사도 될까?

이론상으로는 수명이 꽤 길다

anatoliy_gleb via Getty Images

2016년 12월, 도시 한 블록의 건물 옥상 전부를 덮을 수 있는 양인 450개의 태양광 패널을 실은 플랫베드 트럭이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폐기물 처리 시설에 들어갔다. 이 패널들이 새것이라면 개당 수백 달러에 팔린다. 그러나 중고의 경우… 돈을 내고 폐기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은 사용 중일 때는 화석 연료 사용을 대체하는 아주 친환경적인 물건이지만, 대부분의 중고 태양광 패널들(심지어 아직 기능할 수 있는 상태라 해도)은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은 종말을 맞는다. 영원히 쓰레기 폐기장에 있게 되는 것이다.

버려진 광발전 패널은 폐기물 관리자들에겐 진퇴양난의 골칫거리다. 유독한 중금속이 조금 들어가 있는 동시에 은과 텔루르 등 가치있는 원료도 있기 때문에 기저귀나 스티로폼 같은 평범한 쓰레기들과 함께 매입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주택용 패널의 인기가 높아지며 태양광 패널 폐기물 처리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도시들도 많아지고 있다.

태양광 패널 폐기 문제를 연구 중인 산호세 주립대학의 더스틴 멀베이니 환경연구 교수는 “지방 정부들이 난처해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들이 쓰레기로 나오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버클리에서 태양광 패널은 매립되지도, 유독 폐기물 시설에 가지도, 광발전 리사이클 공장에 가지도 않았다. 지역 구난회사 어번 오어(Urban Ore)가 끼어들어 가져갔다.

어번 오어는 평범한 중고품 가게가 아니다. 중고 소파, 낡은 주방용품, 빈티지 의류 섹션 등이 있긴 하지만, 집에서 사용하는 여러 중고 물품들을 취급한다. 동굴 같은 창고와 아스팔트가 깔린 주위에는 깨끗하게 닦은 변기들이 쭉 늘어서 있다. 발 달린 욕조, 낡은 대문과 창문, 심지어 커다란 연극 무대 배경도 취급한다.

쓰레기가 될 뻔했던 어번 오어의 보물들 중 가장 좋은 물건들은 매립지에 가던 중에 끼어들어 가져온 것이 많다. 어번 오어는 매일 직원 3명을 폐기물 처리 시설에 보내 좋은 것이 없는지 찾게 한다. 이들은 탑차와 지게차를 동원해 팔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찾는다. 자전거, 캐비닛, 싱크대, 가구 등을 가져온다. 하지만 2016년 12월의 그 운명적인 날 전까지는 태양광 패널을 가져온 적은 없었다. 그들은 조금 불안했다. 아무도 사지 않는다면 유독성 폐기물로 처리하는 비용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약간은 도박이었지만 가져오기로 했다.” 어번 오어의 운영 매니저 맥스 웨치슬러의 말이다.

웨치슬러가 패널을 테스트해본 결과 잘 작동하는 것 같았다. 생산하는 전기 1와트당 60센트로 가격을 매기고 팔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레저용 자동차(RV) 충전이나 버닝 맨 페스티벌 캠프에서 쓸 용도로 한두 개만 사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집 옥상을 다 덮으려고 한번에 30개를 사는 고객도 있었다.

“전부 다 팔았고 반품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태양광 패널 폐기 문제

전기의 관점으로 보면 태양광 패널은 여러 기후 문제 해결책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태양광 패널이 전세계 도시들에 곧 밀어닥칠 해일이라고 멀베이니는 말한다. 

모든 패널이 언젠가는 수명이 다한다. 패널의 효율성은 매년 1% 정도 줄어든다. “모듈이 노화되면서 불순물이 크리스털에 들어가고, 태양광에 의해 생기는 전자의 일부는 회로가 아닌 불순물로 간다.” 멀베이니의 설명이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태양광 패널 한 세트를 구입하면 평생 쓸 수 있지만, 일이십 년만에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지붕을 고치려고 낡은 패널들을 떼낼 경우, 수리 후 다시 달지 않고 더 효율적인 신형 패널로 교체하는 일이 생긴다. 멀베이니와 함께 일하고 있는 환경 과학 석사생 리탄 루는 보증된 수명이 끝날 무렵에 패널을 버린다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환경에 들어가게 된다. 2050년이면 샌프랜시스코 베이 에이리어에서 나오는 양만 9만 톤 정도가 될 것이다.” 라고 말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그 무렵까지 미국에서 나오게 될 폐기 패널은 750만 톤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웨치슬러는 패널을 30년만 사용하고 버리는 대신 재사용한다면 폐기물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매년 효율성이 1%씩 떨어진다 해도 30년 뒤의 기능 수준은 86%에 달한다는 것이다. “나는 32세인데, 내가 약 86% 정도의 효율성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농담하며, “나는 내가 아직 어느 정도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운 여름 날 어번 오어 사무실의 (물론 중고품인) 의자에 앉은 웨치슬러는 큰 유리병에 든 물을 홀짝였다. 요즘 미국의 젊은 전문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가죽 부츠, 다크 워시 진, 소매를 팔꿈치 위로 걷은 회색 버튼다운 셔츠, 길지만 잘 다듬은 수염.

우리는 함께 어번 오어를 걸으며 쭉 늘어선 문들을 지나 최근 배달된 패널들이 든 빨간 선적컨테이너로 갔다. 알루미늄으로 테두리를 두른, 1미터가 넘는 묵직한 모듈들이 늘어서 있었다. 요즘 어번 오어는 주로 한 기술자로부터 패널을 받는데, 공짜로 처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뻐한다고 웨치슬러는 말했다. 웨치슬러는 와트당 50센트(5개 이상 구매시 와트당 40센트)를 받는다. 새 패널 가격의 절반 정도다

NATHANAEL JOHNSON

어번 오어에서 한동안 패널이 팔리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모듈을 보려고 컨테이너에 들어가보니 패널 10개에 빨간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방금 팔린 것이다.

웨치슬러는 미소지었다. “이 모듈들은 아직도 한참 더 쓸 수 있다. 이게 앞으로 우리의 대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늘어날 공급에 맞출 만큼의 수요가 있길 바랄 뿐이다.”

 

애물단지는 아닐까?

도박하는 셈치고 중고 패널을 사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태양광 전문가들과 패널 재사용에 대해 이야기해보니 조금은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구매하고 싶어할 중고 패널은 대부분 비교적 새것이고 아직 사용 중이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미 재생에너지 연구소의(NREL) 와이어트 메츠거의 말이다.

매년 광발전 기술은 발전하고 비용도 내려간다. 패널 자체는 새 시스템 설치 총비용에서 비교적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NREL은 태양광 기업들이 옥상 태양광 패널 시스템 설치시 와트당 2.60달러 정도를 받으며, 패널 제조 및 배달 비용은 이중 63~91센트라고 한다. 그러므로 턴키 시스템으로 업자를 고용해 설치한다면, 가장 좋은 최신 패널을 구입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반면 직접 설치한다면 NREL의 계산에 들어간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아낄 수 있다. 어번 오어에서 중고 패널을 사면 마케팅, 월세, 태양광 기업이 계속 굴러갈 수 있게 하는 이윤 등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중고 패널은 미국 외에서도 각광받을 수 있다. 웨치슬러는 중고 패널을 아프리카로 보내는 기업이 최소 한 군데 있다고 들었다고 한다. 패널이 아주 효율적이지 않다 해도 소매가격으로 전기를 구할 수 없는 사람에겐 유용할 수 있다. 유럽은 패널 재사용에 있어 미국보다 몇 걸음 앞서가고 있는데,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www.secondsol.dewww.pvXchange.com  등의 중고 패널 판매 웹사이트가 이미 존재한다고 IRENA는 전했다.

물론 언젠가는 효율이 너무 떨어져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때면 폐기하거나 리사이클해야 할 것이다. 멀베이니는 리사이클하지 않는다면 일부 주요 금속들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고 본다. 텔루르는 지금도 비교적 희귀한 금속인데, 주된 용도는 태양광 패널 필름 생산이다.

그러나 중고 시장을 통해 패널의 사용 기간을 30년에서 60년으로 늘린다면 패널 폐기물 문제에 대처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웨치슬러는 “쓰레기는 버리기 전까지는 쓰레기가 아니다.”고 말한다.

웨치슬러와 함께 어번 오어에서 태양광 패널을 구경한 날은 베이 에이리어치고는 계절에 걸맞지 않게 무척 더웠다. 태양광 기술의 가능성과 시급함을 일깨워주는 듯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범퍼 스티커를 잔뜩 붙인 트럭이 방향을 틀고 있었다.

“괴짜들에게 힘을!” 웨치슬러가 그중 한 스티커에 쓰인 경구를 외쳤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기사가 누가 소리 지르나 보려고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우리를 보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곤 사라졌다. 싸게 산 물건에 만족한 고객으로 보였다.

 

* HuffPost US의 Is It A Good Idea To Buy Used Solar Panels?를 번역한 것입니다